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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130615, 6/5~6/8 용평에서 보낸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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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평에서 보낸 휴가.


6월 6일은 현충일이라 놀았고, 6월 7일은 금요일로 휴일과 주말 사이 샌드위치라 회사 강제 연차로 놀았고, 6월 5일은 내가 개인 연차를 내서 놀았다. 그러니까 결국 6/5~6/9까지, 수목금토일을 쉰거지. 아, 정말..이 주의 월요일과 화요일의 나는 얼마나 설레여 있었는지..여튼, 6월 5일 연차가 결정되고 바로 chan의 친구에게 부탁해 용평에 콘도를 사용할 수 있는지 알아봤다. 된다는 얘기 듣고 바로 용평 휴가 계획. 6월 5일 사당역에서 아침 8시에 출발하는 버스와, 6월 8일 오후 3시 용평에서 잠실로 가는 버스를 예약. 우리는 사실 6월 4일 저녁에 용평으로 출발해서 하룻밤이라도 용평에서 더 보내고 싶었는데..요즘엔 성수기가 아니라 버스 시간대가 용평행 출발은 무조건 아침 8시, 서울생 출발은 무조건 오후 3시 이렇게 하나밖에 없더라는..이럴 땐 정말 차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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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수요일 


낮 12시쯤 용평 도착. 편의점 가서 라면이랑 이런저런거 사서 호텔 들러서 체크인(콘도도 체크인은 호텔에서 함). 


체크인하러 가는 길에 다람쥐 발견하고 흥분!




키 받고 보니까 이번엔 B동이서 또 흥분! 우리가 이전에 묵었던 곳은 C동이었다. B동은 C동보다 넓고, 무엇보다도 거실에 벽난로가 있어서 chan이랑 나랑 늘 'C동도 너무 좋지만 한 번쯤은 B동에도 가보고 싶다'고 말했었는데, 이번에 B동이 되어서(더 정확히는 chan의 친구분이 B동으로 해주어서) 완전 들떴음. 


나의 로망 거실 벽난로.





테라스에 테이블과 의자 비닐을 벗겨냈다.

아, 햇살 좋아라..

참고로 저 남색 뚜껑있는 그릇은 B동의 주인(chan의 친구의 누나)이 재떨이로 쓰는 르크루제...



테라스에서 보이는 풍경






너무 들떠서 점심에 라면 끓여서 테라스에서 먹었다. -_-




다 먹고 짐 좀 푸른 다음에 한 겨울에 슬로프였던 곳이 어떻게 변해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산책.


가보니 하얗던 슬로프는 푸른 잔디로 변해 있었다. 말도 있고 양도 있고, 덤블링, 뽀로로 기차, 거대 튜브에 물 채우고 동그랗고 투명한 비닐에 꼬맹이들이 들어가서 노는 신기한 것도 있었고, 등등 이런저런 여름용 레저가 있었다. 이용 요금표 사진에 보면 어떤 활동들이 있는지 알 수 있음. 이 날은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운영하는 곳은 별로 없었고 다들 다음날부터 연휴에 대비해 운행할 준비들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마운틴 코스터라는 거 하나를 탔다. 스키 상급자용 코스를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서 숲 길에 설치된 선을 따라 노란 의자같은 걸 타고 내려오는? 뭐 그런 거였는데 나름 재밌었다. 잔디밭으로 된 사람 하나 없는 슬로프를 리프트 타고 올라가보는 것도 신기한 경험이었고.






chan은 꼬맹이들용 기차를 보고 타고 싶어서 안절부절.




용평은 원래 쌍용거였는데 언젠가 쌍용이 경영이 어려워 지면서 통일교 재단에 팔았단다. 그래서 현재는 통일교 소유.

슬로프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수많은 콘도들과 거리를 두고 적당히 높은 산봉우리에 산에 파묻혀 신선이 살 것 같은 집 한 채가 있는 걸 볼 수 있다. 나랑 chan은 통일교 교주가 오면 머무는 곳이 분명하다며 속닥속닥. 




날도 더운데 시원한 물이 졸졸 흐르는 곳이 있길래 여기에서도 또 한참 오리 구경도 하고 책도 보고.


물이 낮아서 위험하지 않아요.




저녁엔 드디어 그렇게 기다리던 벽난로에 불 떼기. 

아, 좋아.

