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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1, 이사와 취업

*우리는 다시 이사를 했다.




이제 자동차 여행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로에니-

옛날에는 차에 타면 거의 잠도 못 자고 내내 울었었는데 이제는 조용히 앉아서 바깥 풍경을 구경하거나 자거나 하면서 조용히 간다. 





예전에도 용평 가는 길에 들른 적이 있는 덕평 휴게소에 또 들렀다. 

진짜 오랜만에 비어드 파파 슈크림도 먹으면서 잠시 쉬었다.

(이거 먹고 우연히 며칠 뒤에 리치몬드 슈크림을 먹었는데 역시 리치몬드 것이 더 맛있더라는.) 




이사를 하고 또 이케아에 들렀다. 

또 필요한 것들을 이것저것 주워담고 하니 몇 십만원이 훌쩍..


제일 필요하고 중요하고 큰 가구인 식탁/책상/조리대를 골랐는데 재고가 없다는 비보. 

아, 한 방에 다 해결하고 싶었는데..그것도 제일 중요한 가구를..빨리 사버려서 집안 셋팅이 빨리 끝나기를 바랬는데..


이럴 때 chan과 나는 조금 다른 경향을 띈다. 

나는 한 방에 해결하고 싶어서 적당한 차선책이 있으면 그걸 골라서 사오는 편인데 chan은 왠만하면 재고가 들어오기를 기다려서라도 원래 원했던 것을 사는 편이다. 이 날도 나는 적당한 차선책이 되는 책상을 골라서 chan에게 보여줬는데 '나쁘지는 않지만..원래 우리가 사려고 했던 건 너무 꼭 맘에 들었기 때문에..흠..' 하는 반응.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긴 했다. 말 그대로 차선책이었다. 게다가 어쨌든 이번엔 정말 1년 이상은 쓸 것 같고..우리집에서 침대 다음으로 제일 크고 활용도가 높을 가구를 고르는 것이라..차선책을 사면 내내 원래 사려고 했던 것에 미련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관대한 내가 chan의 의견을 받아들여 며칠 기다렸다가 다시 사러 오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토요일 아침 

광명 이케아에 재고가 15개 들어왔다는 소식을 보고 부랴부랴 일어나서 준비하고 오픈 시간에 맞춰 출발. 

한국에서 주말의 이케아는 정말 갈 곳이 못된다는 소식은 이미 수차례 접한 터라 주차장 밖에 줄이 길게 서있지 않을까 재고가 15개 밖에 들어오지 않았다는데..이번에도 못 사면 어쩌지.. 노심초사하며 도착했는데

오픈 시간에 딱 맞춰 갔더니 그래도 널럴하더라. 휴- ㅎㅎ



그래도 좀 늦게 왔으면 위험했을 수도 있었던 것이 책상 상판(지난 번에 재고가 없었던)은 15개가 있었지만 같이 사야하는 하얀색 다리 부분은 2개 밖에 남아있지 않았었다. 휴- 이게 뭐라고 참. 게임 속 레어템 파밍하는 것도 아니고. 


이것이 문제의 책상-


결론은 내가 관대함을 발휘하여 chan의 의견을 수용한 것이 참 잘한 일이었다는.

책상 볼 때마다 책상에 앉아서 일하거나 다이어리 쓰거나 할 때마다 기분이 좋다는. 







그리고 또 우리는 마트에 가서 각종 양념을 비롯한 기타 생활 물품들을 싹쓸이 해왔다.

간장, 식초, 설탕, 소금, 후추, 식용류, 맛술,,,등등. 이런 것들을 한꺼번에 사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진짜 무겁기도 하고..다 소소한 것들인데 한꺼번에 사면 비싸지니까..돈이 좀 아깝다.


그렇게 둘마트에서 쇼핑을 하다가 반가운 이름을 봤다. 

어머! Waitrose! 

