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기 너무 싫다.
이제 내일이면 회사 가야하는 게 너무너무 싫다.
내일 모레면 중요한 회의도 있고, 그 회의 전 후로 할 일도 많을텐데 그런거 생각하면 진짜 가기 싫다.
동시에 휴일에 이런 생각을 한 순간이라도 하고 있는 게 아깝다.
지난 번에도 한 번 말했듯이 이 정도면 현재 한국 사회에서 그렇게 나쁜 회사는 아니다. 최근에 야근을 좀 하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4달 정도 다니면서 야근 안 한 날이 훨씬훨씬 많았고 같은 사무실에 있는 사람한테 받는 스트레스도 많지 않다. 대부분은 고객한테 받는 스트레스다. 최근에 이런저런 사건들이 생기면서 압박스러운 일들이 많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주변 사람들과 비교해 봤을 때 분명 나쁘지 않은 곳이다. 그런데도! 너무너무 가기가 싫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더 가기가 싫다. 이건 결국 아무리 괜찮은 곳을 간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나는 '회사 생활'이 너무 싫은 것이기에 만족할 수 없고 6개월, 1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냥 더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나는..집에서 직접 요리해서 맛있는 것을 해먹고 읽고 싶은 책 보고, 굵직굵직한 나무가 많은 공원을 산책하고,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그렇게 살고 싶다. 누가 이런 생활을 바라지 않겠냐고 되묻겠지만..
사실 내가 볼 때는 회사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도 꽤 되는 것 같다.
1. 말로는 힘들다고 하고 회사 가기 싫다고 하지만 빡쌘 회사 다니다가 좀 널럴한 곳으로 이직한 사람들이 무료함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예전의 압박감 넘치는 곳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리고,
2. 회사 생활에서 부차적으로 오는 스트레스는 싫지만 일 자체에는 매력을 느끼기에 나름대로 성취감도 느끼고 하는 사람들도 가끔 보인다.
3. 혹은 회사 생활도, 일 자체도 다 싫지만 돈을 버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고,
4. 상사나 동료들에게 인정받을 때 희열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고,
5. 만약 좋은 회사를 다닌다면 내가 가진 하나의 타이틀로서 이용하며 만족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이 중 어느 하나에만 속하는 것은 아니고 2~3개 혹은 그 이상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이겠지. 회사 타이틀이 좋으면 보통 돈을 버는 즐거움도 생길 확률이 높고 뭐 그렇게.
물론, 다른 선택 사항이 없고 회사 생활이 죽어라고 싫지만 평생 해야 하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는 사람들도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찾을 여유도 기회도 없기에 생존을 위해 이 시스템에 나를 맞추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지금 말한 카테고리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을 거다. 세상은 넓고 개개인의 스토리는 너무나도 스펙타클하게 다양하니까.
뭐 여튼,
어찌보면 아직 나는 '생존을 위해 이 시스템에 맞추어 나 자신을 변화시켜야만 하는' 정도의 절박하고 슬픈 상태가 아닌 거기 때문에 다행스럽다고 생각해야할 지도 모른다. 비록, 이렇게 가다가 조금만 삐끗하면 그 상태가 되어버릴 수 있다는 두려움은 늘 있지만. 근데, 다행스럽다고 끝이 아니잖아? 그건 길가에 노숙자를 보면서 나는 밥먹고 사니까 다행이다-하는 것과 같은 거고.
그렇다면 저 위에 카테고리 중 하나라도 나에게 맞는 것이 있느냐? 없다고 봐야할 것 같다. 굳이 따지자면 제일 가까운 건 '돈 버는 것에 기쁨을 느낌' 카테고리인데..이것도 '기쁨' 까지는 아니다. 그냥 이렇게 벌어먹고 살기 힘든 사회에서 이번 달에도 굶지 않고 살겠구나, 얼마 정도는 저축도 할 수 있겠구나, 싶어서 다행인거지.
기본적으로 나는 회사에서 받는 압박감에는 치를 떨며(이게 뭐 이렇게까지 중요하고 급한거지? 왜? 나는 들어온지 6개월도 안 되었는데. 비록 경력직이지만. 이렇게 압박만 한다고 일이 해결되나? 여기 도대체 어떻게 굴러가는 곳이야? 하는 반발심만 잔뜩) 지금 하는 일 자체에 별 매력을 느끼지도 못하고(솔직히 재미 없다. 전문성도 별로 없고..), 상사에게 일적으로 인정받아도 전혀 기쁘지 않으며(기본적으로 나는 내가 존경하는 사람에게 받는 인정이 아닌 경우에는 별로 기쁘지도 않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기분이 나쁘기까지 하다. 그리고, 일 더 많이 줄까봐 걱정된다), 타이틀로 내새울만한 회사를 다니는 것도 아니고 설사 그랬더라도 그게 나를 만족시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그러니까 요리조리 봐도 나는 도무지 회사 생활을 하면서 즐겁거나 행복하기 엄청 힘든 인간인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