진짜 좋다.

나는 나중에 정말 벽난로 있는 집에서 살아야겠어, chan.

따닥따닥 불 타는 소리도 들리고, 의자도 편하고, 공기 좋고, 한가하고-

요즘 그렇지 않아도 나랑 chan이랑 둘 다 고양이가 너무 고픈데..이 날 이런 풍경에서는 더더욱 고양이 생각이 간절했다. 유이도 왔으면 좋아했겠다는 얘기도 했고.




가져간 와인 따서 마시고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카드가 보이길래 둘이서 원카드. 3판 2승으로 chan이 이겼다. chan도 별로 잘 하는 거 같지 않은데, 난 정말 카드 게임종류는 못한다. 화투도 못 치고. 여튼 2승 해놓고 어찌나 비아냥거리던지..확 쥐어박고 싶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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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목요일


아침에 집에서 가져간 치즈케이크에 프랜치 프레스로 내린 커피를 마셨다. 다 좋았는데 치즈 케이크 냄새 때문인지 자꾸만 벌이 꼬여서 힘들었..라면 먹을 땐 안 꼬였는데..




이 날은 날이 흐렸다.

점심은 사먹으려고 돌아다녀봤는데 유원지답게 다들 너무 비싼거임. 종로김밥인가 김가네? 이런 집이 있었는데 제육볶은 막 9500원? 이정도. ㅎㅎ 뭐야, 장난해? 이 때부터 별로 기분이 안 좋았다가 결국엔 치킨을 먹자며 거기 오빠닭이 있어서 마늘 크리스피? 이런 걸로 한 마리를 시켰는데, 물론 여기도 정상가는 아님. 21000원인가? 근데 맛도 없..그래서 좀 화가 많이 났었다 -_- 


문제의 치킨




결국 둘이서 반 마리 정도? 밖에 못 먹었다. 양념이 너무 진하고 독해서 몇 조각 먹으니까 속에서 질려서 더는 못 먹겠더라. 집에 와서 밥에 밑반찬 먹음. 아 이럴거면 그냥 첨부터 집에서 먹을걸. 괜히 돈 쓰고 입맛 버리고 마음 상하고!


오후에는 chan은 스케치, 나는 책, 그러다가 집 앞에 잔디밭에 나가서 캐치볼.


스케치하는 chan의 표정이란,




나는 테라스에 있다가 밖에 나가서 벤치에서 책. 




밤에는 또 산책. 

말이 초식동물이란 걸 이번 여행에서 처음 알게된 chan은 이틀 연속 말이 풀 뜯어 먹는 걸 보면서, 어떻게 풀만 먹고 저렇게 클 수가 있는지, 어떻게 저런 근육이 생길 수 있는지 너무 신기해서 미쳐버릴 지경. 쟤네가 고기 맛을 몰라서 고기를 안 먹는 게 아닐까? 여태까지 아무도 안 줘서? 한 번 주면 좋아하고 먹지 않을까? 하며 5세 수준의 질문을 계속 해대는 바람에 나도 미쳐버릴 지경.




이 날 밤에도 와인 마시고 숙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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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금요일


오전에 작은 수목원 길로 산책.








이 날 오후에는 원주에서 어머님 아버님이 방문하셨다. 넷이서 같이 곤돌라 타고 드래곤 피크 올라가서 경치 구경하고 아버님 차로 횡계에 가서 오삼불고기 먹음. 


한 겨울에 드래곤 피크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도 절경이었는데, 초여름에 보는 풍경도 역시 절경이다.

 





오삼불고기. 

곤드레나물밥도 같이 먹었다. 아, 맛있었어. 

사진 보니까 군침돈다. 

이거 빨리 쓰고 짜장면 탕수육을 먹어야겠어.


근데 이 집은(횡계의 '고향이야기') 정말 유명한지, 혹시나 예약해야하나 하고 5시쯤 전화했더니 예약 다 차고 중간에 있는 테이블 하나밖에 없다고 해서 얼른 예약 잡았다는..



어머님, 아버님은 과일을 잔뜩 주고 9시 반쯤 다시 원주로 떠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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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토요일


벌써 마지막 날. 엔젤인어스에서 브런치.




며칠을 가든, 여행의 마지막 날은 언제나 아쉽다는.

그런데 용평 정말 좋더라.

어느 계절에 와도 다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