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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130625, 퇴근 후 잡담, 갑 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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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잡담


9시 넘어서까지 야근하고 집에 오니까 10시 20분. 샤워하고 나오니까 10시 40분. 와인 한 잔 할 생각인데 안주를 먹을까 말까 먹는다면 뭘 먹을까 한 5분 고민하다가 냉장고에 chan이 사다논 오징어포로 버터 구이 오징어를 만들어버렸다. 근데 초큼 딱딱한 느낌. 뭐 그래도 향이 워낙 좋아 향으로 맛있게 먹고 있다. 


어제 오늘 진짜 미친듯이 많은 내용의 메일을 썼다. 에세이로 치면 이틀 합쳐서 한 5000자는 쓴 거 같음. 아, 나 길 글게 쓰는 거 힘들어하는데, 자꾸 하려니 미치겠다. 막상 쓰면 또 쓰겠는데 쓰기 전에 괜히 나 혼자 받는 압력 같은 게 있어서. 그래서 엄청나게 일을 많이 한 것 같고, 벌써 금요일 같은데 화요일 밖에 안 된 걸 알고 절망하고 있고.


아까 9시쯤에 사내 커뮤니케이터로 이탈리아 지사의 Serena라는 직원에게, "오늘 내가 보낸 핸드오프 메일 확인했니? 작업 시작했어?" 라고 물으니 이제 막 작업자를 찾아서 곧 시작할 수 있을 거란다. 그래서 

"휴, 다행이다. 나 이제 집에갈 수 있겠어. 하하-좋은 하루 보내!" 했더니, "Good rest my dear" 라는 답변이 왔다.


이럴 때, 나의 영어에 한계를 느낀다는 거지. 

"my dear"라는 단어가 내포하는 문화적 성격을 정말 간파할 수가 없다는 말이지. 물론 이탈리아이까 또 그들만의 문화가 덧대어져 쓰이는 거겠지만. 또 개개인의 차도 당연히 있겠으나-


"my dear"라는 말은, 내가 느끼기에는, 연인사이, 부모가 자식에게, 할머니/할아버지가 손주/손녀에게 정도인데.

이탈리아 문화에서는 이렇게 얼굴 한 번도 본 적 없는 직장 동료에게도 친근함? 붙임성?의 느낌으로도 쓰이는가 보다. 물론 Serena라는 개인의 성격/언어 습관이 가장 큰 요소일 것 같긴 하다. 여튼, 약간의 문화 충격. ㅎㅎ


chan은 오늘 친구들 만나러 갔다가 아직도! 집에 안 들어왔다. 오늘 놀러간다는 죄책감이었는지 아님 원래 청소를 할려고 한건지 모르겠으나 집에 들어오니까 (원래 chan은 집안을 깔끔하게 유지하긴 하나) 평소보다 1.5배 정도 더 깨끗해져 있었다. 대답해봐. 죄책감으로 그런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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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 까기


우리의 갑은 참 일을 개떡같이 한다는 걸 많이많이 느끼고 있다. 내가 상대하는 분야는 극히 일부분이긴 하지만. 세계적인 기업..내가 다른 세계적인 기업이 어떤지 확인 안 해봐서 확실히 말 못하겠다만, 지금 세계적인 기업이 된 것은 분명 국민을 호구 삼아 국가적인 차원으로 밀어줬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점점 확고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이런식이다.


사례1.

하루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의 양이 100이라면, 2000정도의 일을 줘놓고 일주일 안에 꼭 해줘야뎀. 연장 불가능. 완전 중요한 작업임. 막 이런다. 그래서 어떻게든 미친듯이 작업자 구하고 설득하고 해서 일주일 안에 2000만큼의 일을 해서 준다. 그럼 담주에 다시 작업이 온다. 지난 번에 했던 2000짜리 작업, 퀄리티 안 좋아서 다시 해야뎀. 다시 일주일 주면서, 이 때까지 꼭 해줭.

-_-

미친.

그럼 처음부터 2주의 시간을 줄 수도 있었던 거잖아?


사례2. 


일요일에 연락하기.

아무도 연락이 안 되자 우리 지사장에게 연락.-_-

지사장이 부장에게, 부장이 차장에게, 차장이 과장에게..해서 사원까지 연락이 갔다. 사원이 또 하필 바보같이 집에 있다고 정직하게 말하는 바람에 회사로 끌려 나와서 작업 확인. 사방팔방으로 작업자에게 컨택했다가 겨우겨우 한 사람과 컨택 성공. 작업자와 얘기한 다음에 S에 보고. 지금 이런이런 작업자를 찾았고, 얘가 지금 그 일을 다는 못 하고 이만큼 정도 할 수 있다. 했더니, S측에서, 아, 그럼 그냥 내일 연락 드릴게요. -_-+ 


이제 chan와서 더 못 쓰겠다. 사례 10까지도 쓸 수 있는뎅, 아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