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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151204, 런던에서 보낸 토요일, 한국, 또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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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보낸 토요일


우리 비행기는 11월 29일 일요일


전 날인 토요일에 마지막으로 센트럴로 외출을 했다.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화려한 런던의 센트럴은 엄청난 인파로 붐볐다. 





차이나 타운 쪽 M&M 매장에 살 것이 있어서 들렀는데 여기는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바깥보다 사람들이 더 많았다. 인파를 해치고 사려고 했던 것을 사고 겨우 빠져 나왔더니 뭔가 기가 빠진 기분.







소호쪽으로 걸어가서 Burger and lobster에 갔는데 역시나 사람이 많아서 30분 정도 기다려야 했다. 둘이서 각각 랍스터 한 마리씩을 시켰다. 예전에도 이렇게까지 맛있었었나? 싶을 정도로 너무 맛있어서 완전 행복해 하면서 입이랑 손에 다 묻혀가면서 다 먹었다. 








마지막일 것 같은 런던의 센트럴은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사람들은 많았지만 그 자리에 100년이고 200년이고 서있었던 건물들은 한결같이 고풍스러웠고 아름다웠다.


한 때는 참 힘들었고

또 한 때는 어떻게든 남고 싶었던 도시였지만

아름다운 런던 시내를 둘러보며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며 걸으니 이제는 좋은 기억을 안고 떠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었다. 

여기서는 할만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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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한국에 도착했다는 비행기 기장의 방송을 듣고 내릴 준비를 하려고 보니 chan의 츄리닝 바지 지퍼가 고장나 있는 것을 발견했다. 대학때부터 chan이 즐겨 입었던 오래된 제 2의 피부같은 옷이었는데. 하필 이 날 수명이 다했나보다. 우리 인생의 한 챕터가 끝났다는 게 시각적으로 명확하게 표현된 것 같았다. 이제 새 츄리닝 바지가 필요한 때인거다.


그래도 너무 아쉬워 마시라. 새 츄리닝은 사더라도 지퍼만 수선을 맡겨서 수명 연장을 시켜볼까 하는 중이니까. 아직은 이 빨간 츄리닝을 입은 chan을 더 볼 수 있을 것이다.




힘들게 비행기를 타고 온 로엔은 다시 호텔에 맡겨졌다. 

이제 또 베이징으로 떠나야하는 로엔.

휴..정말이지 주인 잘못만나서 고생이 심하다. 

그래도 이번에는 가면 4년 정도는 이렇게 큰 고난 없이 편안하게 살게 해줄게..


오랜만에 보는 한국의 첫인상은 칙칙하고 춥고 사람들은 불친절하고 촌스럽다..정도.

그래도 맛있는 것 먹고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니 그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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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떠난다.


이번 주 수요일 chan에게 오퍼를 준 회사에 오케이 하겠다는 메일을 보내는 것으로 우리가 베이징으로 가는 것이 공식적으로 확정이 났다. 28일부터 일을 시작하게 될 것 같고 베이징에 가는 것은 21일이 될 것 같다. 


너무 많은 것들이 불확실 했었는데 며칠 사이로 중요한 일들이 하나하나 결정되었다. 엄청나게 중요하고 우리 인생에 큰 변화가 생길 일인데 너무 빠르게 진행되었다. 용평에 가서 1주일 정도는 둘이서만 조용히 보내고 싶었는데. 그럴 시간도 없이 베이징으로 가서 다시 집을 구하고 짐을 푸르고 새로운 곳에 적응을 해야한다. 우리의 인생이 어떻게 이렇게 되었는지. 어쩜 이렇게 다이나믹한 여정이 되어버렸는지. chan도 나도 얼떨떨한 기분이다.


런던과는 다르게 막막한 것이 
사실 유학은 계획하고 준비했던 것이었고 적어도 나는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으며 그 외에도 런던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정보가 굉장히 많은 상태로 갔었는데

베이징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곳이다. 계획에도 없었고 예상도 하지 못했던 곳이다. 둘 다 중국어는 하나도 할 줄 모르고. 자기 이름 한자로 쓰는 게 우리 한자 실력의 끝일거다. 아마 1부터 10까지도 온전히 못 쓸걸. 게다가 그 곳에 대한 정보도 전무하다. 여행 좋아하고 열심히 다녔던 나지만 중국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솔직히 말하면 중국은 가고싶지 않은 나라였었다. 여행갈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굳이 그 기회를 중국으로 쓰고싶지는 않은..그런 곳이었는데. 지금은 의외로 싫지많은 않다. 물론 중국이라는 이유로 영국에 갈 때는 없었던 걱정되는 점들이 있기는 하지만 생각보다는 설레이고 기대되는 마음도 크다. 이게 정말 의외.


아무튼 베이징에 가는 것을 준비하는 의미로 한국에 오자마자 다음 날 시내에 나가서 서점에서 중국어 책 몇 권을 샀다.




내 수준에 맞는 책 발견




솔직히 중국어..

자신도 없고 크게 잘하고 싶다는 마음도 없다. 살면서 중급 정도의 실력까지만 갖추면 더이상은 하지 않을 것 같다. 


아무튼 예상 출국일은 21일. 

베이징으로 떠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