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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 내리는 날에 동네 산책을 했다.
비가 정말 가랑가랑 내려서 우산도 없이 우비만 입고 모자 쓰고 걸었더니 좋더라.
안개인지 비인지 알 수 없이 몽환적인 분위기가 내려앉은 동네 구경하다가 돌아왔음.
동네에서 가끔 가는 까페.
우리 동네에서 유일하게 예쁜 개인 까페.
커피맛은 별로인데 싸니까 이해할 수 있다.
근데 애기 엄마들이 애기 데리고 많이 오기 때문에 시끄러운 애기가 언제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 함정.
이 날은 이웃집이 집수리를 하는지 아침부터 전동드릴 소리가 드르륵 드르륵 나길래 안 되겠다 싶어서 왔는데..
시끄러운 애기를 만났다.
소리지르다가 울다가..엄마가 잠시 달래주면 좀 잠잠했다가 엄마가 본격적으로 수다좀 떨라고 하면 또 다시 소리지르다가 울다가..그러면 또 달래다가...이걸 약 1시간 넘게 하더니 결국 나갔다.
아무튼 육아는 정말 힘든 일이다.
이 곳에 1시간 넘게 애기 소리지르는 소리를 들으며 작업했던 나도 힘들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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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일
거의 1달 전의 일.
결혼 4주년 기념일이었다.
chan이 마감이 코앞이라 그냥 기념일이구나 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chan이 야근하고 집 앞에서 케이크를 사왔다.
결혼 4주년.
사귄지는 9년.
아직까지는 재미있게 잘 살고 있으니까 뭐..그걸로 된 거겠지.
하지만 그래도
야근과 철야, 주말 근무로 바쁜 한국 설계 회사를 떠나고
언제 어디로 또 우리가 떠날지 몰라 항상 유목민같은 정신으로 사는 날이 언젠가 지나서
이런 기념일에는 좋은 레스토랑에 예약해서 예쁘게 꾸미고 나가서 맛있는 식사와 함께 여유가 느껴지는 시간을 보내거나
짧더라도 미리 계획한 여행을 떠나거나
그럴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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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콘
드디어 집에서 스콘을 구웠다! 그것도 무려 두 번이나! 다른 레시피로!
날이 쌀쌀해지면서 홍차를 많이 마시게 되자 자연스럽게 스콘이 생각났다.
베이킹은 안 한지 몇 년이나 지났기 때문에 좀 망설여졌지만 레시피 몇 개를 정독하고 나니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스콘을 그렇게 어려운 베이킹이 아닌듯.
저녁 배부르게 먹고 난 주말 밤에 한 판 굽고
구운 걸 바로 먹어봐야 한다며 결국 또 크림치즈에 딸기쨈 잔뜩 발라서 하나씩 먹었다.
맛있어...
그런데 사실 내가 기대한 맛은 아니었다.
지금 보니까 좀 오버쿡이 된 듯...
중간중간 좀 살펴봤어야 했는데 그냥 레시피에 나온 대로 시간 설정하고 그대로 두었더니 이렇게 됐나보다.
그래서 2주 뒤에 다시 구운 스콘!
재료도 좀 다르다. 이번 건 요거트가 좀 더 많이 들어가는 레시피.
비교를 위해 이전 거랑 같이 먹어봤다.
(저 모양은 chan이 곰돌이 모양으로 찍어달라고 요청해서 나온 것....부풀어 오르는 빵이라 니가 생각하는 그런 곰돌이 모양은 나오지 않을거라고 말했는데도...그래도 해달라고 해서 해줬더니 이렇게 그지같은 모양이 나왔다..)
첫 번째 만든 게 오른쪽, 두 번째가 왼쪽
첫 번째가 좀 더 담백하지만 퍽퍽했고 두 번째 것이 더 촉촉했다.
첫 번째가 오버쿡되지 않았다면 괜찮았을지도 모르겠는데...
chan과 나 둘 다 두 번째 것이 더 맛있다고 결론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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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
요즘 샐러드를 열심히 해먹고 있다.
얼마나 그동안 야채를 안 먹었으면...'아 싱싱한 샐러드 먹고싶다!'는 생각이 며칠 내내 들었었다.
