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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 도착!
21일 월요일 아침. 5시 반에 일어나서 씻고 마지막 짐 싸고 베이글 먹고 출발-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새벽 거리를 뚫고 달려서 김포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7시 반. 적당한 시간에 도착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빠듯하게 바로 비행기를 탔다.
수화물 23kg씩 두 명이면 46kg를 들고갈 수 있다고 생각했고 대한항공은 2~3kg까지는 그냥 추가요금 없이 봐줬던 것 같아 캐리어 하나는 20kg 이민가방 하나는 29kg 이렇게 맞춰서 들고 갔는데 짤없이 추가요금 5만원을 받더라. 이제는 둘이 합쳐서 46kg 이런 거 없고 무조건 가방 하나가 23kg, 이거 넘으면 24~32kg는 추가요금 5만원 이렇게 받는단다. 제길슨!
암튼 추가 요금에 로에니 티켓값 결제하고 2~30분 정도 시간이 남는 것 같아 엄마랑 차 한잔 할까 했는데 게이트로 들어가는 입구에 줄이 너무 길게 서있어서 그냥 바로 줄섬. 그놈의 테러때문에 여기도 훨씬 더 꼼꼼하게 짐 검사를 하는 바람에 사람들이 이렇게 줄을 서있더라는. 여유있게 차마시고 왔으면 비행기를 못 탈 수도 있었겠더라. 휴-
울먹거리는 엄마를 뒤로하고 돌아서서 나도 울고..왜 울었는지. 3개월 뒤면 아마 또 볼텐데.
그러다가 우리가 기내로 들고가는 짐에 액체/페이스트류 100ml 이상 크기를 들고가면 안 된다고 해서 슬픈 감정은 쏙 들어가고 다시 한 번 멘붕. 핸드크림, 바디크림, 아벤트 아쿠아 스프레이, 로션, 스킨, 선크림, 등등 화장품류가 들어있는 가방을 기내에 들고 타려고 했는데 이걸 다 버리던지 아니면 추가 요금 7만원을 내고 수화물로 부쳐야한다고. ㅠㅠ 생각해보니까 화장품류를 이렇게 많이 들고 타는 게 당연히 위험한 거였는데 왜 생각을 못했는지. 어쩔 수 없이 추가 요금 내고 부치려고 했는데 다행히 아까 무게 초과로 추가요금 내지 않았냐면서 이건 공짜로 부쳐주더라. 추가 요금 7만원에 감정이 롤러코스터.
아무튼 이러 저러한 일들로 빠듯하게 비행기에 탑승했다.
2시간을 날아서 도착한 북경은 소문대로 황사 가득-
짐 찾고 로엔도 찾고
로엔을 공항 검역소에 대려가서 서류작업을 했는데 계류 기간이 무려 1달이라는 비보 ㅠㅠ
우리는 1주일인줄 알았는데..
미안해 로엔. 우리가 집 구해놓고 있을게. 좀만 참아 ㅠㅠ
정말 기구한 묘생이지 뭔가..이제 2년 반인데 벌써 바다를 몇 번을 건넜으며 집이 몇 번이나 바뀐 것인지.
짐이 많아서 비싼 거 뻔히 알면서도 200위안을 주고(사실 70위안 정도면 우리가 가는 왕징까지 갈 수 있는데 ㅠㅠ) 택시(미니버스)를 타고 호텔에 왔는데 택시 기사가 호텔을 못 찾아서 정말 황당..호텔 근처에 와서 계속 뺑뺑 도는데 아무리봐도 아닌 것 같은 곳에서 여기 아니냐며 자꾸 내려주려고 하고. 영어는 한 마디도 안 통하고. chan이 구글맵 켜서 이렇게 저렇게 가라고 손짓을 하며 다시 가봐도 제대로 안 나오고 해서 또 멘붕. 결국 호텔로 전화해서 전화 바꿔줬더니 겨우겨우 찾아갔다. 진작에 전화를 할 걸..이 동네 몇 바퀴를 돌고나서야 이 생각이 났네..
진짜 웃겼던 건
중국은 팁 문화가 없다는 건 알지만 그리고 택시비도 엄청 많이 내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 뺑뺑이를 돈 것이 좀 안쓰러워서 2위안인가를 팁으로 줬더니 오히려 화를 내더라는. 자기 이렇게 심하게 돌아왔는데 겨우 이걸 주냐는 식으로. 그러면서 진짜로 기분 나쁘다는 듯이 안 받아버리더라. 어머나.
