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참 애매한게..
양가 부모님들을 위해 쇼잉용으로 만들어 놓은 카스를 하다보니까 블로그를 잘 안 하게 되는..그런 게 생겼다. 사진도 겹치고 내용도 대충은 겹치고. 하지만 싫은 건..카스는 말 그대로 쇼잉용이기 때문에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것. 블로그에 내가 맨날 이런저런 얘기를 올리는 건 일단 내가 기록에 대한 집착이 있는 것도 있지만 그 외에도 딱히 특별해서가 아니라..그냥 내 삶이니까..좋은 일도 나쁜 일도 되도록 잊고싶지 않기 때문에. 써놓고 나중에 들춰보고 싶은 것이 가장 큰 이유인데. (물론 블로그도 당연히 100% 진정성을 가질 수는 없지만. 구체적인 것은 쓸 수 없더라도 내 마음은 솔직하게 기록할 수 있으니까.) 카스 때문에 놓지는 것들이 더 많아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냥 사진 겹치고 얘기가 겹치더라도 안 겹치는 몇 줄 때문에라도 써보기로.
런던에서 크리스마스 시즌 보내기-
*
12월 초
Winter Wonderland로 변신한 Hyde Park에 놀러갔다. 규모와 화려함에 압도되어 계속 들떠있었던 하루-
런던아이 아니고 그냥 대관람차
2파운드 내고 숫자에 걸어서 그 숫자가 나오면 2키로짜리 토블러론을 받는 도박판 ㅎㅎ
우리도 살포시 2파운드를 내고 38/88에 걸어보았지만...역시 꽝
우리는 정말 이런 데는 운이 없는듯..
우리나라 시내 나가면 맡을 수 있는 군밤 냄새가 나서 봤더니 여기서도 비슷한 걸 파는 듯. 신기했다.
롤러코스터도 있고
회전목마 돌아가는 무대에 테이블 만들어놓고 사람들이 천천히 돌아가는 무대에 낑겨 서서 술마시고 얘기하는 모습
유령의 집도 있고
멀드 와인 파는 곳도 있고
여긴 술마시는 무대 아니고 진짜 회전목마
산타의 술집
달달이들
여긴 정말 충격과 공포의...매지컬 아이스 킹덤
여기를 한 사람당 8파운드에 인터넷 예매 차지로 2파운드..그러니까 총 18파운드를 내고 들어간 곳이었는데..
진짜 이렇게 별로일 줄이야. 그렇지 않아도 추운 날이었는데 덕분에 더 추워지고..얼굴 다 얼어서 나왔다. 벌벌 떨면서 약 10분만에 끝난 구경에 여길 약 3만원 넘게 주고 보고 왔다는 게 믿을 수 없었지..
혹시라도 윈터 원더랜드 방문할 사람이 이 글을 본다면..홈페이지에 나와있는 돈 내고 들어가는 곳 절대로 미리 예약할 필요도 없고..그거 말고도 그냥 구경할 거리 너무 많으니 굳이 돈내고 이것저것 해볼 필요도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차라리 그 돈으로 이런저런 군것질거리 사먹는 게 더 좋을 듯 ㅎㅎ
크리스마스 1주일 전
Oxford Circus에서 아이쇼핑
영국은 크리스마스 다음 날이 12월 26일이 Boxing Day라고 해서 큰 세일이 시작한다. 게다가 무려 공휴일-
이 날은 센트럴에 나오면 사람이 미어터지고 늦게오면 마음에 드는 건 사이즈가 없을 확률도 높다고 하여..미리 와서 사둘 것을 봤던 날. 아 쇼핑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란. 참으로 바람직하구나!
이 날도 거리의 크리스마스 장식도 정말이지 볼만했다. 여기는 크리스마스가 거의 무슨 축제 분위기다. 정말 화려하고 얘쁘고 어딜 가도 캐롤을 들을 수 있다.
chan이 나에게 권했던 옷 두 벌...
가끔 나한테 이러더라..
디즈니샵에 들러 찍어본 요다님
심심해서 이 사진에 요다님의 명언(Do or Do Not. There is no try.) 넣어 핸드폰 배경 화면을 만들어봤다.
아이쇼핑을 마치고 뭐라도 먹으려고 막스앤 스펜서 푸드코트에 들어와 돈 다 내놓고 진동벨 받고 자리잡고 앉아서 기다리는 중이었는데 이 사진을 찍고 바로 화제 알람이 울려서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는...
근데 신기하긴 했다. 화제 알람이 울리니까 아무도 당황하지 않고 다들 그냥 당연하다는 듯이 주섬주섬 옷 입고 직원들 말 따라서 줄 서서 비상구로 천천히 내려가는 모습이..
이 모습을 보니까 문득 한국에서 있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LB에서 일할 때 사무실에서 화제 알람이 울린 적이 있었다. 뭐 훈련 상황(?) 그런 건 줄 알고 당연히 다들 들은 척도 안 하고 일을 했는데 알고보니 지하 음식집에서 정말로 불이 났었다는..그 음식집은 몇 주 문을 닫았던 것 같다. 다행히 건물 전체에 큰 피해는 없었지만.