제철에 맞게 고구마랑 사과 넣는 것도 좋고
클래식하게 삶은 계란과 토마토 넣는 것도 좋고
건강한 느낌나는 버섯이랑 두부 넣는 것도 좋고
고구마&사과 버전이랑 계란&토마토 버전은 모두 옥수수 통조림, 건크랜베리, 올리브가 들어간다.
아무튼 샐러드를 지금처럼 계속 자주 해서 먹어야겠어..
요즘 정말 이상한 것이.
집에서 혼자 와인 한 잔씩 홀짝거리는 걸 꽤나 즐겼던 터라 굉장히 자주, 일주일에 2-3번 혹은 그 이상 그렇게 마셨었는데 요즘들어 와인 생각이 전혀 나질 않는다. 가끔 chan이 맥주 마시고 싶다고 하면 500ml 캔을 따서 내가 반 정도 같이 마셔줬었는데 (내가 안 마신다고 하면 chan도 안 마신다. 맥주가 결국 반 이상이 남아버리기 때문에..) 요즘은 그것도 싫어서 거의 마시질 않는다.
그리고 라면!
거의 한 달 동안 라면을 먹을 때마다 별로였어. 예전같이 맛있다는 느낌도 없고 반 정도 먹으면 그냥 버리고 싶고...
뭔가 몸에서 건강한 것을 마구 찾는 느낌.
그만큼 위장이 손상이 되었기 때문일까?
아무튼 몸에 좋지도 않은 라면이랑 술이 안 땡기니까 좋긴 하다만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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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하 크림빵
동네 바보형이랑 또보겠지 떡볶이 먹고 내려오는 길에 발견한 빵집.
그냥 빵집이 귀엽게 생겼고..크림빵만 전문(?)으로 파는든한 것이 특이해서 그럼 한 두개 사가지고 갈까? 싶어서 큰 기대없이 들어갔던 곳.
그 날이 2주 전 금요일이었는데
토요일에는 소금 크림빵(이 집의 대표 빵인듯)을 판매할 수 없다고. 광화문 광장에 나가서 소금 크림빵을 사람들에게 나누어줄 예정이라는 안내 문구가 있었다.
이 문구를 보고 맛이 있든 없든 몇 개 사가지고 나가야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가게를 자세히 둘러보진 못했지만 빵 종류는 몇 가지의 크림빵뿐이고 나머지는 케이크 종류였던 것 같다.
나는 크림이 느끼하면 진짜 잘 못 먹기 때문에 여차하면 chan에게 다 줄 생각으로 요거트 크림빵이랑 소금 크림빵 이렇게 두 개를 사서 나왔다.
그런데 너무 맛있어!
으악
진짜
이거 뭐지
크림이 입 속에 들어가면 사라져버려!
하나도 느끼하지 않아!!
다음 날 감동받으며 먹었다.
chan도, 동네 바보형도, 동네 바보형 남편도 모두 다 감동받았다며 극찬이 오가는 전화 통화를 했다.
그러고 나서 검색해보니까 어느정도 알려진 집이었더군.
아무튼 맛집을, 그것도 시위가 있는 날 그 유명한 빵을 나눠줄 정도로 훌륭한 사람들이 운영하는 맛집을 알게되어서 너무 기뻤다.
위치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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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그동안..그러니까 회사 일을 하면서부터? 집중력 장애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정말 짧은 시간밖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내 모습을 최근에 발견했다. 물론 어떤 강제성을 가지면 이 정도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그렇지 30분을 온전히 앉아서 집중하기 힘들어 하는 걸 보고 기가찼다. 나 분명히 지금 아이큐 검사하면 옛날보다 훨씬 더 떨어져있겠다 싶었고..그동안 진짜 너무 게으르고 멍청하게 살아왔구나 싶고. 요즘에는 그래도 좀 노력을 해서 이 정도 까지는 아니긴 하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아주 게으른 인간이기 때문에 항상 노력하지 않으면 멍청한 삶을 살게 되는 건 순식간일 거다. 휴..게으른 인간은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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