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에니 탈출 사건
어느 날 아침. 보통 내 다리에 몸을 어느정도 기대어 자고 있거나 아니면 창가에 앉아서 밖에 있는 새들을 보면서 혼자 사냥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어야 할 로엔이 보이지 않았다.
"로엔~로오에엔~!"
하고 불러봐도 대답도 없고 나타나지 않았던 것에는 별로 당황스럽지 않았다. 원래 맨날 그러니까..-_-
방에 없다는 게 조금 이상했을 뿐. 거실 소파 위에서 자고 있으려니 하고 방에서 나와 거실에 소파 위를 봤는데도 없었을 땐 좀 목 뒤가 서늘했다. 뭔가 불길한 예감으로 창가에 가보니...창문이 활짝 열려있어......! 이 때부터 이거 뭔가 심각하다 싶어서 "로엔!! 로엔!!" 하며 집안 구석구석을 뒤졌는데 로엔이 갈 만한 곳 어디에도 찾을 수가 없어서 '아..정말로 나갔구나!' 싶어 완전 패닉.
어떡하지?
아 옷부터 입어야 하나?
지금 어디쯤에 있을까?
전속력으로 새벽부터 달려 나갔다면 이 동네에 없는 거 아닐까?
아 뭐지?
하면서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데 열려진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던 chan이
"로엔~일루와~~응응 그래~~일루오면 돼~~"
"!!!!! 로엔이 거기에 있어?"
"응 저 위에 지붕 위에 있는데 엄청 겁을 먹어서 못 내려오고 있어."
나도 고개를 내밀고 위를 보니 지붕 위에서 이슬비를 맞아가며 온 몸에 털이 바짝 서서는 우리를 보고 계속 울고 있었다. 얼굴이 야인같았음. 암튼..지붕이 경사가 져서 미끄럽고 낯선 환경이라 무서워서 못 내려오고 있는 듯 했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다가 안방 창문을 열면 지붕쪽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게 생각이 나서 chan이 얼른 방으로 갔다. 그 사이에 나는 계속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로엔이 좋아하는 공을 들고 보여주며 로엔의 진정 및 위치 이탈을 방지하고 있었다. 로엔이 공을 보고 창문으로 뛸까말까 약간 고민하는 찰나
"로엔!" 하고 chan 이 지붕 뒷편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가 들리자마자 로엔이 쏜살같이 chan이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겨우겨우 로엔을 잡고 다시 안방 창문으로 들어옴으로....일단락 된 로엔 탈출 사건.
휴-
진짜 열려진 창문을 봤을 때 정말로 놀랐고
로엔이 야인같은 얼굴로 겁에 질려 있을 땐 좀 걱정은 됐지만 일단 멀리 가지 않았음에 안도하면서 얼굴이 몇 시간 새에 이렇게까지 야인같아졌지? 하면서 좀 웃기다는 여유로운 생각까지 들었고
chan의 목소리에 즉각 반응해서 뛰어가는 모습에 좀 감동적이면서..그동안 우리가 부르는 거 알면서도 무시한 게 맞구나 싶었다.
그 후로 창문 열렸는지 수시로 확인하는 중..
*요즘 핫하다는 집밥 백선생을 보고
인터넷 하다가 백선생님 레시피대로 해봤는데 정말 쉽고 맛있다는 글이 많길래 나도 한 번 찾아서 보고 몇 개 따라서 해봤다.
먼저 삼겹살-
난 원래 고기 잘 못 굽는 편이었다는 걸 이번 기회에 확실히 알게됨. 센 불에 계속 구워야 한다는 건 이번에 첨 알았다. 해봤는데 정말정말 맛있었음. 이거슨 그동안 먹었던 고기와 같은 고기가 아님...
여기에 참기름+다진마늘도 해서 찍어 먹고
알려준 소스대로 만들어서 파절이도 해서 먹었는데 아 정말 매우 맛있었음. 특히나 파절이가 정말 맛있었다. 이거 보고 별 관계는 없지만 아마존에서 파절이 칼을 주문했다.
그리고 그 유명한 양념 간장 넣고 만든 두부 조림-
하악
이것도 정말 너무너무 맛있었어!!!
둘이서 밥 한 공기를 정말 뚝딱 비웠다.
여기 사진엔 없지만 마리텔에서 알려주신 닭볶음탕이랑 기름떡볶이도 해먹어봤는데 진짜 다 너무 맛있었다. 아 쓰면서 또 침 고이네..쓰읍.
알고보니 친정 엄마도 큰 새언니도 시어머님도모두 백선생님 팬들이었다. 정말 요즘 인기 좋은듯 ㅎㅎ
암튼 주부 입장에서 이렇게 재밌고 유익한 요리 프로가 다양하게 생겨나는 것은 환영할만 한 일이다.
*시어머님이 보내주신 택배
지난 주 화요일에 보내셨다기에 그 주 금요일에는 받을 줄 알았는데..주말 보내고 월요일 아침에서야 도착한 택배. 혹시 세관에 걸린 걸까봐 조마했었는데 다행히 잘 받았다. 오징어채, 마늘쫑, 고추볶음, 멸치볶음, 김, 녹차소금, 곤드레 나물, 매실액 등등 바리바리 싸서 보내주셔서 또 한 동안 밑반찬 걱정 없이 잘 먹을듯. 감사합니다-
*특종
중학교때부터 친구인 윤군에게 들은 쇼킹했던 소식. 요즘 계속 새벽 4~5시에 깨져서 뒤척거리고 핸드폰으로 인터넷 좀 하고 다시 자는 패턴이라 오늘도 5시쯤 인터넷 하다가 다시 마음 먹고 자려고 누웠는데 '지잉' '지잉' '지잉' 카톡오는 진동 소리가 들리길래 무시하고 잘까말까 하다가 확인해 봤다.
'나 애기 가졌어!'
라는 미혼의 친구 윤군의 메시지.
아..아..뻐끔..뻐끔... 좀 하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답장을 했다. 그 후로 약 30분 정도 셋이서 폭풍 수다-
결혼 전 임신에 대한 건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그냥 아직 그 남자친구 잘 만나나? 정도로 내 맘대로 생각하고 있다가 갑자기 임신이라고 하니 놀랐던 것. 알고보니 날도 잡아놓은 상태였더라. 생각보다 이른 임신때문에 날을 땡겨야할 것 같았지만. 윤군은 결혼과는 별로 상관없어 보였는데(역시 내멋대로). 그냥 연애만 하고 커리어 우먼으로 사회생활 막 빡쌔게하고 권모술수 미인계 등으로 광고계에서 살아남아 사연있는 중년의 간부 정도가 될 줄 알았는데. 결혼까지 한다니 또 충격. 몇 개월 전 역시 결혼 안 하고 지 혼자 지멋대로 안하무인 위풍당당하게 살 줄 알았던 동네 바보형도 7월 결혼 소식으로 나를 놀래키더니. 다들 자기 짝 만나서 가는구려.
여튼 나의 새벽잠을 홀딱 깨운 윤군아- 결혼과 임신 동시에 축하허네. 행복해라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50701, 출근 3일째 회사에서 (2) | 2015.07.02 |
---|---|
20150624, 런던에서 취업했드아! (7) | 2015.06.24 |
20150530, 옛날 생각 (4) | 2015.05.31 |
21050522, 화가난다. (2) | 2015.05.23 |
20150516, 그냥저냥 (4) | 2015.0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