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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150624, 런던에서 취업했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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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취업


카스에 쓴 내용과 겹치지만 기쁜 소식이니까 한 번 더!


2주 전 쯤에 파페치(FarFetch)라는 회사에서 영-한 프리랜서 번역가를 구한다는 구인광고를 보고 이력서랑 커버레터랑 엄청 신경써서 다시 다듬고 다시 검토하고 한 뒤에 지원을 했다. 사실 파페치라는 회사는 영국 처음 와서 구직 사이트 뒤져볼 때 좀 자주 봤던 곳이었는데 너무 사람을 자주 뽑고 많이 뽑아서 안 좋은 회사가 아닐까 하는 인상이 있었다. 왠지 사람들이 들어갔다가 일할 곳이 못 되어 금방 그만두고 나오는 게 아닐까 싶어서. 실제로 한국에서 구직 사이트를 볼 때도 지나치게 구인광고가 자주 올라오는 회사는 대부분 사람을 뽑았는데 못 견딜 곳이라서 금방 뛰쳐나가서 또 구인광고 올리고 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지원도 하지 않고 넘겨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가끔씩 잊을만 하면 구직 사이트를 보면서 파페치란 이름이 올라오면 별로 관심을 두지 않고 넘겨버린 것이 한 두 번은 된 것 같았다.


요즘 슬슬 다시 일자리를 알아봐야할 것 같은데. 단순 서빙 알바는 이제는 정말 죽어도 하기 싫고 어떻게든 사무직을 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일주일에 한 두 번씩 구직 사이트를 뒤지고 이력서를 뿌리고 있었다. 이런 내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작업실에서 늘 만나는 제주도 섬처녀 HS씨에게 아주 중요한 정보를 들었으니.. 본인 친구가 이 곳에 한국어 콘텐츠 관리자로 있는데 회사가 나쁘지 않다고. 아무리 바빠도 6시면 모두 퇴근하고 금요일이면 4~5시부터 슬슬 사라지는 사람들도 있고. 일하는 환경도 괜찮은 편이라고. 사람을 엄청나게 뽑았는데 그 이유는 신생회사라 공격적으로 확장 중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이미 작년에 비해 올 해 그 규모가 2배 이상 커졌고 내년까지 또 2배 이상 확장할 계획이라고. 


아!! 나 그동안 몇 번을 그냥 넘겨버린 것 같은데!! 그럼 또 사람 뽑으면 제대로 지원을 해봐야겠네? 


라는 마음을 먹은지 몇 주 지나서 파페치에서 딱 내가 지원할만한 포지션 오프닝이 뜬 거였다. 그러니까 당연히 엄청 정성들여서 지원을 했고 약 1주일 뒤에 인터뷰를 보고 싶다는 메일을 받았다. 이번주 월요일에 인터뷰가 잡혀서 주말 내내 파페치 웹사이트 가서 상품설명이나 뭐 그런거 뒤져 보면서 패션 용어 익히고(정말 별세계였음. 사실 솔직히 말하면 패션쪽에 굳혀진 한국어는 정말 엉망인듯 했다. 대부분이 그냥 영어를 소리나는대로 한글로 써 놓은 것.) 인터뷰 예상 질문 뽑아서 답변 쓰고 그거 웅얼거리면서 외우고. 월요일에 인터뷰를 보러 갔는데 시내 쪽 오피스 건물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재밌는 건..HS씨 친구가 인터뷰어였다는 것... 둘 다 한국인인데. 한국어로 인사하고 그랬는데. 인터뷰는 영어로 봤다는 것. 근데 생각보다 어색하진 않았다. 예전 회사들도 한국어로 실컷 얘기하다가 영어 인터뷰로 바뀌고 그랬어서. 아무튼 30분간 인터뷰 하고 30분간 번역 테스트 하고 나와서 당일 오후에 오퍼 전화를 받았다. HS씨 친구라는 이유로 나를 좀 더 신경써준 것도 분명 어느 정도는 있다고 생각하고. 또 HS씨가 아니었으면 파페치가 나쁘지 않은 곳이라는 것도 몰랐을테고 그럼 이렇게 정성들여 지원도 안 했을테니. 확실히 HS씨에게 매우매우 고마운 일이다. 조만간 한 턱 쏘기로 했음. 


