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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141217, 레스토랑 에피소드

동네 레스토랑에서 일한지 약 1달

이제 제법 익숙해졌고 육체적으로 힘든 것도 덜해졌다. 여전히 오전 중엔 몸사리느라 밖에 나가기가 꺼려지긴 하지만. 

레스토랑에서 입는 옷은 검은 남방에 검은 바지에 검은 신발-

검은 남방만 레스토랑에서 주고 나머지는 내가 조달해서 입고 신어야 한다..;; 


간만에 셀카(?) 찍고 잘나와서 올림ㅎㅎ




암튼 오늘은 어제 레스토랑에서 있었던 일을 적어보고자 한다.


노부부 두 쌍이 왔었다. 각각


노부부 1.


처음부터 거의 다 내가 서빙을 했다. 둘 다 인상이 괜찮아 보였고 내가 음식을 가져다주고 그릇을 치워줄 때마다 thank you, thank you so much,를 계속 말해줬다.(사실 이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다.) 그리고 계산은 다른 웨이트리스(에리카)가 가서 했는데. 나중에 에리카가 나를 뒤로 부르더니. 계산할 때 할머니가 이거 서비스 차지가 포함된 금액이냐고 물으면서, 그럼 그 금액에 너에게 돌아가냐고 묻더란다. 그래서 그냥 웃었더니 일단 계산을 마치고 나중에 매니저가 담배피러 나간 것을 확인하고 에리카를 불러 악수하는 척 하며 5파운드를 쥐어주었단다. 


원래 가끔 팁을 받긴 하는데 보통은 팁을 모아두는 통에 두는 것이 규칙이다. 그래서 일정한 금액이 모이면 나중에 웨이트리스들이 1/n로 나누어 가진다. 나는 아직 초짜라 아무도 모르게 팁을 받았더라도 이걸 꼬박꼬박 지켰는데. 에리카가 어제 이렇게 아무도 모르게 받으면 그냥 우리가 가져가도 된다고 ㅋㅋㅋ 그래서 5파운드를 사이좋게 2.5로 나누어 가지기로 했다. 



노부부 2. 


이 부부는 처음부터 계산까지 모두 다 내가 서빙을 했다. 둘 다 인상이 너무 좋았고 특히나 할아버지는 정말 사람좋은 냄새가 풀풀 풍기는 웃음을 내내 짓고 있었다. 계산을 할 때 역시나 서비스 차지가 포함된 금액이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대답했고 그 상태로 계산을 마쳤다. 그리고 부부가 같이 화장실로 가는 길에 할아버지가 아무도 모르게 나한테만 3파운드를 쥐어주면서 그래도 현금이 짱이지! 라며 또 그 사람좋은 웃음을. 

에리카가 5파운드 받은 걸 나한테 얘기해줬기에 나도 의리를 지키기 위해 3파운드 받은 걸 에리카에게 얘기하고 결국 서로 4파운드씩 나눠 가졌다는 훈훈한 이야기.



이 두 노부부때분에 어제 밤에 내내 기분이 좋았다. 



여기서 일하면서 느끼는 한국과 다른 점은..여러 가지가 있지만 특히나 눈에 띄는 것을 말하자면


10명 중 2~3명은 계산할 때 '이 금액에 붙은 서비스 차지 비용은 너에게 돌아가냐?' 라고 묻는다는 것. 나는 이 질문을 받으면 그냥 '아니'라고 대답하는데 그럴 때마다 분개하며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이게 문제라니까?' 라며 일행과 함께 열변을 토한다는 것. 


2~3주 전에 온 손님 중 한 명은 이 서비스 차지가 우리(웨이트리스)에게 돌아가지 않는 다는 것에 분개하며 따로 화장실 앞 쪽으로 불러서 돈을 쥐어주기도 했다. 


또 한 가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유가 있다는 것.

경제적으로..오는 여유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국에서 보다 훨씬 더 삶에 대한 여유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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