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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10/27, 결혼식날 스케치

10/27.


Wedding day.






새벽 4시 반에 일어났는데 일기예보에서 쓰여진대로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이런 날엔 틀리지도 않고 꼭 들어맞네. 쳇. 씻고 5시 반에 메이크업 샵으로 출발해서 6시 반에 도착했다.


화장하고 머리하고 오늘 하루종일 날 쫓아다니며 드레스도 잡아주고 화장도 고쳐줄 숙모님도 만나고 폐백 음식과 부케, 드레스, 턱시도도 모두 메이크업 샵에서 받았다. 8시 50분쯤 모두 메이크업과 머리가 끝나고 목동 방송회관으로 출발했다. 원래는 메이크업 샵에서 드레스까지 입고 간다는데 비가와서 혹시라도 빗물이 묻어 얼룩지거나 할까봐 그냥 식장에 도착해서 입겠다고 했다. 10시 10분 정도에 식장에 도착. 한 번 드레스를 입으면 화장실에 갈 수 없다고 해서 도착하자마자 화장실에 들르고 그 이후로 액체 종류는 거의 먹지 않았다. 드레스를 입는 사이 엄마와 선희가 왔고 사진 기사들도 도착했다. 나는 계속 앉아서 오는 사람들이랑 사진찍고 chan과도 2~30개 정도 되는 포즈를 잡으며 사진을 찍었다. 스튜디오 촬영이 어떤 건지 조금 알 것 같았다. 암튼 내가 대기실에 앉아서 사진찍고 앉아있는 사이 밖에서는 이런저런 준비들이 진행되는 것 같았고(우리가 준비한 사진들을 나는 한 장도 못봤다) 결국 시간이 되어 신부 입장을 하고 말았다. 긴장도 조금 되었지만 사실 정신없는 게 더 컸고 그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쏟아져 부끄럽기도 하고 그랬다. 주례하는 분의 이마를 쳐다보고 입가에 미소를 지으라는 사진사의 주문도 계속 생각하고 있어야 했고 실제 주례사도 귀에 들려오고 그랬다. '나의 왕자님, 나의 공주님' 부분에서는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그래도 다행히 주례사는 그렇게 길지 않게 끝이났고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하고 하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행렬하며 식은 끝이 났다.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할 때는, 그 조명과, 드레스를 입은 나와 앉아있는 엄마, 아빠와, 뭐 그런것들이 다 섞여 울컥해서 코가 찡하고 눈물도 결국 나고 그랬다. 한 번 울면 터질까봐 울지 않도록 조심해야지 하고 마음 먹었었는데 결국 울고 말았다. 


행렬을 할 때는 chan이 준비한 영화 러브 액츄얼리 버전의 All you need is love가 나와 그 영화속 결혼식 장면과 내 결혼식이 겹쳐져 기쁘고 행복했다. 방금 전까지 울어놓고. 결혼식이라는 게 참 작은 것 하나로도 감정이 쉽게 흔들리고 출렁대는 이벤트인 것 같다.


그리고 사람들과 사진찍고 부케를 던지고(받은 사람:권선x) 또 사진찍고-다행히 사진 기사 아저씨가 재밌게 잘 찍어주셨다. 

사진집 기대됨.


사진 다 찍고 그 사이 폐백실로 바뀐 신부 대기실로 들어가서 한복으로 후다닥 갈아입고 이번에는 양가 부모님들하고 테이블마다 돌아다니며 인사를 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사람들, 알 것 같은데 누군지 모르겠는 사람들, 반가운 사람들, 고마운 사람들, 의무감에 온 사람들,, 의무감에 온 사람들(그래, 내 회사 사람들을 말하는거다)은 사실 나도 별로 고맙거나 반갑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를 위해 마음 써준 모든 사람들(내가 모르는 사람들도,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도)에게는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인사를 마치고 폐백을 드리고 나서야 나와 chan은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원래는 뷔페인데 우리는 신랑 신부라고 테이블 위에 상이 차려져 있는 특별 대우를 받았다. 배는 엄청 고파서 막 먹었는데 또 생각보다 많이 먹지도 못하고 chan의 부모님과 함께 버스로 올라오신 분들이 내려간다고 하셔서 인사드리고 그랬다. 우리 친척들한테도 인사하고-가실 분들 모두 가시고 마지막까지 남아준 선희와 진희랑도 헤어진 것이 3시 정도.


드디어 나와 chan 둘만 남아 차를 타고 W 호텔로 갔다. 


*after wedding


W호텔의 모던하면서 범상치 않은 실내 디자인과 두 면이 통유리로 되어 한쪽으로는 한강과 올림픽대로가 내려다보이고 다른 한 쪽으로는 워커힐과 작은 산이 보이는 방에 감탄도 잠시, 우리는 둘 다 완전히 녹초가 되어있던 상태라 둘이 번갈아가며 한 번씩 뻗고 말았다. 우리가 묵었던 날은 W 호텔 1층에서 할로윈 파티가 있었는데 입장료만 무려 6만원이나 하는 호사스러운 파티라며 체크인할 때 직원이 투숙객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니 오시라고까지 말해주었는데, 그래서 잠깐이라도 꼭 가서 구경이라도 해보자고 말했었는데, 결국 갈 수가 없었다. 방에 들어오자마자 뻗었다가 겨우 기운내서 저녁을 먹고 들어오자 도저히 다시 나갈 수가 없었다. chan은 내 머리에 꼽힌 한 50개 정도 되는 삔을 뽑아주었고 10시쯤이었을까? 아무튼 언제 어떻게인지도 모르게 침대에 빨려 들어가듯 잠이 들었다.



이렇게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남들처럼 무사히 지나갈 수 있을까 두려워하던 10월 27일은 많은 사람들 덕분에 무사히 지나갔다. 다른 날들과 마찬가지인 하루처럼 하루의 끝에 우리는 무사히 잠자리에 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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