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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161108, 가을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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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가을 밤




집에서 노래 들으면서 홍차 마시면서 오랜만에 다시 들어온 한국어 검수 일을 하고 있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밖이 벌써 어둑하다. 세상에. 그러고보니 11월이네. 창 밖에 보이는 나뭇잎도 이제 붉어졌네. 2016년도 이제 2달도 안 남았네. 지금쯤 런던에 있었다면 한창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화려한 센트럴에도 나가보고 그럴텐데. 서울은 크리스마스 정신이 너무 부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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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의 야근


chan은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마감 모드에 돌입했다. 그 말은 바로 지금부터 마감까지 계속 야근에 주말 출근이 이어질 거란 뜻이다. 그래도 지금 다니는 회사는 쥐꼬리만큼이지만 야근 수당과 주말 수당이 있어서 약간은 위로가 된다. 게다가 마감을 1-2일 남겨놓은 상태가 아니면 새벽까지 이어지는 야근은 별로 없고 평일 야근은 보통 10시까지다. 야근을 하고 주말 출근을 할 때마다 몸도 피곤하고 여러가지로 참 싫은데. 그러다가도 또 제대로(평일 야근은 2배, 주말 출근은 2.5배의 수당) 챙겨주지는 않지만 조금이라도 수당을 주는 것이 어디냐. 그리고 보통 10시면 퇴근하고 집에 오니 그게 또 어디냐. 수당 같은 건 그 전에는 구경도 해보지 못했고 또 평일 야근도 도무지 몇 시에 끝나는지 끝나기는 하는지 하며 눈치보고 퇴근하기 10분 전에 퇴근하는 걸 알게될 때도 있었는데. 하면서 위로를 하긴 하는데..참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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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들


이제 첫째 조카 예인이는 초등학교 6학년이다. 내년 3월이면 무려 중학생이 된다. 세상에. 며칠 전 엄마 생일이라서 모인 자리에서 예인이가 내 옆에 앉아 있었는데 이제는 정말 친구같은 대화가 가능했다. 놀라웠던 포인트.


- 순siri 사건에 대해서도(어느 정도 깊이로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알고 있었고 촛불 집회에도 한 번 나가보고 싶다고 했다. 

- 미래 직업으로 바이오 에너지 연구원 또는 유전자 조합을 이용한 작물 재배, 파일럿 등등에 관심이 있단다. 바이오 에너지가 뭐냐고 되물어야 했다.

- 친구 중에 해리포터를 원서로 읽는 아이가 있단다.

- 해금을 배운지 꽤 되었다고..

-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사귀던 남자친구와 지금도 연락하고 방학이 되면 만난단다. 여전히 남자친구 여자친구인 사이로.

- 여드름이 많이 났다. ㅠㅠ

- 키랑 몸무게가 나랑 거의 비슷하다. 키도 2-3cm 차이. 몸무게도 2-3kg 차이. 키는 벌써 엄마보다 크다고 자랑하길래 좋겠다고 말해줬다. 난 아직도 우리 엄마보다 작은데.


둘째 셋째 조카인 채윤이와 소윤이. 

이 둘은 애증의 관계다. 특히나 채윤이 쪽이 소윤이에게 애증을 많이 느끼고 있다. 소윤이는 그런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기에는 아직 너무 어리다.


집 안에서 채윤이는 소윤이를 질투하고 엄마 아빠의 사랑과 관심이 소윤이에게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온갖 신경을 써가며 애쓰는데 막상 어린이 집에 가서는 아기들 반에서 소윤이 우는 소리가 들리면 막 달려간단다. 아 너무 귀여워. 아무튼 작은 오빠네는 애기 둘을 보느라..늘 전쟁이다. 나는 하루만 보니까 너무 예쁘고 좋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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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요즘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동네 바보형을 만나서 이대-신촌-홍대 일대를 누비고 다니며 핫하다는 스터디/북/만화 카페 등을 다니고 있다. 사실 난 별로 관심이 없고 동네 바보형이 업계 순찰을 돌고자 하여 같이 다녀주는 중. 그래서 가는 곳도 항상 동네 바보형이 정한다. 그런데 한 두군데 빼고는 도무지 왜 유명한지, 인기가 많은 게 맞는지 의심스러운 곳 투성.


