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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내가 본 로마와 로마 사람들

오늘(7/20, 토) 드디어 마지막 날 관광을 끝내고 호텔로 돌아왔다. 한국 가기 전 잊기 전에 약 2주 동안 로마에서 받은 인상, 도시 느낌, 등 정리.



#1. 대중 교통


버스 - 많이 흔들리고 달릴 때 엄청난 노이즈. 사람들도 대부분 많이 시끄러운 편이라 소음 공해가 심하다 할 수 있다. 가장 안 좋은 건, 시간 잘 안 지킨다. 호텔 앞 버스 정류장에서 최대 40분까지 기다린 적 있음. -_- 솔직히 버스는 한국보다 좋은 건 하나도 없는 듯.


지하철 - 그래피티! 아아..정말...지하철이 온통 그래피티로 도배되어 있다. 가끔 멀쩡한 것도 있는데 아마 그것도 조만간 그래피티로 온 몸이 둘러지지 않을까 싶다. 정말 안 예쁨. 그래피티는 사실 지하철 뿐 아니라 도시 곳곳에도..로마 시내 말고 조금만 외곽으로 나오면, 뭐 판판한 벽이다-싶으면 다 그래피티가 있다고 보면 된다. 내 의견으론, 도시 미관을 (심하게) 해치는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도시악! 그리고 문 닫히고 열릴때 소리가....너무 커. 지하철도 역시 소음 공해. 그리고 서울로 치면 서울역같은 Termini역 빼고 다른 역은 다 너무 지저분..바닥도 벽도 계단도. 또 웃기는 건, 지하철 표시를 보고 계단으로 내려갔어. 그래서 표를 내고 안으로 들어갔어. 근데 이 계단을 통해 들어오면 말하자면, 인천행밖에 안 가는 열차인거야. 내가 청량리나 의정부행 열차를 타고 싶으면 다시 계단을 올라가서 지상에서 길을 건너서 다시 내려가야함. 아놔 -_- 물론 표는 보통 1회권 이런 건 없고, 1일표, 혹은 제일 작은 단위가 100분간 지하철/버스 다 사용할 수 있는 표, 이런 거라서 다시 표를 사야하는 일은 없겠지만. 지하철 시설이 미친듯이 좋은 서울에서 온 나에겐 너무 짜증스러웠던 일. 


#2. 사람들


서비스 업종 - 서비스 정신 별로 없음 -_- 영어 잘 안 통함. 친절은 한데, 프로페셔널한 서비스 정신이랄까, 그런 건 많이 부족해 보였다. 예를 들어, 호텔에서 아침을 먹을 때도, 항상 자리 잡고 앉으면 "커피나 카푸치노 먹을래?" 라고 묻고 꼭 "근데 너 방이 몇 호지"를 묻는다. 문제는 내가 여기 묵는 2주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내 방 번호를 물어봤다는 거. -_- 웃으면서, "아 맨날 물어보는 것 같네, 미안행" 이런 말은 하면서도 끝까지 내가 묵는 방 번호는 기억하지 못한다는 거. 내가 생각하는 프로페셔널한 서비스 정신의 부재란, 이런 것. 그리고 사기당했다, 바가지 썼다, 뭐 이런 느낌도 여러 번 받았다. 제일 심했던 건 첫 날 공항에서 호텔까지 오는 택시비(이전 포스팅에 썼었음). 나중에 회사에 가서 직원에게 말했더니, 말도 안 된다며, 영수증 받았냐고, 그거 가져오면 자기가 전화해 보겠다고. 근데 영수증에 회사이름이며 전화번호 따윈 없었다는 사실. 이렇게 첫 날 된통 당하고 나니 뭔가 계속 믿음도 안 가, 이 새끼들 내가 틈 보이면 또 바가지 씌우겠지? 뭐 이런 마인드로 전투적으로 관광하게 됐다.


회사 사람들 - 엄청 친절했다. 다들 정말 잘 챙겨줬고. 호텔에서 회사까지가 걷기엔 좀 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엔 두 번 정도 갈아타야하는, 너무너무 애매한 거리였기 때문에, 매일매일 수고스럽게 우리를 픽업하고 다시 바래다 주는..ㅠㅠ 참 미안하긴 했는데, 다른 방법이 없더라. 호텔에서 제공하는 셔틀 서비스가 있긴 했는데, 하루에 4만원 가까이 하는..말도 안 되는 금액이라 차마 신청할 순 없었고..첫 날 밥 먹을 때, 혹은 커피 마시거나 할 때, 내가 "얼마 나왔어?" 했더니, "오, 무슨 소리야, 아니아니 절대!! 신경쓰지마" 라고 말하며 점심을 사주는 건 건 꼭 한국 사람 같았다. 그리고 샐러드 먹을 때, 올리브 오일만 뿌려주길래, 자리에 앉아서 "여기는 발사믹 식초..나 뭐 그런"까지만 말했는데 벌써 자리에서 일어나서 발사믹 식초를 들고 오는 배나온 아저씨 GP도 참 한국의 푸근한 정 많은 아저씨같은 느낌. 마지막 날에는 선물로 무려 모카 포트(핫 핑크)와 에스프레소 잔을 받았다. 나를 담당으로 맡았던(babysitting 해줬던) Serena와 아침마다 우리를 픽업해준, 이제 25살이라는, 자기의 소울은 뉴요커라는(뉴욕엔 한 번도 안 가봤지만), 향수 매니아에 페이스북 활동 활발히 하는  Raphale, 이탈리아 지사의 IT 담당인 GP, 이 세 사람이 제일 기억날 것 같다. 


