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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151010, 계속 바닥을 치면서 허덕허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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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바닥을 치면서 허덕허덕


멘탈 상태가 쉽게 좋아지지가 않는다. 이렇게 오랫동안이나 우울했던 시간이 얼마 만인가 싶다. 거의 이틀에 한 번씩 우울함이 바닥을 쳤다가 살짝 올라오는가 싶으면 다시 내려간 상태로 유지된다. 오랜만에 식욕도 별로 없고 날씨가 아무리 화창해도 밖에 나가기가 싫다. 그냥 길거리에서 다니는 사람들도 보고싶지 않다. 이런 상태가 유지되면 솔직히 힘내라는 말이나 다 잘 될거야 라는 말 같은 게 제일 듣기 싫다. 대충하는 위로의 말은 오히려 힘빠지고 화가난다. "뭐? 힘을 내라고? 내가 지금 낼 힘이 있어 보여?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라던가, "뭐가 다 잘 되는데? 잘 되는 게 어떤 건데? 다 잘 된건 지 안 될건 지 니가 어떻게 아는데? 세상에 끔찍하고 억울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전혀 다 잘 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고! 내가 그 중에 한 명이 되면 니가 책임질거야?" 라고 화 내면서 반박하고 싶다.


뭐 어쨌든 계속 숨만 쉬면서 버텨내는 것이 관건이다. 

그래도 오늘은 블로그라도 할 생각이 났으니 조금 나아진 편인듯.


chan은 계속해서 면접은 보고 있는데 줄줄이 그 이상은 가지를 못하고 있다. 이것도 마찬가지. 떨어지면 또 집에서 영화 두 편 연달아 보고 잊어내고 또 하루를 보내고 다시 지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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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취업 비자 법의 변화


이번 11월부터 영국 비자 법이 또 바뀐다. 최근 몇 년 이민자를 받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분명히 우리에게 안 좋은 방향으로 바뀔 것이라는 건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정말 절망적이더라. 


변경된 내용: 올해 11월 이후로 학생 비자에서 취업 비자로 바꾸려면 무조건 본국으로 돌아가서 받아야 한다. 즉, 영국내에서는 비자 상태 전환이 되지 않음. 이게 뭐가 문제냐하면, 일단 본국으로 돌아가서 받으려면 일단 비자를 받는 사람 수에 매달 제한이 생긴다. 그리고 그 제한을 넘어선 수가 신청을 하면 연봉액 순으로 짤린다. 여기서 짤린다고 해서 다음 달에는 무조건 되리라는 법도 없음. 그 외에도 이런저런 절차를 거치면 보통 2~3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예전에는 석사가 끝나면 바로 1~2년 정도(기간은 확실히 모르겠다.) 일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져서 입사하고 회사를 다니면서 취업 비자로 변경이 가능했다. 회사측에서는 비자 스폰을 해주기 전에 얘가 일하는 것도 봤는데 괜찮고 이미 1~2년이나 일을 해서 다 배워놨으니 크게 흠이 없으면 후에 비자 스폰을 해주면서 자연스럽게 쭉 일할 수 있는 환경이었는데 이제는 그러니까 회사가 면접밖에 보지 않은 생판 모르는 그것도 2~3개월 뒤에나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사람에게 비자 스폰을 해줘가며 뽑는 엄청난 모험을 해야하는 상황이 된 거다. 정말 영국과 EU 국가에서는 구하기 힘든 어떤 특별한 기술을 갖춘 사람이 아니고서야 회사가 이런 모험을 과연 할 까 싶은. 


요지는 이제 영국에서 학위를 받은 것에 대한 영국 취업에 대한 메리트를 전혀 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비싼 학비랑 생활비랑 다 썼으면 이제 여기서 돈 벌 생각하지 말고 돌아가라는 말. 시발


이거 확인한 날도 우울함이 바닥을 쳤었다.


11월부터는 그럼 여기에서 취업활동을 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 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봤고 아 진짜 타이밍한 번 기가 막히네. 운이 없어도 더럽게 없네 진짜. 몇 년 전에만 왔어도 훨씬 더 수월했을 텐데. 아니면 몇 년 후면 또 문이 조금씩 열릴텐데. 우리는 왜 하필 이렇게까지 힘든 타이밍에 여기에 있는걸까. 근데 우리가 몇 년 전에는 죽어도 올 수가 없는 상황이었잖아? 몇 년 뒤도 나이가 너무 들었을테니 거의 불가능이잖아? 작년이 우리에게는 유일한 기회의 시간이었는데. 어쩐지 억울하고 이 세상이 나만 괴롭히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진심으로 들었음.


솔직히 몇 개월 전만 하더라고 '여기 남아서 취업하면 너무 좋겠지만 안 되서 한국에 가더라도 나쁘지 않아' 라고 진심으로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진짜 한국이 죽어도 가기가 싫다. 이렇게 가게 되면 정말 너무 억울할 것 같고 내가 패배자같이 느껴지고 뭐 그렇게 거지같은 기분이 들 것 같다. chan은 이런 생각은 건강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고 나도 동의했지만 그렇다고 마음이 내 뜻대로 바뀌지는 않았다. 이건 내 멘탈이 건강함을 되찾으면 자연스럽게 변할 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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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한국


솔직히 영국에서의 삶과 한국에서의 삶을 나는 아직 비교할 수는 없다고 본다. 한국에서는 신분에 아무 문제도 없었고 사회 시스템도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체득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던 반면 여기에서의 삶은 어정쩡한 신분으로 이 나라의 시민도 아닌 것이 시스템에는 새롭게 적응해야 해서 모든 것이 낯설었고 두려웠기 때문이다. 둘의 상황이 너무 다르다. 만약에 이 곳에서 돈을 벌고 세금을 내며 그 혜택도 누리면서 살게 된다면 지금까지 1년간의 영국에서의 삶과는 매우 다를 것이라고 본다. 


외국 생활이라는 것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분명 꿈처럼 낭만적이지 않으며 힘들고 어려울 것이라는 걸 알고 시작했음에도. 정말 가장 어려운 것은 신분과 여기에서 파생되는 문제들인 듯 하다. 이 불안정한 삶을 즐겁게 견디기에는 이젠 나이가 제법 들었고 옛날보다 두려움도 더 많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