그래 중국에서 팁은 줘봤자 화를 부르는구나. 우리야 좋지 뭐.
암튼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겨우 호텔에 도착해서 짐 대충 푸르고 바로 마스크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주변도 좀 파악할겸 부동산도 찾아보고 지하철 역도 걸어서 가보고 하려고.
이렇게 보니까 완전 영락없는 중국사뢈 -_-;
의외로 영국에만 있는 줄 알았던 코스타가 있었다.
더 의외인 건 영국 코스타에서도 팔지 않는 London 머그컵을 팔고 있었던 것.
근데 제법 예뻐서 집 구하면 한 쌍 사려고 내 마음 속 위시리스트에 올려놓았다.
좀 돌아다니다가 한국어로 '부동산'이라고 써 놓은 곳이 있길래 들어가봤는데 한국어도 영어도 할 줄 몰라서 당황. 그나마 영어를 떠듬떠듬 하는 직원이 우리를 앉히고 물을 가져다 주었는데 결국 안 되겠다 싶었는지 윗층에서 조금 높은 사람(?)을 데리고 왔다. 영어가 조금 더 통하는 사람이었는데 이 사람한테 말해서 우리가 계획한 예산에 1베드 짜리 근처 아파트를 한 번 보고왔다. 의외로 깔끔한 것이 마음에 들고 예산에도 딱 맞고 입주 날짜도 아무때나(지금은 비어있는 집)라고 해서 확 이집으로? 하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다음 날 집주인 만나서 계약서를 썼다. 이렇게 집을 하나만 보고 계약하는 것이 좀 불안하긴 했는데...우리는 정말 집 보러 다니고 부동산들 상대하는 것에 너무너무 질려있어서...어쩔 수 없었다..어차피 1년은 시행착오를 겪는 기간으로 잡았기 때문에 뭐 살면서 부딪혀봐야지.
호텔 주변의 야경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소호 건물
존재감이 진짜 어마어마해서 압도당하는 느낌. 역시 대륙이구나 싶은.
북경의 첫인상
황사는 정말로 심하다.
비싼 고급 차들은 엄청 많은데 운전 매너는 엉망이다. 확실히 사람보다 차가 먼저임. 심지어 보행자 신호에도 우회전 차량들이 먼저 막 지나감..
스케일은 진짜로 진짜 엄청나게 크다. 건물 하나 블록 하나 크기도 다 크고 도로도 툭하면 보이는 것이 8차선..
인터넷에서 본 글로는 북경에 집을 구할 때 옆에 공터가 있어서 탁 트여서 좋겠다 하는 생각은 버리라고 하더라. 공터가 있는 곳에는 언제든지 건물이 들어설 수 있다고. 그것도 엄청 빠르게.
그리고 영어 정말로 잘 안 통한다. 근데 영어로 뭘 물어보면 무시하는 분위기는 아니고 자기들도 좀 긴장하는 분위기고 조금이라도 영어를 할 수 있으면 도와주려고 한다.
인스타그램이랑 카스가 안 된다!!!! 구글도 안 되고 지메일도 잘 안 되고 카톡은 잘 되다가 어느 순간 끊기고 좀 이따가 메시지가 몰아서 오기도 하는...공산국가 인터넷의 검열을 몸소 느끼고 있다. 젠장.
호텔 아침은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훌륭했다. 공간도 이쁘고 음식도 나쁘지 않고. 덕분에 오랜만에 신선한 샐러드를 먹었다.
훨씬 더 심해진 황사....
이 날은 정말 왠만하면 밖에 나가면 안되겠다 싶은. 무서워. 폐가 썩어나갈 것 같아 ㅠㅠ
북경에 사는 사람들한테도 이 날은 많이 심하다 싶은 날이었던 것 같더라.
부동산 계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가긴 했는데. 계약 마치고 바로 호텔로 돌아와서는 한 발자국도 안 나갔다.
아무튼 이제 북경 3일차
오늘 아침에는 vpn 사용에 성공했다. 구글을 보는 것이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ㅠㅠ 이제 좀 익숙해지면 인스타랑 카스도 해봐야징 ㅠㅠ
이제 오후부터는 공기 청정기랑 각종 주방용품같은 것을 좀 보러 돌아다니고
저녁에는 부동산이랑 연락해서 집 열쇠를 받을 예정.
'멘붕->부딪힘->극복/좌절' 이것의 반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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