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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 다닌지 벌써 5개월이나 됐어. 담주면 6개월차야! 그럼 1년의 반이나 다닌 거잖아! 아, 대단한데? 이렇게 6개월씩 앞으로 두 번만 더 버티면 된닷! (안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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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 없어서 화장실 가서 핸드폰 게임 한참 하고 들어왔는데 아직도 메일이 하나도 없어! 아, 이건 정말 어쩔 수 없이 놀 수 밖에는 없는거잖아? 이제 티 안 나게 몰래몰래 노는 것도 점점 스킬이 늘어나고 있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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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너무 바쁘고 짜증나는 상황이 반복되던 어느 날 어느 순간 또다른 내가 슉 빠져나와 지금 일하고 있는 나를 바라보며 말하는 것을 느꼈다. "지금 이 상황은 어쨌든 끝나게 되어있어. 니 인생 전체를 놓고 생각해봐. 이따위 프로젝트 하나는 저언혀 중요한 일이 아니란 말이지. 니가 이렇게까지 스트레스 받으며 할 필요가 없어." 라고. 근데 이게 정말 위로가 된다. 여기서 더 나아가서 "하와이를 떠올려봐. 신혼여행으로 갔었잖아. 거기 태평양 바다 위에에 둥둥 떠있던 시간말이야. chan이랑 치즈케이크 팩토리에서 먹었던 진짜 맛있었던 연어 요리하고, 왕새우 들어간 파스타하고,,언젠가 또 갈거야." 라는 말도 해준다. 좀 싸이코같아서 적기 뭐하지만 정말로 이렇게 하면 회사 책상에 앉아 있으면서도 행복하다. 완전 현실 도피구만. 그래도, 현실 도피할 수 있는 행복했던 기억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므로 감사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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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와서 커피 마실 때. 에어컨이 틀어져 있으므로 아직도 나는 뜨듯한 커피를 마시는데, 갓 내려 풍부한 향이 나는 커피 한 모금씩 마실 때마다 행복하다. 끝에 가서는 조금 추하게 컵을 탈탈 털어가면서 '아, 벌써 오늘의 커피를 다마셨다니!' 하며 안행복하다는 게 함정. (요즘엔 가끔 오후에 마신 커피때문에 잠이 잘 안 올 때가 있어서 왠만하면 아침에 커피 한 잔 마시고 더이상은 안 마시려고 노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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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먹고 산책 나갈 때. 혼자만의 자유로운 시간이 앞으로 30분이나! 반디앤루니스에 갈까? 현백 가서 지하 행사 뭐하나 구경할까? 날씨 좋은데 봉은사에나 가볼까? 하며 짧게 고민하는 시간에 무지 행복하다. 커피랑 비슷하게 들어와야 할 시간이 다 되어 갈 때는 안행복한 게 함정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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