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2009년 여름에 석사논문이 통과되고 나서 홀로 떠났던 유럽 여행. 29일 일정으로 총 4개의 도시-빈, 루체른, 니스, 파리를 여행했었다.
그 때 당시 내 주변에는 왠만하면 유럽은 한 번정도 갔다와본 친구들이 대부분이었었다. 그래서 내가 그다지 특별하고 운이 좋다거나 하는 생각은 크게 없었던 것 같은데. 물론 가고 싶었고 갈 수 있어 정말 좋긴 했지만. 몇 년이 지나고 사회 생활을 하며..조금 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하다가, '우와, 너 유럽에 갔다온 적이 있는 거야?' 라는 말을 몇 번 듣게 되었는데. 생각해보니 한국에서 태어나서 20대 시절 유럽에 갔다올 수 있었던 내가 정말 행운이었던 거였다. 생각할수록 정말 꿈만 같았던 반짝반짝 빛나던 시간이었다.
내가 유럽 땅을 밟았던 건 지금껏 총 3번이었는데 그 중 이 여행이 가장 최근이이고 하고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다. 혼자였고, 모든 숙소와 루트를 혼자 짰으며, 27살이라는 나이면 조금은 내 자신의 취향을 알 때라서 그에 맞게 유명 관광지 보다는 내 관심사 위주로 다녔기 때문인 것 같다.
예전 네이버 블로그에 파리를 뺀 나머지 도시는 정리한 적이 있는데. 그것과 여행 당시 내가 썼던 일기를 바탕으로 다시 한 번 4개 도시 모두 정리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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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21~29일 일정으로 갔던 오스트리아의 빈-
(오늘 올리는 내용은 빈 시내가 중심이다. 2편 3편은 아마 박물관/미술관편과 빈 주변 도시편이 될 것 같다.)
떠나던 날-
아직도 기억나는 건
떠나기 전 날 chan과 데이트를 하고 chan이 집 앞에까지 바래다 주었었는데. 하루종일 잘 놀고 나에게 충전된 국제전화 카드까지 건내며 잘 다녀오라고 했다가. 집 앞. 아파트 계단 앞에 서서 이미 1층까지 올라간 나를 올려다보며, '가지마~' 라고 했던 것. 그 때 말투와 표정이 꼭 멀리 떠나는 엄마를 보는 꼬마아이 같아서 가슴 아팠던 기억. 지금이야 웃으며 이야기 하곤 한다.
가자마자 처음 며칠은 한인 민박에서 묵으며 정보도 얻고 같이 다닐 일행도 잠시 생기고 했었다.
오후에 도착했는데 민박집 아줌마의 권유로 시청사 앞에 film festival에 갔던 첫 날 밤-
둘째 날-
정식으로 아침부터 나와서 돌아다녔다.
빈은 슈테판 성당을 중심으로 동그랗게 주요 건물들이 모여 있는 도시다.
슈테판 성당
성당이 보이는 노천 카페에 앉아 멜랑쥐(진한 카푸치노맛)를 마셨다.
그때도 지금도..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사인
슈테판 성당 뒷편으로 가면 관광객들을 위한 멋들어진 마차들이 아주 많다.
나는 타보지는 않고 그냥 구경만했지만
언젠가 chan과 다시 오게 되면 멋진 옷을 입고 마차로 빈의 야경을 보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성당 내부
빈의 중심가-Karntner Strabe
아주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스왈로브스키, 베네통, 망고 등등 구경하며 걸었던 길.
트램
이때 당시만 해도 서울은 버스가 몇 분 뒤에 도착하는지 알려주는 전광판이 없었기 때문에 신기해 하면서 찍어본 버스 정보 화면.
이 때부터 나의 대학 캠퍼스 사랑이 분명해진 것 같다.
빈에서 관광객들은 거의 가지 않는 빈 대학을 꼭 들어가 보고 싶어졌으니- 내 취향에 맞추어 찾아간 곳이라고 할 수 있겠다.
건물 안 이곳저곳 비집고 돌아다니다가 천국처럼 생긴 정원을 발견했다. 잔디밭 큰 나무 몇 그루와 휴대용 접이식 의자들. 그리고 거기에 앉아 한가롭게 낮잠을 자거나 책을 읽거나 2~3명이 모여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들. 나도 의자에 앉아 책도 보고 달게 낮잠도 잠깐 자고 나오면서 캠퍼스 사랑이 훨씬 깊어졌다.
