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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121111. 빼빼로 데이였구나,

*

제목을 쓰려고 날짜를 쓰다보니 오늘이 빼빼로 데이였다는 걸 깨달았다.


빼빼로 데이, 정말 생각보다 오래 간다. 

몇 년 하다가 아무도 챙기지 않아 흐지부지 되어 없어질 줄 알았는데.

아무튼 우리는 한결같이 빼빼로 데이 따위는 챙기지 않는다. 


*

이번주는 거의 2~3달만에 아무 약속 없는 주말이었다. 

혼자 있는걸 좋아하고, 혼자 뭐 하는걸 좋아하는 폐쇄적 성향의 나에게 지난 2~3달간 결혼 준비를 위해 바쳤던 주말 시간들은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원래는 이번주에도 시댁에 다녀올 예정이었지만 chan이 주말에 출근을 하게 되어 다음주로 미뤄졌다.

그래서 정말이지 온전한 나만의 시간.

어제는 피부과에 갔다가 미용실에 갔다. 미용실은 정말 오랜만. 머리를 자르고 트리트먼트를 했다. 

몇 년간 커트만 하다가 트리트먼트를 하면서 오랫동안 앉아있으려니 심심해져 마용실 잡지를 정독하게 됐다. 

잡지도 오랜만에 보니까 재밌더만. 유용한 정보도 많고. 모과청 만드는 법과 다리가 잘 붓는 사람이 먹으면 좋은 음식들을 알게 되었다.(참고로, 율무와 바나나, 쑥갓, 콩-이라고 했음) 대통령 후보 3인의 매력 탐방(?) 이런 것도 있었는데 이 부분은 그냥 그랬고, 연예인 엄마들이 아이들 학교 운동회에 가서 다른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자기 아이 사진 찍고 그러더라-하는 얘기들. 

머리를 다 하고나서는 역삼역으로 가서 chan을 만나 함께 저녁을 먹고 같이 집으로 들어왔다. 


오늘은 정말 하루종일 집에 있었다. chan이랑 브런치 먹고 chan은 회사에 가고 나는 집안일 좀 하다가 누워서 무한도전 보고 늦은 점심 먹고 또 누워서 유이랑 같이 쉬다가 page 문서로 신혼여행 첫째날 정리를 마치고 오후에는 로얄 밀크티를 만들어서 마시면서 새로 산 레고(2011 크리스마스 시즌 한정판)를 만들었다. 그리고 힘들었다고 또 잠깐 누워서 쉼. chan은 11시쯤 들어왔다. 캐롤을 틀어놓고 나는 와인을 한 잔 마시고 chan은 피자를 한 조각. 같이 내가 정리한 신혼여행 첫째날을 보면서 이르지만 추억에 잠겨 함께 얘기를 나누며 행복했다.

 

*

아직 '남편'이나 '신랑'이라는 단어가 익숙하지가 않아서 잘 못 쓰겠다. 

정말 이상하다. 

거의 6년간 남들에게 '남자친구'로 부르던 사람이 이제는 '남편'이 되었다는 것이.

나도 이제는 '유부녀'라는 것이.

나와 가까운 사람들은 거의 알고 있었지만 chan과 나는 결혼 전 약 6개월 정도 동거를 했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식이라는 것 이후로 실제 우리 둘 사이에서는 거의 변한 것이 없다.

그래서 이런 변화가 더욱 낯설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직도 내가 2000년도에 살고 있는 것이 가끔 낯서니까,,

앞으로도 아주 오랫동안은 chan이 내 '남편'이 되었다는 것과, 내가 '유부녀'라는 사실이 낯설게 느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