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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141209, 힘든 하루

12월 8일 월요일


레스토랑에서 오늘만 낮 시간(12시~3시)에 일해달라는 부탁을 받아서 아침부터 분주했다. 11시 정도에 나가는 chan이랑 같이 먹을 아침을 만들고 간단하게 샌드위치를 싸주고 돌아서니 바로 내가 나갈 준비를 해야 했다. 


12시에 갔더니 단체 손님이 와있었다. 60살 할머니 생일 잔치였는데 또래 할머니들 약 40명이 왔다. 그리고 남편이랑 자식들이랑..사실 할머니라고 쓰기에는 다들 너무 젊고 건강해서 좀 이질감이 느껴지긴 하지만. 60살인데 다들 멋진 원피스에 하이힐에 부츠에 구두에 멋지게 차려입고 예쁘게(전혀 촌스럽지 않게) 화장을 하고 와서 서로 볼에 부비부비 키스를 하고 반갑게 인사를 하고 떠들고...노래 부르는 사람도 불러서 파티를 하는 내내 멋진 생음악도 들을 수 있었고. 파티 중간중간에 딸, 남편, 아들이 앞에 나가서 얼마나 좋은 엄마인지, 친구인지, 아내인지에 대해 스피치를 하기도 했다. 이런 모습도 나에게는 다 문화충격으로 다가왔다. 


영화에서만 보던 가족들의 '스피치'가 정말로 일상 생활에서 하는 거구나.

우리나라 60살 할머니들이 이렇게 멋지게 차려입은 모습을 본 적이 있나?

우리나라는 정말로 중상층이 무너진걸까?


암튼 3시가 조금 넘어서 정리까지 모두 끝나고 나와서는 쇼핑을 갔다. 샴푸랑 아이 리무버랑 그 외 그로서리 쇼핑. 쇼핑 마치고 집에 오니까 4시..1시간도 못 쉬고 다시 나가야 했다. 5시에 다시 출근할 때 이미 피곤한 상태여서 저녁 시간은 좀 한가하기를 바랬는데..저녁에는 또 20명 단체 손님이 갑자기 예약하고 옴. -_- 단체 손님 말고도 짜잘한 손님들도 끊이지 않고 옴. -_- 


눈이 점점 쾡해지고 팔다리에 점점 힘이 풀리고 있는데 9시쯤에 사장이 잠깐 부르더니 내일 낮에도 나와줄 수 있냐고 묻길래 "ablsolutely not" 이라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낮에 하고 저녁에 또 하는 건 정말로 내 체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걸 확실히 깨닳았다.

 


그러고 있는데 잠깐 확인한 핸드폰 문자에 chan이 남긴 메시지..'오늘 집에 못 갈 것 같아...' 


사실 chan도 화요일이 마감이라서 지난 주 부터 꽤 바쁘게 달리고 있는 중이었다. 금/토/일에는 계속 새벽 늦게까지 작업을 했고...그 좋아하는 무한도전도 미뤄놓고 못 보고 있었다. 일 끝나고 전화해보니 팀 멤버중 한 명이 기숙사에 살아서 거기에 가있다고..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밤을 샐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ㅠㅠ


아! 나도 힘든 하루를 보냈는데 집에 가서도 계속 혼자일 거란 생각에 조금 외로웠고

그러고보니 영국에 와서 혼자 밤을 보내는 건 처음이라는 생각에 조금 무섭기도 했고

chan도 며칠간 무리했는데 오늘은 거의 밤을 꼴딱 샐 것 같아 마음이 안 좋았다.



방에서 자는 건 좀 더 외롭고 무서워서 

결국 침대에 있던 전기장판을 거실로 끌고 나와서 모던패밀리 틀어놓고 로엔이랑 거실에서 잤다.





힘든 하루가 지나고 

오늘 새벽

잠깐 잠에서 깼을 때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해가 뜨고 있었다.





우리 둘 다 수고했어.

오늘 밤엔 잭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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