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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009/7/30~8/6, Lucerne, Switzerland(1)-시내

빈 서역에서 기차를 타고 취리히로 갔다가 다시 루체른으로 가는 루트-


기차를 타고 가다가 어느새인가 굉장히 스위스스러운 풍경을 만났다. 그림책에서만 보았던 풍경은 실제로 보니 훨씬 더 생생했고 대단했고 감동적이었다. 약 5년 전 일인데 이 기차안 창문으로 이 풍경을 처음 보았을 때의 벅찬 느낌은 아직 기억이 난다.


정말로 이런 세상이, 내가 살고 있는 지구에 존재하는 거였어! 

하는 마음이 들면서 뭔가 억울했다. 난 왜 맨날 주차 문제로 골머리 앓는 아파트랑 못생기고 높은 건물들, 그리고 간판으로 덕지덕지 덮여진 건물들에 둘러쌓여서..나이들어 굵어지는 나무는 뽑아버리고 다시 얇고 어린 나무로 갈아치우는..그래서 굵직한 나무 한 그루 찾아보기 힘든 그런 곳에서 사는데...세상엔 이런 곳도 있는 거였어! 판타지가 아니고 진짜로!

  








그렇게 이런 풍경에 익숙해져 갈 때 즈음 루체른에 도착했다. 숙소를 찾아 방을 잡고 돈을 지불하고 나오니까 7시 정도. 숙소 맞은편에서 달이 뜨고 있었다. 

숙소 근처에서 저녁만 먹고 들어와서 씻고 짐정리하고 책보다가 잠들었다.




다음 날, 루체른 호숫가를 따라 산책-

날이 흐렸다.


백조들로 유명한 루체른 호수- 

정말 내 생애 백조를 이렇게 많이,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건 처음. 아무튼 루체른에 있는 동안에는 매일매일 호숫가에 앉아서 백조들한테 먹을 걸 주는 게 일과 중 하나였다. 백조며 오리며..사람 손을 많이 타서 호숫가에 걸터 앉기만 하면 

'먹을 거 갖고왔냐~' 하면서 징- 다가온다.



백조가 물고기 잡는 모습

엉덩이만 물 위로...

루체른에 있는 동안 사실 '우아한 백조'라는 이미지는 산산조각- 



더 적나라한 모습은 동영상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백조 미안. 하지만 사람들도 이제 알아야지.












루체른의 나름 랜드마크격인 카펠교-

호수의 위쪽과 아래쪽을 이어주는 이 다리는 지어진지 몇 백년이나 된 것이라고 했다. 다리 바닥이 나무로 되어있었다. 걸을 때 마다 삐그덕 하는 특유의 나무 소리가 들린다. 시멘트와 콘크리트로만 만들어진 다리를 건너다가 나무로 된 다리를 건너니까 어쩐지 약해보였다.

루체른에 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다 저 다리를 건너기 때문에 아주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데, 나무로 만든 이 다리가 버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잠시 했었다.

 

다리에 붙어있는 저 탑은 전쟁시에는 포로를 가둬두는 감옥과 고문실로 쓰이다가, 나중에는 귀중한 물건들을 보관하는 용도로 쓰였다고 한다. 지금은 관광객을 대상으로하는 기념품 가게가 있다.





여기가 루체른에서(스위스 전역에서일지도) 식료품을 싸게 살 수 있는 나름 대형마트다.

에비앙 1.5리터가 1유로정도 했던 것 같다. 과일도 싸고 그 외에 냉동식품도 다양하고 많아서 종종 사먹었었다.

 

도시 안에 있는 coop은 7시 정도면 문을 닫는다.

그래서 언제나 편의점 이용에 익숙해있던 나는 가끔 미리 저녁거리를 사놓지 못하고 낭패를 보는 일이 있었는데, 그런 여행자들을 위한 것인지. 루체른 역에있는 coop은 무려 9시까지(-_-) 영업을 하는 센스를 보여줬다. 9시까지만 연장인데도 얼마나 덕을 많이 봤는지-

근데 나같은 여행자가 많은지 7시 이후에(그러니까 다른 coop은 문을 닫은 이후에) 못 산 것이 있어서 이 곳을 찾으면 사람들이 입구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들어가야 했다. 안에 이미 너무 많은 사람이 있어서 가게에서 관리를 하는 것(-_-).






성벽으로 올라가는 길







성벽에 올라가면 루체른 시내가 다 내려다 보인다.







산책하다가 본 것-

강아지 응아 치우라고 도시에서 제공하는 빨간 봉지.

이 때는 우리나라에 이런 게 없어서 도시에서?나라에서? 이런 걸 제공한다는 게 정말 신기하고 충격적이었는데 요즘엔 우리나라도 큰 공원같은 곳 가면 설치해 놨드라. 



구시가지 구경-


국기가 이쁜걸 자기들도 아는 스위스 사람들





어느 옷 가게에 들어갔다가 만난 개님-

피팅룸 안에 얌전하고 충직하게 앉아있었는데 알고보니 주인이 여기서 옷 갈아입고 잠깐 거울보러 나간 사이 지키고 앉아있는 거였다. 진짜 신기했다. 짖지도 않고 다른 사람한테 다가가며 킁킁거리지도 않고 저 자리에 딱 지키고 앉아있다니. 

사실 내가 신기해서 슬슬 가까이 가며 막 말 걸고 그러니까 좀 당황하며 움찔움찔 하긴 했지만 그래도 자리를 벗어나진 않았다고! 멋진놈..






이 쵸코렛 너무 맛있어서 거의 맨날 사먹은듯..

아 그리고 돈이 넉넉하지 않은 여행자에게 초코렛은 아주 좋은 식량이다.




루체른 호수에서 백조랑 오리랑 같이 수영하고 나온 할머니.

이미 도나우강에서 수영하는 사람들을 보고 와서 충격이 좀 덜하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신기했다.

평화의 공원이나 일산 호수 공원의 호수에 진짜 사람이 들어가서 수영을 한다는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니까..




시내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만화서점

으악!

반갑다!

드래곤볼, 원피스, 나루토, 나나!!! 

생각해보면 스위스에도 만화책 보는 사람 있는 건 당연한건데 이게 그렇게 신기하더라-

기념으로 한 권 사오고 싶은 마음도 살짝 들었지만..어차피 읽지도 못할거..그냥 마음 접고 구경만 하다 나왔다.







역시..

여행갔다와서 몇 년이 지나버리니까 글 쓸 때 좀 편안하지가 않다. 이 때 내가 생각했던 것 느꼈던 것이 이제 더이상 생생하지 않아서..좀 더 재밌고 생생하게 쓰고 싶은데. 네이버 블로그에 있던 글을 다시 그대로 옮겨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도 같은 글에 같은 사진인데도 몇 년이 지났다는 것 만으로도 느낌이 확 다르다. 어쩔 수 없이 조금 딱딱한 사실만 전달하게 되는 것 같아 아쉽다.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