그리고 나 목동 오피스텔에서 살 때..내가 살던 곳이 18층이었는데. 어느 날 샤워를 하고 있는데 집 현관문을 엄청 쾅쾅 두들기를 소리에 허겁지겁 나가보니 옆집 사람이 건물에 불났으니까 빨리 대피하라고. 미친듯이 빨리 옷입고 중요한 것 챙겨서 계단으로 뛰어 내려갔었다. 이 때 건물 관리인이나 안전요원?같은 사람은 없었고 그냥 알아서 대피- 다행히 되게 큰 불은 아니었고 금방 진압되어 큰 피해는 없었지만. 알고보니 내 방 바로 밑에집에서 난 불이었다는..무서운 얘기.
뭐 암튼 건물 밖으로 대피해 있다가 한 20분 뒤에 다시 문 열어주길래 올라가서 우리 음식 어떡하냐고 물어봤더니 오븐에 전기가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고..일단 공짜 케이크를 먹으며 기다려달라고..해서 카푸치노 케이크랑 초코 케이크랑 한 조각씩 먹었는데. 전기가 돌아오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고 하여. 그냥 환불받았다. 근데 매니저가 미안하다며 도장 다 찍힌 음료 쿠폰 두 장도 주길래 냉큼 받아왔다. 결국 화제 알람 해프닝으로 공짜 케이크에 공짜 음료 쿠폰 받고 나왔다는 이야기.
그리고 밤이 되자 더 화려해진 거리-
23일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대부분 상점도 문을 닫고 심지어 대중교통도 운행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고 23일 아침에 크리스마스날까지 먹고살 것을들 사러 나왔다. 연어도 사고 닭도 한마리 사고..이것저것 잔뜩 사고 동네 스타벅스에 들러서 에그노그 한 잔. 처음 먹어봤는데 맛있었다.
크리스마스 당일
점심에 연어스테이크 해먹고 동네 산책겸 나갔다 왔다. 정말로 많은 상점들이 문을 닫아 한산한 거리..그래도 우리 동네는 유태인들이 워낙 많아서 쉬지 않는 가게도 가끔씩은 보였지만. 그리고 버스정류장에도 '크리스마스 날엔 운행하지 않는다.'는 안내문. 약 11월부터 도시 전체가 온통 축제인듯 화려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들떠서 돌아다니고 하는데..정작 당일은 굉장히 고요했다. 정말로 가족들이랑 함께 보내는 날인듯.
동네에 스타벅스, 코스타, 카페 네로가 다 모여있는 곳이 있는데 스타벅스만 문을 열고 나머지 두 곳은 다 닫았다. 스타벅스가서 에그노그 한 잔 또 마시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버스도 안 다니고 대형 마트랑 커피 전문점도 문을 닫는 신기한 구경
산책 마치고 5시쯤 이미 깜깜한 한밤중이 되어 밝은 달이 뜬 런던
또 심심해서 어플로 장난
나름 엽서같지 않나 싶어 뿌듯했다 ㅋㅋ
26일
Boxing Day
사람들이 미어터지게 많다는 이야기를 반신반의하며 아침 일찍 집을 나섰는데. Oxford Circus에 도착하니..진짜로 사람이 많았다. 큰 백화점과 상점들 앞에는 안전요원들이 서있고 벌써부터 가게 앞에 줄을 서있는 곳도 있고...우리도 전투적으로 돌아다니며 옷 몇 개 사고 했더니..시간이 지나며 거리에 사람들은 더 많아져서 잘 걸을 수도 없을 정도. 그냥 앞에 사람 따라가야하는..한국에 출퇴근 시간 지하철역인줄;;
그리고 배가 고파서 맥도날드에 갔는데..여기도 진짜 사람들 미어터지더라는. 우리도 어찌저찌 겨우 자리를 잡고 앉긴 했는데..우리 뒷편에서는 자리 하나가지고 흑인 여자랑 아랍권(?) 여자랑 손찌검까지 하며 싸웠다는...;
아침 일찍 나와 오후에 돌아오는 계획을 세우길 잘한 것 같다. 오후에 나왔으면 쇼핑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사람도 많고 내가 원하는 사이즈는 이미 빠졌을 가능성이 엄청 높았을 것 같다.
*
번외
드디어 몬모스에서 커피빈을 사서 먹었는데. 우왕 굿!!! 확실히 스타벅스보다는 맛있다.
250g에 6.5파운드니까 한국에서 커피 사다먹은 가격 생각하면 전혀 비싸지도 않다. 이걸 사려면 굳이 센트럴까지 나가야 한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
뻘짓
난 원래 바느질 되게 못한다. 중학교 가정 시간에 기본점수보다 1~2점 더 받은 실력이다. 근데..여기와서 산 파자마 바지가 너~무 길어서(아씨!!! ㅠㅠ) 갑자기 필 받아서 바느질을 했다. 약 15cm를 잘라내고 끝부분을 듬성듬성 바느질을 했는데..파자마니까 좀 막해도 되겠지? 하고 정말로 막했더니..이렇게 됐다. 아 엄마 보고싶어. 우리엄만 바느질 짱 잘하는데!
chan도 좀 길어서 불편한 파자마 바지가 있어서 '내가 줄여줄게! 이리줘봐.' 했는데..자꾸만 자긴 괜찮다고..접어 입으면 된다고...
아 긴 포스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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