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내가 사는 동네를 딱히 좋아하지는 않지만-공원과 괜찮은 카페가 없어서-딱 한가지 마음에 드는 건 나무가 많다는 것.
그것도 오래된 아파트와 함께 나름대로 서울에 아파트 단지에서는 찾기 힘들 정도로 오래된 나무들이 아주 많다. 한여름 푸른 잎이 무성하면 나무 냄새가 물씬나고 가을 단풍이 들면 그거대로 참 멋지다. 근데 막상 올리려고 보니 동네 사진이 별로 없네..
이번 가을.
단풍이 한창일 때 마을 버스 정류장 가는 길.
이젠 이런 낙엽도 단풍든 나뭇잎도 얼마 남지 않았다.
나뭇가지만 앙상하고 코끝 시린 아침 바람-이제 겨울이다 겨울.
내년에 가을이 오면 그 때는 동네에 단풍든 모습을 좀 더 많이 찍어놔야겠다.
*
지난주 금요일(11/23) 드디어 회사에 그만 둔다고 말했다.
아, 이 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는가.
다음 달까지만 나오겠다는 나에게 사람도 잘 안 뽑히는데 조금 더 나와주면 안 되냐는 말에
단칼에 안 된다고 대답했다.
말하고나니 얼마나 후련한지.
가슴을 꾹 누르던 돌덩이 하나가 없어진 듯 가볍고 개운했다.
*
지난주 주말에는 원주에 다녀왔다. 이제는 나의 시댁이 된 곳.
원주라니.
나는 강원도도 거의 가보지 않고 살았었는데.
가을 낙엽 위로 열심히 캐리어를 끌고 고향 집에 가는 chan.
고향 떠난지 10년이 넘은 chan.
무궁화호를 타고 청량리에서 1시간만 가면 원주역에 도착한다.
예전에 비하면 훨씬 빨라졌다는 chan의 설명.
우리 집에서 원주역까지 2시간 반 정도가 걸렸으니 명절날 다니기에도 그렇게 고생스러운 길은 아닐 것 같아 다행이다.
저녁엔 어머님이 직접 해주신 불고기, 육회, 잡채, 각종 채소를 섞으신 겆절이가 정말 맛있었고 또 너무 배고픈 상태에서 먹느라 내숭떨 여유도 없이 너무 먹었는지 어머님이 계속 "야~지영이 너무 잘 먹는다~호호호' 하셨다.
저녁을 다 먹고 어머님이 우리 보여주고 싶다고 하신 원주의 카페촌. 차를 타고 15~20분 정도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나오는데 생각보다 큰 규모에 놀라고 생각보다 멋진 카페 건물에 놀랐다.
우리가 갔던 카페 건물.
정말 놀랐었다.
서울에서도 이렇게 멋진 건물의 카페는 찾기 어려운데.
카페 안에서는 원주 시내가 내려다 보였다.
조금 아쉬웠던 것은 야경을 즐기기에는 실내 조명이 너무 밝았던 것.
그리고 chan이 시켰던 밀크티가 정말 맛이 없었던 것.
아무튼 이렇게 원주에서의 첫째날이 무사히 넘어가고 다음날도 늦게 일어나는 며느리 아침밥을 차려 주셔서 또 염치없이 얻어만 먹고 서울로 올라왔다.
*
어제(11/24) 점심은 엄마 생일 점심. 사실 엄마 생일은 이번주 화요일인데 평일엔 모일 수 없으니 어제가 된 것.
약속 장소는 목동 트윈빌 지하 1층에 있는 샤브샤브집. 샤브샤브가 기본 메뉴고 그걸 시키면 샐러드 바 부페를 이용할 수 있어서 커피에 과일로 후식까지 먹으면서 밥 먹고 생일 케이크에 초도 꼽고 노래도 부르고 오빠네 가족에 우리가 신혼여행에서 사온 선물도 주고. 원피스나 치마는 절대 입지 않는 박예인양을 위해 디즈니 샵에서 원피스랑 각종 레이스 달린 공주님 소품들을 보고도 꾹꾹 참고 레고를 사다줬는데 그러길 잘 한 거 같다. 레고로 만드는 연필꽂이 사다주니 엄청 좋아하며 그 자리에서 바로 만들겠다며 브릭을 다 꺼내놓고 설명서 봐가며 완전 집중해서 만들더라. 이렇게 좋아해주니 뿌듯했다.
어제 처음으로 안 사실.
'예인이는 왜 예쁜 여자애 옷을 입으려고 하지 않을까?' '보통은 오히려 치마 아니면 안 입겠다고 하지 않아?' 했는데,
우리 엄마가 흥분해서 하는 소리.
'니가 옛날에 그랬어. 원피스 아니면 안 입는다고 하도 떼를 써서, 어휴 정말. 비오는 날 원피스 얼룩질까봐 바지 입히려는데 절대 바지는 안 입겠다고 땡깡을 놔서 어쩔 수 없이 원피스 입혀서 보냈어. 머리 묶는 방울도 내가 어디서 좀 싸고 좀 안 이쁜거 사오면 대번에 그건 안 하겠다고 하고. 하이고~진짜 얼마나 유별났다고.'
'뭐어? 내가?'
헐...난 이런 얘긴 처음 듣는다.
내가 그랬을 줄이야.
왜 그랬지?-_-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민족문제연구소 백년전쟁 (0) | 2012.11.29 |
---|---|
20121125, 유이 목욕, 보졸레 누보, 뒹굴뒹굴 (2) | 2012.11.25 |
20121120, 결단, 뭔가 많은 일을 한다, (6) | 2012.11.20 |
20121117, 토요일 아침 이력서 쓰다가-흘러흘러 (4) | 2012.11.17 |
20121114, 동대문 닭한마리, 유린기, chan을 부르는 말들 (6) | 2012.1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