아무튼 영국 와서 사무직 - 프리랜서지만 - 으로 취업하기를 물론 굉장히 원하기는 했지만 영국에서 학교도 나오지 않았고 단순 서빙 알바 빼고는 영국에서 일해본 경험도 없었기에 게다가 비자도 내년 1월이면 만료되는 상황이라 솔직히 자신 없었는데. 이렇게 덜컥 취업이 되어서..3개월 계약직이긴 하지만 그래도 진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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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작가님 박사 졸업 전시회 오프닝


작은오빠의 친구이자 지금 내 고용주이신 이작가님 박사 졸업 전시회 오프닝에 다녀왔다. 

런던에서 매우 동쪽에 위치한 이 학교는 템즈강을 사이에 두고 바로 맞은편에 씨티 공항(City Airport)라는 작은 공항이 있는 특이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박사뿐 아니라 학사 석사 졸업생 그리고 그냥 재학생들까지 모두 전시를 해서 사람들이 꽤 붐볐다.








chan이 나랑 닮았다고 한 작품... 





전시 다 보고 이작가님이랑 어떤 공무원 아저씨랑 넷이서 워털루역 포차가서 밥먹고 술 마시고 2차로 공무원 아저씨는 집에 보내고 우리끼리 셋이서 이작가님 집에 가서 또 한 잔. 사실 나는 계속 차만 마셨고 chan도 맥주 쪼끔 마시고 이작가님 혼자서 맥주에 발렌타인을 섞어서 와인잔으로 4~5잔을 드링킹. 결국 취해서 우리 집에 가는 길에 막 나한테 자기 쌔돈있다고. 쌔돈 한 장 가져가라고. 나 쌔돈 엄청 좋아한다고. 쌔돈 생기면 집에 여기다가 모아두고 아껴쓴다고. 막 나한테 쌔돈 20파운드를 손에 쥐어주셨다는. 우버 타고 집에 오니까 새벽 1시가 넘어있었다. 런던와서 이렇게 늦게까지 놀고 들어오긴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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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궤양으로 의심되었던 날들


얼마전 저녁 멀쩡히 먹고 배뚜드리면서 소파에 앉아있었는데 뱃속이 좀 불편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니까 점점 더 많이 심각하게 불편하고 아프기 시작했다. 화장실 가고싶은 배도 아니었고 체한 것 같지도 않은데. 이제 뭐지? 

chan은 계속 나 등 뚜들겨주고 명치 뒷쪽을 꾹꾹 눌러주고 배 문질문질 해주고. 약간 메스꺼운 느낌도 있는데 속이 쓰린 것 같기도 하고. 속이 쓰린 게 심해서 아픈 것 같기도 하고. 암튼 너무 아프고 힘들었었다. 


폭풍 검새을 해보니까 이건 아마 위궤양인듯..이라며 자가 진단을 내리고 거기에 맞춰 식단을 조절했다. 약도 사서 먹었고 토마토랑 사과를 많이 먹고 며칠 동안은 계속 야채 참치죽을 먹었다. 양배추즙도 만들어서 먹고. 

왜 아플까 원인을 이리저리 생각해봤는데 런던 와서 라면도 좀 자주 먹었고(일주일에 한 번은 먹은듯), 과자도 많이 먹기 시작했고, 저녁에 지나치게 푸짐하게 차려서 과식한 날이 엄청 많았다는 걸 깨닳았다.


며칠동안 내내 죽이랑 토마토 샐러드랑 오븐에 구운 감자같이 엄청 간소하게 먹었는데 생각보다 배가 막 고프거나 하지 않고 오히려 약간 속이 다 차지 않은 이 느낌이 나쁘지가 않았다. 지금 1주일 정도 된 것 같은데 뱃속은 많이 나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조심해야할 것 같아 당분간은 양배추즙을 자주 마셔주기로 결심했다. 


도대체 몸 성한 날이 며칠이나 되는 거냐.

짜잘하게 아파서 찌질거리고 힘들다고 골골거리는 거 정말로 지긋지긋해. 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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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배추즙 첨엔 사과랑 요거트에 물 조금 넣고 갈아 마셨는데 오늘은 요거트를 빼고 물 대신 Oat-ly(곡물 음료인데 아침햇살같은 맛이 난다)를 넣고 갈아봤는데 아 엄청 맛있어! 

-아 물론 양배추즙이라는 게..엄청 맛있을 수는 없다. 그건 거짓말이다(단호). 하지만 생각보다 먹을만하고 이 곡물 음료를 넣으니까 맛이 훨씬 업그레이드된 것은 사실. 앞으로 양배추즙을 자주 먹는 것에 큰 도움이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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