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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한국에서 노동자란,

일주일 쯤 전이었다.

하루 종일 정말 한 순간 한 순간이 긴장감 가득 넘치는 날이었다. 오전에는 국내 업체에 보낼 일을 빨리 준비하느라 바빴다. 그거 준비하고 보내고 전화 통화해서 다시 얘기해주고. 점심을 먹고는 그동안 밀려있던 일 정리. 받은 파일과 줘야할 파일, 그리고 세부 일정 확인. 그리고 오후 5시 정도에 유럽 지사(그쪽 오전 9시)에 뿌릴 파일들이 있어 그 파일들을 준비했으나 파일 수가 많아 7시 정도로 지체되었다. 그리고 바로 정리할 것이 있어 7시 반 정도까지 정리 작업. 이 때쯤부터 너무 배가 고팠다. 그런데 이탈리아 지사에서 장문의 메일이 왔다. 아까 보냈던 작업에 대한 질문이었는데, 간단하게 한 마디로 답해줄 수 없는 내용이라 배도 고프고 귀찮아서 천천히 작성 하면서 2~30분 그냥 두고 있었는데, 그 때 차장님이 하는 말.


"박대리님, 좀 전에 테레자한테 온 메일 확인했어요?"

"네, 확인은 했어요."

"어, 이거 빨리 보내줘야할 것 같아. 얘네 늦게까지 일하는 거 진짜 싫어해."

(내가 답변을 보내기 전까지 일을 시작하지 않을텐데, 그러면 일이 지연되어 늦게까지 일할 가능성이 높아져 싫어할 것이라는 뜻.)

"네.."


"저도 늦게까지 일하는 거 진짜 싫어해요." 라고, 모니터에 대고 혼잣말을 하며

한국의 노동자인 나는 유럽의 노동자들이 늦게까지 일하지 않도록 저녁도 못 먹어가며 서둘러 답변을 써줬다.



이 날도 아마 화장실에서 펑펑 울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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