(웨이트로즈는 런던에 있을 때 종종 장보러 다녔던 마트 체인점 이름이다. 런던에서는 좀 고급 마트. 영국은 마트 체인점이 3~4개가 있는데 저렴-보통-고급 이렇게 확실하게 나뉘는 편이다. 고급 마트인 웨이트로즈가 있는 동네는 잘 사는 동네라는 인식이 있을 정도. 실제로도 내가 제일 오래 살았던 골더스 그린 주변에는 웨이트로즈가 없었다..나중에 이사했던 벨사이즈 파크에는 있었고.) 


얼마전 홈더하기에 갔을 때는 Tesco 물건이 있어서 신기했었는데.

(테스코 역시 영국에 있는 마트 체인점인데 상대적으로 좀 저렴하게 물건을 파는 곳으로 우리가 제일 자주 다녔던 곳.)


마트별로 영국 마트랑 콜라보를 하는 것인지..덕분에 웨이트로즈 올리브랑 딸기잼을 샀다.

여튼 내 입장에서는 반갑고 좋네. 






이사하고 이케아에 다녀오고 마트에 다녀오고

본격적으로 정리와 청소가 시작되고 우리는 완전히 녹초가 되도록 일하고 있는데.. 

로엔은 햇빛 아래에서 세상 편하게 졸고 있다.

(창문에 스카치 테이프 X자로 붙였다 띈 저 자국은 아직도 있네.)



이사 와서 처음으로 해먹은 음식

닭고기 스테이크랑 샐러드.  




이건 이케아에서 나름 득템했다고 생각하는 아이템.

이케아 어린이 코너에 있던 수납 공간 및 의자인데 



우리는 이렇게 로에니를 놀리는 데 사용하다가




지금은 거대한 오리등으로 사용 중- 

완전 만족스럽다.








*취업


나는 용평에서 마지막 주를 보낼 때 잠깐 프리랜서로 할 일이 들어와서 chan보다 먼저 일을 시작했다. 앞으로 2~3주 정도는 이 일을 하고..아마도 일회성 일일 것 같아..그 다음에는 어떻게 할지 좀 더 생각해봐야할 것 같다. 

잘 쉬다가 적당한 시점에 일이 생겨서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일을 대하는 내 태도도 많이 바뀌었다는? 혹은 바뀌려고 노력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일'이 그저 '일'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그냥 싫고 그랬는데 이제는 하는 일의 내용을 들여다보고 최대한 재미있게 하려고 노력하다보니 정말로 일이 약간 재미있었다. 자기계발서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마음먹기 달렸다' 는 구문이 떠오르지만.. 여튼 지금 하는 일은 한국어 검수 일이라서 한국어 문법이나 표현같은 것을 보는데 이런저런 표현을 생각해보고 애매하게 알고 있던 문법도 다시 알아보게 되고(금방 다시 애매하게 알게 되지만..예외가 너무 많고 이런저런 조건이 너무 많이 붙는 문법 규칙은 달달 외우지 않고는 어쩔 수 없는듯) 하는 일이 절대로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아서 감사하며 일하는 중. 일을 소개해준, 런던에서 같이 일했던..지금은 베를린에서 일하고 있는 글로벌한 V양에게도 감사. 



chan은 이사하는 주에 첫 면접을 보고 바로 당일 오퍼를 받아 면접 본 다음 주 월요일인 오늘부터 출근을 했다. 오늘 아침에 첫 출근하는 chan의 아침을 챙겨주고 썬크림도 좀 바르라고 닥달하고 로엔이랑 엘리베이터까지 나가서 배웅하고 왔는데 연락이 없어서 걱정하던 차에 점심 먹고 산책나왔다며 전화가 와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끊었다. 첫인상은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다행. 요즘같은 취업난에 바로 취업을 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 중이다. 근데 그건 어느 정도는..설계 업계가 일하기도 힘들고 대우도 좋지 않으니..사람들이 자주 들어가고 나가고를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음. 운도 따랐던 거고. 이건 chan의 능력을 깎아내리는 말은 절대로 아니다. 나는 chan이 매우 능력있고 똑똑하다고(본인의 전공에 한해서)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은 매우 안타깝게도 본인 분야에서 똑똑하고 능력있다고 취업이 척척되는 세상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