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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짧은 여행 - 코츠월드, 옥스포드

1박 2일 짧게 다녀온 코츠월드(Cotswolds)랑 옥스포드(Oxford) 여행


영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손꼽힌다는 코츠월드. 라는 설명을 보고 나는 코츠월드가 작은 마을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여러 개의 마을을 포함하고 있는 한 지역에 대한 이름이었다. 여러 개의 마을 중 어디를 갈까 하다가 우리가 고른 곳은 버튼 온 더 워터(Burton on the water). 마을을 관통하는 작은 강이 있다기에..물가를 좋아하는 내가 혹해서 선택한 곳. 


11/12 목요일


아침 10시 20분에 Paddington 역에서 기차를 탔다.


런던을 벗어나고 어느 순간부터는 이렇게 광활한 초원이 한없이 펼쳐진다. 

가끔 소, 양, 말이 풀 뜯어 먹거나 앉아서 자거나 하는 한가로운 모습도 보이고-




1시간 반 정도 북서 방향으로 달리면 Moreton on Marsh(여기도 코츠월드 마을 중 하나인데 런던에서 직행으로 가는 코츠월드 마을 중 하나)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 여기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가면 Burton on the water가 나온다. 


버스 정류장에서 3분 걸으면 나오는 정말 100년은 족히 넘었을 것 처럼 보이는 자그마한 호텔







12시 반쯤 도착했는데 체크인은 2시라고 해서 뭘할까 하다가 호텔 1층 레스토랑을 보니 어쩐지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많은 것이 맛있는 집일듯한 느낌이 나면서 가격도 비싸지 않은 것 같아서 이 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날씨가 생각보다 추웠고 이미 배가 고팠어서 캐리어를 끌고 잘 알지도 못하는 마을을 돌아다니며 밥집을 찾고싶은 마음이 없었기도 했지.






나는 피쉬 앤 칩스를 시키고 chan은 베이컨이 들어간 햄버거를 시켰다.

맛있었어.

우와! 맛집!! 이건 아니었지만 ㅎㅎ






다 먹고 호텔 체크인 하고 본격적으로 동네를 천천히 걸어봤다. 


이 날의 참 안타까운 점 중 하나는 날씨..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바람부는 날


내가 본 블로그랑 여행 정보 사이트에서본 버튼 온 더 리버의 모습은 참 햇살이 눈부시고 사람들은 여유롭고 큰 개들마저 느긋한 중세 시대와 크게 변하지 않은 작고 예쁜 동화같은 마을이었는데


비오고 바람부는 날에 가서 보니 우중충하고 사람도 거의 없고..뭐 그래도 나름 이쁘긴 했었지만. 


아무튼 마을은 대충 이런 분위기

넉넉하게 잡아도 약 30분이면 대충 한 바퀴를 다 돌아볼 수 있는 크기다.









작고 아기자기한 가게들


티룸을 정말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차이나 타운이라는 이름의 중국집




레고로 만든 것 같은 작고 깜찍한 우체국





관광객들은 위한 인포 센터






걷다가 우리가 들어간 곳은 빵집을 겸하고 있는 티룸


알고보니 4대가 계속 티룸을 해왔던 집이다. 첫 번째 시작은 다른 도시에서였고 그 다음 세대는 또 다른 도시..이렇게 가게는 계속 새롭게 차리는 형식으로. 이 곳은 4대째 자손이 운영하는 곳.


크림티(=홍차+스콘+클로티드 크림+딸기 쨈)랑 차 한잔을 추가해서 둘이 먹으면 딱





홈메이드 스콘이랑 홈메이드 클로티드 크림이..아 정말 ㅠㅠ

여기 너무 맛있었어..진짜 행복했던 시간.






여기는 앤틱 숍이자 티룸




로얄 알버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혹해서 몇 세트 사갈뻔..

나는 심사숙고 끝에 웨지우드 그릇만 두 개를 골랐다.

여기 진짜 보물창고같았음..봐도봐도 뭐가 계속 나와서 진짜 겨우 탈출했다.


아 근데 지금 한국 쇼핑 사이트 보니까 몇 개 더 집어올껄 그랬나 싶네..왜이렇게 비싸..





이번 여행의 또 한 가지 안타까운 점..

겨울에 가까운 시점이라 해가 빨리 진다는 것..

4시쯤 되니까 벌써 어둑거리기 시작하더니 5시가 넘으니 벌써 깜깜해졌다.

사람들도 별로 없고 가로등도 많지 않아서 좀 무서웠음. 


우리도 너무 어두워져서 호텔로 들어왔는데 좀 쉬고 티비보고 했는데도 아직 7시밖에 안 됐더라.

이대로 하루를 보내기는 너무 아쉬워서 다시 나왔다.

