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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121120, 결단, 뭔가 많은 일을 한다,

*결단


이번주 금요일, 회사에 그만 둔다고 말하기로 결심했다. 오늘이 화요일이니까 이 글을 쓰고 뭔가 이 결심이 바뀔만한 일은

일어날 확률이 낮겠지. 조금씩 쌓여있던 것이 지난 주 충돌했고 어제 결국 대리가 저자세로 숙이고 들어오긴 했지만

근본적인 것은 바뀌지 않으 것 같고, 또 정말이지 온갖 정이 다 떨어졌다. 모든 사람들에게. 그런 의미에서 각각의 특징들을 한 번 간략하게나마 써보겠다.


-사장

사장실에서 담배를 펴대는 바람에 이렇게 추운 날인데도 가끔씩 문을 활짝 열어놓아야 한다는 것도 너무 싫고-심지어 지금은 그만뒀지만 임신부가 있을 때도 꿋꿋이 폈다. 이건 역겨운 특권 의식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행동. 회사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르고있다. 나 입사 초반에는 팀장에게 일임해서 팀장이 자기 마음대로 휘젓고 다녔고 사장은 팀장한테만 무슨 일이 있는지 듣고-이제는 그 사람이 팀장에서 대리로 바뀌었다. 그래서 사실 나랑은 부딪칠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떨어질 정도 별로 없다. 그냥 무능하고 탐욕스럽다-정도.


-대리

힘들고 어려운 일일수록 은근슬쩍 나한테 다 넘긴다. 입사한지 3개월만에 고객과 전화 회의를 할 일이 있었는데 영어로 하는 회의였고 나는 내용도 잘 모르는데 그 회의를 했고 지는 다른 전화기로 듣고만 있고 말 한마디는 커녕 숨소리도 안 나게 있더라. 그 때부터 알아보고 경계했어야 했는데 내가 사회생활 초짜라 너무 뭘 몰랐던 거 같다. 내가 아프면 그건 별 거 아니라는 식으로 얘기하고 자기는 매일 하루에도 열 번 이상 '아 어지러워', '아 허리야', '아 머리아파'를 입에 달고 사는 거 보면 정말이지 죽여버리고싶고, 나랑 동갑인데도 '삼청교육대 다시 만들어야 된다니까~미친놈들 다 쳐 넣어야되.' 그리고 자기는 공익 출신인데 '요즘 군대는 거의 그냥 캠핑 수준 아니야?' 하는 말은 도대체 어떤 생각에서 나오는 말인지 모르겠다. 

정말 무능한데 사람이 착하다거나 뭔가 인망이 있지도 않은 직속 상사.


-팀장

돈은 제일 많이 받으면서 일은 거의 안 하고 지식인으로 보이고 싶어 하는 모범생 컴플렉스에 걸린 이 여자. 진짜 한 마디도 섞고 싶지 않고 가능하면 쳐다도 보기 싫다. 특히나 이 여자의 표정이나 눈빛을 보면 예전에 병적으로 나를 질투했던 SH가 떠올라서-예를 들면 웃을 때 소리내며 웃고 있으면서 눈으로는 안 웃고 내 표정을 살피는 것-좀 섬뜩하고 불쾌하고 그렇다.

그리고 같은 층에 있는 사람들 외모 비하 발언을 하며 동의를 구하는 표정. 아 진짜, 이럴 때는 약간의 웃음도 짓고 싶지 않다.

"걔네 진짜 너무 뚱뚱하지 않아? 난 정말 처음 보고 너무 깜짝 놀라서~아하하하하" 이런 말 하다가

또 어느 때는 

"사람은 정말 작은 거에도 감사할 줄 알아야 하는 거 같아" 라며 뭔가 깨달았다는 표정을 짓기도 하고. 


뭐 이정도로, 나만의 작은 성토 대회를 마친다. 나중에 또 생각나면 다시 써야지. 


*뭔가 많은 일을 한다

생각해보니까 매일 쓰려고 노력하는 일기를 못 쓴지가 일주일 이상 지난 거 같다. 집에 오면 밥해먹고 치우고 이력서 쓰고 작은 오빠가 부탁한 번역 감수하고 하다보니까 정말 시간이 날아간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그렇게 될 것 같다. 뭔가 많은 일을 하고는 있는데 정리는 못하고 있다. 요즘의 삶은 정말 내가 사는 삶이라기 보다는 삶이 등떠밀어 '어어??!!' 하면서 끌려가는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