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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131226, 다시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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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chan, 로엔 중 가장 여독에 시달린건 웃기게도 로엔

집에 오자마자 화장실 갔다 오더니 나랑 chan이 정리하느라 부산스러운 와중에도 완전 뻗어서 시체처럼 쿨쿨 잤다. 정말 피곤했나보다. 보통 우리가 정리/청소 할 때는 자다가도 깨서 옷장 열면 옷장에 들어가고 옷 게고 있으면 옷 끝자락 잡고 놀고, 설거지 하면 싱크대 올라와서 물 내리는 거 손으로 툭툭 치고, 러그 먼지 털러 밖에 나가면 지도 따라 나오고 싶어서 낑낑대고 그러는데..다 무시하고 계속 자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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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쉬면 쉴수록 다시 회사가는 게 더 싫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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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의 친구에게 빌린 차로 chan이 회사까지 바래다 주었다. 출근 도장 찍고, chan이 회사 근처 스타벅스라는 문자를 받고 다시 나가서 같이 스타벅스에 한 10분 앉아 있었다. 아주 가끔 이렇게 아침에 갖는 짧은 여유. 좋았다.

차는 오늘 오후에 반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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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450m에서 저 멀리 대관령 고랭지 농업용 널찍널찍한 직사각형 땅들을 보며 우리 엄마가 한 말,

"나 저기 가서 배추 사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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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평에 가져간 책은, 모비딕/팅커,테일러,솔져,스파이/뉴욕의 상빼/루이스 칸:학생들과의 대화, 이렇게 4권이었는데 결국 읽은 건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 한 권. 그래도 빨리빨리 안 읽혀서 꽤 오래 붙잡고 있던 책이었는데 이번에 가서 다 읽고 왔다. 뒤로 갈수록 재밌어졌다. 몇날 며칠을 계속 로엔은 내 발 끝에 와서 자고 타닥타닥 벽난로 불 타는데 앉아서 몇 시간이고 계속 책을 읽는 풍경..을 상상했는데..사실 이런 풍경이었던 건 약 반나절 정도. 기대했던 것 보다는 이런 시간이 적었다. 아쉽다.


가져간 영화는, 위대한 게츠비/브이 포 베덴타/러브 액츄얼리, 이렇게 3편이었는데, 결국 본 건 '러브 액츄얼리' 하나-

크리스마스 이브날 밤에 불끄고 chan이랑 소파에서 이불덮고 앉아서 봤다. 봐도봐도 좋다.


휴가라서..사실 영화도, 하루에 몇 편씩 새벽까지 보고..밖은 눈쌓인 풍경이 고요한..그런 걸 기대하고 갔는데 계속 11~12시에 자고 밥해먹고 산책하고 씻고 뭐..그러다보니 이런 날이 하루도 없었던 것이 많이 아쉽다..


사실 크리스마스를 껴서 휴가를 다녀온 거지만, 올해처럼 크리스마스가 무덤덤하기는 처음이다. 그냥 겨울에 휴가 갔다온 느낌. 크리스마스 카드라도 써서 주고받으려고 카두 두 장 가지고 갔는데 까먹고 안 썼다. 사실 크리스마스, 연말, 다 별 느낌이 없다. 작년 같았으면 벌써 내년 다이어리를 사서 집안 대소사며 기념일 날짜 확인해서 적어놨을텐데..아직 내년 다이어리는 사지도 않았다. chan은 아직 내년 다이어리를 사지 않겠다고 했다. 그럴 기분이 아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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