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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나 분석 1

나는 나 자신에 대해 도대체 나란 인간은 정체가 뭔가 늘 궁금하다. 이 궁금증은, 무엇보다도, 나란 인간은 뭘 해야 행복한가? 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시작된 것 같다. 나의 정체에 대해 궁금한 것도 많고, 생각보다 내가 모르는 내가 너무 많아 탐험할 분야가 무지막지할 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또 내가 여러 상황에 놓이면서 나 또한 변해가니, '나 분석'은 늘 바쁘고 할 일이 많다. 이제 다 안 거 같아, 하면서 살다가 갑자기 도대체 뭐지? 난 무슨 결정을 내려야 하는거지? 이게 제대로 하는 걸까? 하며 아무것도 모르겠는 순간이 또 찾아오는 걸 보면, '나 분석'은 평생 계속될 거 같다. 


여튼, 최근 내가 발견한 나의 새로운 모습.

이건 오늘 오후 무한도전을 보다가 갑자기 생각한 건데, 무한도전에 가수 보아가 나온 걸 보면서 나도 모르게 '쟤는 어릴 때 부터 저 바닥에서 살아왔으니 평범한 학창 생활을 보냈던 사람들이랑은 뭔가 기본적인 생각 부터 많이 다르겠지? 보아같은 애랑 친구해보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내가 충격을 받은 건 나는 '쟤와 친구가 되고 싶다' 라고 생각했지만, 그 저변에 깔린 내 마음은 '우정을 나누고 싶다'가 아니라 '쟤가 바라보는, 받아들이는, 세상에 대해 알고 싶다'라는 것이었다. 즉, 한 인간을 탐구의 대상으로 바라보았다는 것. 그러면서도 누구한테 하는 말도 아니고 나 혼자 생각만 하는 건데도 나는 '친구'라는 걸 생각했다는 것. 여기서 알 수 있는 것.


1. 나는 애초에 인간에 대해 '탐구'에 대한 자세로 접근하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나는 많은 경우 저 사람이 해석하는 세상이 무엇일지 너무 궁금한 경우에 그 사람과 가까워지고 싶다고 느꼈던 것 같다.


2. 나는 기본적으로 '우정'이라는 것이 결여된 인간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건 꽤나 오래전부터의 내 걱정거리였다. 실제로 나는 친구가 정말 없기도 하고, 오랜동안 친구라 생각하며 지내온 사람들과도 뭔가가 안 맞고,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점들이 점점 발견된다면 그 관계를 끊는 것에 큰 거부감이 없다. 물론 그렇게 되어버린 결과에 대해서는 유감이고 함께 즐겁게 보냈던 시간들은 여전히 좋은 추억으로 남기는 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이어졌던 관계를 논리적인 생각으로 '이제는 쟤랑 함께 시간을 보내도 즐겁지 않을 것 같아' 라는 결론에 다다르면 큰 거부감 없이 그 관계를 끊을 수 있다는 것은 인간적인 면이 결여된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래서 내가 그런 사람인 걸 숨기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나 혼자 하는 생각인데도 나는 '친구'라는 단어를 떠올렸던 것 같다. 


새롭고 재미있다.


덧붙여 오늘 언어학 입문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언어학을 공부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내가 그런 지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좋은데 요즘 보니까 나 기본 개념도 다 까먹었고 실제로 제대로 아는 게 거의 없어서 조금 부끄러웠다. 그래서 다시 꺼내 들었는데, 재밌다. 확실히 나는 지적 호기심은 많은 인간이지만(->인간에 대해 '탐구'의 자세로 접근한다는 전제도 여기에 들어맞는다), 그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한 기본 지식과 노력은 많이, 아주 많이 부족한 인간이라 여기서 부조화가 오는 듯. 가장 좋은건, 그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한 내 기본 지식과 노력을 끌어올리는 것인데 그게 잘 안 됨.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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