한 곳(종로에 있던)은 공기가 너무 안 좋았다. 추운 날이라 천장에서 히터가 나왔는데 히터에서도 먼지가 같이 나오는 것 같고 기본적으로 환기를 잘 시키지 않는 듯한 묵직한 공기에 청소도 자주 하는 것 같지 않았음. 비염 증상이 있던 동네 바보형은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콧물에 재채기를 했고 축농증 증상이 있던, 특히나 그 날 미세하게 인후통이 있었는데 거기 앉아있으면서 인후통이 심해지고 미열도 나기 시작하는 것 같았음. 둘 다 공기에 예민한 사람들인지라 특히나 별로였던 곳. 게다가 커피는 맛도 없었는데 5500원이나 했다.


또 한 곳(홍대에 있던) 곳은 스터디 카페이면서 동시에 잔치국수 같은 음식을 같이 팔았다. 홀이 있고 홀을 주변으로 룸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였는데 룸도 문이 있는 것이 아니고 그냥 벽을 반 정도 쳐 놓은 상태. 그래서 룸 같은 곳에 앉아 있으면 음식 냄새도 많이 나고 가끔 식기를 씻는(쇠 젓가락들이 부딪히는) 소리도 크게 들려서 영 좋지 않았다. 음료를 따로 팔지는 않고 그냥 시간당 이용 요금(1시간에 1500원)만 내면 티백으로 된 차와 맛없는 커피는 마음껏 가져다 먹을 수는 있었다. 그나마 저렴하다는 게 장점일지도. 


뭐 아무튼 생각보다 내 맘에 쏙 드는 카페를 발견하기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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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테스


요즘 유튜브로 Cassey Ho 라는 필라테스 강사의 비디오를 보고 따라하고 있다. 일주일에 3회 이상은 하려고 노력 중인데 지난 주부터 몸살 기운에 이어 인후통이 있어서 본의 아니게 7일 넘게 쉬고 있다. 헬스보다는 확실이 요가나 필라테스가 나랑은 잘 맞는다. 이제 몸도 다시 괜찮아 졌으니까 오늘부터 다시 시작해야지. 수영도 너무 좋은데..날이 너무 추워져버렸다. 게다가 지난 번 다니던 수영장에서 아쿠아로빅을 하던 할머니가 크게 사고를 쳤다는 소식을 들은지라.....수영장 물에 몸을 담그고 싶지가 않아졌다. 물 관리 정말 잘 되는 수영장 어디 없나..그런 곳만 찾으면 진짜 평생 운동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무튼 수영은 나중에 다시 하더라도 근력 운동은 이제 정말 필요하니까 필라테스를 꾸준히 해볼까 싶어서 시작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밖에 나가서 낯선 사람들이랑 같이 운동을 하는 게 난 좀 내키지 않았는데 유튜브 덕분에 집에서도 얼마든지 (의지만 있다면!) 할 수 있으니 정말 좋다. 


근데 근력 운동은..하고 나면 땀도 흘리고 개운하고 좋은데 하기 전까지 자꾸만 미루게 돼. 힘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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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


아무튼 시국이 심난한 요즘이다. 까도 까도 양파같은 기득권들. 우리나라를 본인들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짓주무르고 동조한 자들, 그걸 보고도 방관한 자들, 그리고 그냥 너무 심하게 멍청한 인간. 처음에는 정말 충격적이었는데 이제 매일매일이 충격이라 사실 엄청나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어도 그냥 무덤덤해졌달까. 


'그래, 그럴 줄 알았어.' 

'그랬겠지 뭐.'

'그러고도 남지, 암.'


이렇게 무뎌지는 것이 좀 무섭고 서럽다. 


이제는 그들이 어떤 짓까지 벌였는지보다 이 시국이 어떻게 흘러갈 지가 더 궁금하다. 이번에도 그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고 유야무야 넘어간다면 온갖 사기와 편법과 관행을 빙자한 불법적인 일들이 자행되겠지. 지금보다 더 대놓고 판을 치겠지. 그렇게 되면 왠지 굉장히 빠른 시일 내에 필리핀같이 일상 생활에서 치안이 치명적으로 위협받는 수준의 나라가 될 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