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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 속에 봄이 오긴 왔다.
황사 심할 거라고 했던 날
오랜만에 일도 없고 급한 집안 일도 없어서
온전히 혼자 긴 산책을 즐길 수 있는 날이었다.
때문에 황사가 생각처럼 극심하지 않은 것에 감지덕지하며
혼자 연남동 산책-
이 꽃 이름이 뭐지...이젠 꽃 이름 나무 이름좀 외고 다녀야겠단 생각.
암튼 이거 색이 너무 이쁘네 언제 이렇게 폈지.
목적지는 이곳, 요즘 우리의 핫스팟
커피냅
제주도 아가씨 HS씨가 이 근처에서 전시를 하며
나에게 소개시켜준 곳인데
그 뒤로 chan이랑 몇 번이나 재방문을 했다.
얼마전 밤 산책 길에도 지나쳤음.
안에 친구 보고 꼬리 흔들고 있던 저 댕댕이 너무 귀여웠어...
암튼 이 날은 목적지가 여기였으니
들어가서 맛있는 플랫화이트도 한 잔 마시고
읽고 있던 단편 '바벨탑'을 끝까지 읽었다.
걷다보니 더워서 아이스를 시켰는데
다 마실 때쯤엔 땀도 식고 슬슬 추워져서
아이스 시켜야 할지 따듯한 거 시켜야 할지 너무 어려운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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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산책
긴 산책을 좋아한다.
특히나 요즘 만보 걷기에 약간 집착하게 되면서 긴 산책을 더 열심히 하게 되고 그러면서 걷기에 더 정이 들었다.
우리 동네는 여기저기 재밌게 산책할 수 있는 곳이 많은데 아직도 못 가본 골목길이 수두룩하여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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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아쉬운 점 두 개
하나는
골목길은 항상 차와 공유해야한다는 거.
또 하나는
드넓은 자연이 없다는 거.
끝 없이 펼쳐지는 평야나 바다가 없는 게 참 아쉽다.
하지만 내가 사는 서울엔 어차피 그런 곳이 없으니 어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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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가 주로 산책하는 곳은 크게 연남동과 망원동.
연남동은 최근 집에서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을 발견해서 부쩍 자주 가는 중이다.
연남동에 가면 주로 가는 곳은
커피냅, 소이연남, 서교가든(여기는 이제 영업 종료하심 ㅠ),
연남동에선 사실 밥까지 먹는 경우는 많지 않고 이 가게 저 가게 구경하면서 걷는 것이 주고,
걷다가 날이 좋으면 연희동까지 넘어가는 날도 있는데
연희동까지 가면 거의 대부분은 허기진 상태가 되기 때문에
연희동 칼국수나 그 옆 만둣국 집에서 밥을 해결할 때가 많다.
가끔 사러가 마트에서 장을 보기도 하고
운 좋게 폴앤폴리나에 빵이 남아 있으면 사오기도 하고
망원동에 가면
망리단길 따라 걷다가
스몰 커피에 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가끔은 소금집에 가서 밥도 먹고
이런저런 재밌는 가게 구경 건물 구경도 하고
마지막으로 망원 시장에 들러서 과일이나 야채를 산다.
매번 요정도로 다니가 최근에 처음으로 스몰 커피에서 합정동 방향으로 걸어봤는데
커피 마시며 한 번 쉬었다 걸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멀지 않더라.
대신 합정까지 가면 집에 올 땐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왕복으로 걷기엔 너무 무리한 일정...
연남동이든 망원동이든
참 골목길도 많고 골목마다 집들도 많고
구석구석 가게들도 야무지게 들어와있고
그렇게 점점 변화해가는 거리의 모습을 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고
건물건물 다 뜯어보면 재밌는 것도 많고
둘이 걷다보면 얘기할 거리가 참 많다.
불광천도 자주 걷는데
불광천을 따라 걷다가 한강까지 가기도 하고
평화의 공원으로 빠져나오기도 하고
연남동에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거치기도 하는데
여기 서식하는 오리들이 최근 새끼를 낳았는지
이렇게 까맣고 몸집 작은 오리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을 천가 곳곳에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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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최근 우리가 같이 처음으로 제대로 한 하이킹
장소는 북한산이었다.
주말 아침 일찍 나와서 겁도 없이 그냥 산책할 때 신는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2-3시간 정도를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또 가려면 등산화는 하나 구입을 해야겠다고 얘기하면서...
근데 생각보다 하이킹이 너무 좋더라.
동네 매봉산이랑은 차원이 다르더만 ㅎㅎ
바위 크기 하나도 동네 산이랑은 다르고...
물이...
물이....
너어어무 맑고 깨끗해....
이런 물 색은 스위스에 가서 봤던 색인데...
아무튼 이것도 나이 먹어가는 증상 중에 하나인 건지 ㅎㅎ
하이킹 해보니 너무 좋아서
조만간 등산화를 구입해서 다시 가보지 않을까 싶다.
이 날 등산하고 마포옥 가서 설렁탕 먹었는데
진짜 너무 꿀맛-
2-30년 전에 수영 배울 때
수영장에서 나와서 먹었던 컵라면이 생각났다.
운동하고 음식을 먹으면 뇌에서 꿀맛 신호를 보내는 건가 ㅋㅋㅋ
아무튼
산책은 좋다.
산책 일지라도 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