남자 - 남자에게 불친절, 여자에게 친절. 초 단순. chan이 혼자 있을 땐 무뚝뚝했던 직원이 내가 가면 활짝 웃는. chan이 여러 번 심하게 느꼈다며 분개했다. 


#3 유적지


이건 정말 최고. 오래는 2000년 이상, 짧게는 500년까지. 이런 건물들이 도시를 이루고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바티칸의 성베드로 성당과 그 앞의 광장은 미켈란젤로가 천지창조를 그리고 난 이후에 설계? 디자인? 했단다. 그 광장에 앉아 역대 예술가들을 통틀어 미켈란젤로는 정말 넘사벽이군, 하는 생각. 이 시대에는 건축가와 조각가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건축물들도, 건물이라고 해야할지, 조각품이라고 해야할지, 그 경계가 아주 애매했다. 꼭 한 카테고리 안에 넣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chan이랑 우연히 들어간 성당도 엄청나게 큰 내부와 단 1cm도 조각이나 그림이 없는 곳이 없고, 엄청나게 높은 돔 천장 등 정말 대단했었는데, chan에게 "이런 거 너도 설계할 수 있어?" 했더니, 1초도 안 걸려서 "아니" 라는 단호한 대답이. 응, 그래. 


#4 로마 시내 거리


이것도 정말정말 최고. 로마 시내의 모든 골목길, 정말 하나도 안 빼놓고 모든 골목길 중, 예쁘지 않은 골목은 하나도 없었다. 작은 골목골목 너무 예쁜 가게들과 레스토랑, 카페, 아이스크림 가게, 턱시도를 차려입은 웨이터 할아버지들, 등등. 정말 아름다웠다. 큰 거리는 큰 거리대로 멋졌다. 이건 건축물과 멋진 건축물을 계속 지켜나가는 이들의 힘인 듯.


#5 쇼핑


내가 있는 7월에는 큰 세일을 한다고 알고 있었고, 실제로도 "Saldi"라고 쓰여지지 않은 가게가 없었지만, 캠퍼 말고는 크게 싸다고 느낀 곳은 별로 없었다. 사실 온 김에 명품 가방 하나 사야겠다-하는 생각은 애초에 없었고, 요즘 우리 경제 상황을 생각했을 땐, 뭐 이쁘다고 이것저것 살 형편도 아니고 해서, 쇼핑 자체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내가 산 건, Max & Co.에서 가디건 하나, chan은 캠퍼에서 신발 하나. 들어가본 매장은 시슬리, 디즈니샵, 버버리랑 퓰라. 나머지는 그냥 현지 가게 몇 군데. 로마 외곽에 있는 아울렛에 가면 구찌였나 루이비통이였나가 정말 싸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지만, 역시 그냥 패스.


#6 커피


아, 커피..이탈리아는 커피로 아주 유명하기도 하지만, 유명한만큼 본인들이 마시는 스타일에 자부심도 있고 그 스탈일을 고집하는 것 같다. 스타벅스가 없...아메리카노도 찾기 힘들다. 힘들게 찾는다 하더라도 한국에서 마신 큰 컵에 주는 일은 없다. 얘네가 할 수 있는 최고는 에스프레소:물=1:1 정도인 듯.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얼음 두 개 정도 띄워주면 성공인거다. 보통은 그냥 찬 물 섞어준다. -_- 제일 많이 마시는 건 에스프레소. 점심 먹고 테이블에서 일어나서 바로 옮겨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가는 게 보통인 듯. 근데 맛은 있다. 정말. 단지 너무 강할 뿐. 나는 정말 큰 컵에 커피 가득 담아서 오후에 일하면서 홀짝홀짝 마시고 싶었을 뿐인데, 결국 한 번도 못했다는 너무 슬픈 얘기. 


#7 음식


파슷하, 라쟈냐, 피자, 정말정말 많음. 그 외에도 오븐에 구운 돼지고기, 소고기를 얇게 썰어서 팔기도 하고, 미트볼도 자주 보이고. 중요한 건, 어디를 가든 샐러드가 정말 신선하고 맛있었다는 것. 그리고 주로 쓰는 드레싱은 올리브 오일과 소금. 근데 올리브 오일도 뭔가 더 고소하고 신선했다. 생각보다 많이 느끼한 음식은 없어서 다행히, "도저히, 더이상은, 현지 음식으론 한 끼도 못 먹겠어" 하는 일은 없었다. 근데 나는 회사 사람들이랑 같이 가서, 이게 어떤 음식인지 대충 설명을 들어서, 참치 요리, 치킨 케밥, 간장 소스 비슷한 양념의 소고기 요리, 뭐 이런 것도 자주 먹을 수 있었는데, chan은 맨날 혼자 다니고, 게다가 대부분 음식집 웨이터들은 영어가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맨날 피자, 파슷하, 피자, 파슷하, 일케 먹고 다녔던 듯. 불쌍하다. 나름 다양하게 먹은 나도 김치,밥,라면,닭한마리,삼겹살 없이 맨날맨날맨날 올리브 오일 들어간 요리 먹으니까 참 힘들었는데 말이지. 여튼, 현지 음식은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나는. 


아, 일단 이정도.

로마에서 쓰는 마지막 포스팅.


아, 참고로, chan이랑 난, 다시는 이탈리아에 오지 않기로 했다. 왠만하면 이탈리아 제품도 피하기로 -_-. 



나머지 더 생각나는 게 있음 한국 가서 다시 포슷힝 하겠음요. 

사진도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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