다시 조금 더 걷다가 모처럼 와인 한 잔 하러 들어가기로 했다. 사실 술 마실 것 아니면 어디 들어갈 곳도 없어서 약간 반강제적인 선택이었음. 


그냥 예뻐보이는 곳 아무 곳이나 찍어서 들어간 곳





안에도 이뻤다.

하우스 와인 한 잔을 시켰는데 진짜 많이 담아 주는 후한 인심.





배는 불렀지만 와인 한 잔에 맥주 한 병만 시키기가 미안하기도 하고 입이 심심할까봐 시킨 부르게스타

이탈리안인 웨이트리스가 발음한 부르게스타는 뭐가 좀 달랐었는데. 한 두번 따라했다가 금방 까먹었다.


이렇게 둘이서 정말 오랜만에 술마시러 나왔던 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는 계속되고

12시가 거의 다 되어서 가게 문 닫으려고 준비하기에 겨우 나왔다.

술기운에 차고 상쾌한 시골 마을의 초겨울 공기가 좋아서 조용한 마을을 몇 바퀴나 돌다가 호텔방으로 들어왔음. 





호텔 조식


시리얼, 크로와상, 머핀, 과일, 요거트 등은 부풰식으로 진열되어 있고

정식 아침 메뉴는 따로 주문할 수 있다.

우리는 둘 다 잉글리쉬 블랙퍼스트를 먹었다.

나름 훌륭했던 아침-





아침에 나와서 호텔 바로 앞에 있는 모터 뮤지엄 기념품 가게만 구경하고




호텔에서 들고나온 사과 오리들한테 나눠주고

아 진짜 웃긴게 어떤 애들은 사과 주니까 잘 먹는데 어떤 애들은 먹었다가 뱉더라. 그러면 사과 먹는 애는 친구가 먹다 뱉은 거 주워먹고. ㅋㅋㅋ 웃겼음.

아무튼 동물들은 웃기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다행히 다음 날은 해가 났다.



그렇게 오리들한테 사과 주는 것을 마지막으로 버튼 온 더 리버와는 안녕-




다시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옥스포드로 갔다. 

바로 그 옥스포드!!


기차역에서 생각보다 꽤 많이 걸어야 했고 정말로 생각한 것 보다 큰 도시였고 사람들도 정말 많았다. 

관광객이 반이고 나머지는 학생이거나 이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인 듯 했다.


나는 고풍스러운 대학 도시로 캠퍼스만 띠엄띠엄 있고 조용하고 정숙한 분위기일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음. 

하지만 고풍스럽고 아름답기는 했다.










하루종일 캐리어 끌고 관광해야 해서 매우 언짢았던 chan

생각보다 사람도 많은데 인도는 좁고 해서 캐리어 끌기가 매우 불편했을 것 같긴 하다.

게다가 이 날은 갑자기 날이 확 추워져서 밖에서 오래 돌아 다니기가 그렇지 않아도 힘들었었지. 

 


하지만!! 

내가 일기예보 보고 분명히 옷 따듯하게 입으라고 했었는데. 

결국 얇은 외투 입고 나와서 계속 춥다고 난리난리- 



옥스포드랑 거의 상관 없는 기념품들이지만 어쩐지 사고싶어.





결국 많이는 못 걷고 3층짜리 Waterstones에 있는 카페에 들어와서 쉬었다.

여기 앉아서 약 1시간 정도 아기를 가져야겠다고 결심했었음.


'아기를 낳아서 옥스포드에 보내겠어!' 

'그 아이는 태어날때부터 옥스포드를 목표로 키워질거야.' 

'나의 대리 만족을 위한 삶을 살아야 해. 후후훗'







또 금방 해가 져서 어둑해진 옥스포드


그래도 코츠월드에 있다가 와서 그런가 여기는 해가 졌는데도 사람들도 많고 활기차고 완전 도시 느낌 물씬.

어디선가 옥스포드가 시골이고 작고 뭐 그렇다는 말을 들었는데 전혀 그런 느낌은 받지 못했다.

그리고 확실히 대학 도시라 학생들이 많아서 싱싱한 젊은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날 하루만의 인상으로는 런던 보다도 더 좋았음. 워낙 대학 캠퍼스를 좋아하는 내 취향도 한몫 하겠지만. 










날씨 좋고 해도 긴 여름에 와서 캐리어 없이 가벼운 몸으로 천천히 캠퍼스 안에도 걸어보고 했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남기는 했지만..그래도 진짜 좋았다. 역시 가보길 잘했어. 


짧은 여행은 보통 너무 아쉽기만 하고 출발하면 다시 돌아오는 것 같아서 잘 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보니 나름 매력이 있다. 


코츠월드도 옥스포드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