*
여행지에서 대학교 캠퍼스를 구경할 때의 장점은-
어느 도시를 가든 대학 캠퍼스는 평화롭고 젊고 신선하다는 것. 다른 관광지처럼 소매치기나 바가지 쓰는 일에 대한 걱정을 덜 할 수 있어 훨씬 마음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 낯선 타지에서 어느 정도 이질감을 줄여줄 수 있는 장소다. 이렇게 경계심을 낮추고 캠퍼스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 아주 조금 더 현지인같은 마음에 가까워 지는 것도 추가로 얻을 수 있는 장점인 듯.
빈에서의 첫 숙소인 한국인 민박집 근처에는 아주 작은 놀이동산이 있었고 작으나마 이런 대관람차도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저런 게 있구나~하다가 민박집 일행들과 그린칭에가서 호이리게(와인 종류)를 마시고 돌아오던 날 밤에 살짝 취기가 올라 '우리 저거 타러가자!!' 와 같은 젊은이다운 기개(-_-)를 보이며 놀이동산으로 들어간 것이다. 시간이 늦어서 거의 마직막 라운드에 탔다. 한 번 타는데 8.50유로. 그렇게 싼 것도 아닌데 그때는 확실히 좀 취했었는지 전혀 개의치 않고 그저 타야만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 근데 정말로 타고 나니까 시원하고 정말로 기분이 굉장히 좋아져서 괜시리 들뜨고 그랬던 것 같다. 마약을 하는 사람들이 'high'말하는 어떤건지 알 것도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몽롱하고 환희에 찼던 유럽의 밤.
*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도나우강은 의외로 여행자들에게 잘 안 알려져있다. 민박집 아주머니도 도나우강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그래서 별로 볼게 없나보다 하고 큰 기대 없이 혼자 도나우 강변을 찾아갔는데..
(그럼에도 찾아간 것은, 대학 캠퍼스 다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곳이 물가이기 때문에. 역시나 내 취향대로 찾아간 곳이라 할 수 있다)
지하철에서 내려 출구로 나왔을 때 처음 보이는 도나우강 모습.
조금 충격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울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멋지다.
생각보다 너무 멋져.
한 걸음 한 걸음 더 나아갈 때마다 새롭고 놀라운 광경이 나타났다.
강가의 잔디밭을 마치 바닷가의 모래사장인듯 수영복 차림으로 나와있는 사람들.
연인들이 돗자리를 펴고 누워있거나
혼자 누워 책을 읽거나
여럿이서 음식을 먹으면서 즐기거나
가장 놀라웠던 사람들이 백조와 오리가 살고 있는 강물에 뛰어들어 수영을 즐긴다는 것-
비키니를 입고 달려서 도나우 강으로 뛰어든다-
강물이 깨끗하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멋졌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이라는 노래가 생긴 것이 당연하다고 느낄 정도로.
많이 볼 수 있는 체인점 마켓-
나도 여기서 몇 번 샌드위치나 커피, 과자, 초코렛 같은 것을 사곤 했다.
싸고 맛있어서 주전부리용으로 몇 번 사먹은 파프리카맛 감자칩-
한인 민박집에서 며칠 머무르다가 유스호스텔로 숙소를 옮겼었다.
6인실인가 8인실로 여자만 쓰는 방이었던 이 곳-
그 당시 유스호스텔을 예약할 때 내 마지노선은 남/여가 최소 방과 화장실은 따로 쓰는 곳이었다.
옛날에 친구가 남/여 혼숙하는 호스텔에 묵었다가 윗 침대에서 남여가 하룻밤 사랑을 나누는 바람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단 얘기를 듣고..오..그것만은 안돼 하며. ㅎㅎ
여기는 DEMEL이라고 예전엔 왕실에 납품했다던 아주 유명한 케이크집 중 한 곳-
나도 들어가서 먹어보았는데..딱히 기억에 남는 맛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
이로써 시내 편을 마칩니다-
오늘 밤 아니면 다음 주 주말 정도에 미술관/박물관편을 업데이트 하는 것을 목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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