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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는 쉬는 중
두세달 전부터 왼쪽 햄스트링이 좀 당긴다고 해야하나? 다리 뒷면을 늘리는 동작을 할 때 특히나 그랬다. 왼쪽 골반도 좀 시큰시큰하고. 그걸 무시하고 계속 요가를 나갔는데 이게 나아지진 않고 조금씩 심해지길래...병원에 가봤다.
재활의학과를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왼쪽 골반에 아주 쪼끄맣게 석회가 있더라. 근데 그건 큰 문제는 아니라고...
도수 치료랑 물리 치료랑 충격파? 치료같은 걸 몇 번 받았는데..아주 미세하게 좋아지는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애매해서 이것도 그냥 안 나가고있다. 가격에 비해 효과가 너무 더뎌...
근데 의사가 통증이 있는한 요가는 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해서 요가를 쉬는 중이다.
참고로 충격파는 엄청 아프다. 너무 아파. 옛날에 경락 맛사지 받았던 느낌이 떠오르면서 막 고문당하는 거 같은 느낌.
이렇게 나는 나대로 병원을 다녔고 chan은 chan대로 병원엘 몇 번 갔다.
오른쪽 어깨에 몇 개월째 통증을 느끼고 있던 chan은 회사 근처 재활의학과에 갔는데 엑스레이랑 초음파를 찍고는 의사가 근육에 손상이 갔다는 식으로 말을 했단다. 그런가보다 하고 한두번 치료를 받았는데 딱히 차도가 없었다. 근데 어느날 보니까 왼쪽 날개뼈 쪽이 좀 부풀어 있더라. 놀라서 물었더니 의사가 어깨 근육이 약해져서 이런 거라고 했단다. 이해는 잘 안 가지만...그런가보다 하고 말았다.
근데 chan도 뭔가 이 의사 믿음이 안 간다고 다른 병원엘 가봤다. 회사 근처에 있는 조금 더 큰 병원으로.
근데 거기서는 전혀 다른 진단을 받았다. 어깨 근처에 물혹이 생겼다는 거... 그거 때문에 날개뼈 주변이 부풀어 오른 거. MRI를 찍어서 혹을 자세히 보고 그 뒤엔 수술이 필요하다고.
세상에 이게 왠 일인지.
어제 MRI를 찍었는데 다행히 악성은 아닌 걸로 보인다고 했다. 물론 수술직전 조직검사를 받아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거긴 하지만. 참고로 MRI를 찍는 건 생각보다 엄청나게 힘들고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현재는 서울삼성병원에 진료 예약을 해놓은 상태. 신촌 세브란스로 가고싶다고 했는데 진료해준 의사가 관련 질병을 전문으로 다루는 의사가 세브란스에는 없다며...서울삼성 아니면 분당 서울대 병원을 추천해줬다.
둘 다 조금씩 아픈 상태로 사는 중이다. 이게 노화인가. 참고로 내 왼쪽 골반의 석회는 왜 생기는 거냐고 물었더니 큰 사고를 당한 게 아닌이상 그냥 노화...라고.....
진짜 몸 건강 챙기며 살아야지. 우리는 확실히 나이먹어 가고있다. 정신은 아닌데 육체가 분명하게 그렇게 말하고있다.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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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시작한 일
새로운 일을 시작한지 이제 2달이 좀 안 됐다. 그 사이 꽤 여러번 멘붕을 겪었고 진짜 오랜만에 느껴보는 압박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이걸 그냥 일치감치 그만둬야하나 싶었던 순간도 몇 번 있었는데 이제 그건 좀 지나갔다.
그래도 아직 이걸 쭈욱 하겠다는 건 아니고...세 달 정도 지켜보겠다는 입장.
이 일을 하면서 참...
그래 맞아...번역 일이 원래 이랬지...오늘 파일 주고 내일까지 부탁해...막 그랬었지...
그 와중에 더 편리하게 해보겠다고 이런저런 툴을 쓰는데
매니징을 하는 입장에서 이 모든 툴을 빨리 이해해야 하는데...너무 재미없고...의미도 없어 보이는...
그런 걸 많이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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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받았다는 증거
아무 날도 아닌데 둘이서 연남동에서 커피마시다가 갑자기 나 목걸이를 사야겠다고...
신촌 현백에 가서 예정에 없던 쥬얼리를 샀다.
이런 일은 난생 처음.
3개월 뒤 일을 그만 두더라도 이 목걸이는 남겠지. 스트레스는 사라지고.
하드웨어는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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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로엔
일할 때 모니터랑 나 사이에 와서 자주 눕는다. 비좁은 곳에 굳이 와서...편안한 척 하면서 몇 분을 이러고 있다가 간다.
아...나 이거 보고 진짜 빵 터졌음.
세상의 모든 고양이는 정말 똑같은 건가.
로엔도 꼭 가만히 있다가 내가 콜할 때 되면 어슬렁 나와서 울어대는데. 덕분에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가 고양이를 기르고 있단 걸 알게됐다...
새로운 스크레쳐를 사줬는데 아주 좋아한다. 스크레쳐 재질이 그동안 쓰던 거랑 다른데 가격대도 좀 있어서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이건 내 거라는 걸 온 몸으로 표현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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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좋은데
코로나 때문에도 그렇고 새로운 일 때문에도 그렇고 이 좋은 날을 만끽하기가 참 힘들다. 좋은 날씨와 좋은 공기의 교집합이 흔한 게 아닌데 너무 아쉽다.
때문에 기회가 있으면 이 좋은 봄 날을 누리려고 노력 중이다.
이건 좋았던 날 chan이랑 같이 평화의 공원 산책. 신발에 진흙이 좀 묻긴 했지만 맑은 물에 소금쟁이도 많이 보고 피톤치드도 한껏 들이마시면서 수다떨다 왔던 날.
이건 산책하러 나왔다가 생각보다 너무 더워서 다시 옷 갈아입고 연남동 테일러 커피 카페에 갔던 날.
사람이 너무 많아서 대기하다 앉을 수 있었지만 오랜만에 힙한 카페에 와서 좋았다. ㅎㅎ
커피도 맛있었고.
환자인듯 환자아닌 둘이서 나름대로 잘 먹고 잘 돌아다니며 지내고 있다. 얼른 수술 무사히 마치고 다시 건강해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