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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생각
오늘 집에서 뒹굴거리다가 무한도전 토토가를 다시 한 번 봤더니..이 노래 저 노래마다 하나도 빠짐없이 노래에 얽힌 사연들 노래마다 생각나는 사람들 추억들이 정말 많아서. 나 정말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구나 싶어 괜히 가슴 벅차고 찡하고 그냥 그 뜻을 알 수 없이 '아..참...정말 저 때 저랬었지..' 하는 말이 나왔다. 처음 봤을 때도 그랬었는데 그냥 그렇게 생각나고 하룻밤 지나면 또 잊혀져서 일상으로 돌아갔었지. 원래 추억이라는 게 그런 거라는 거 알지만서도 그렇게 하룻밤 사이 잊혀진다는 게 나는 슬프고 아쉽고 그렇다. 늘 그랬었다. 소중했던 순간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희미해지고 잊혀지는 게 나는 견딜 수 없이 애틋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냥 이것저것 옛날 생각 나는대로 풀어놓는 추억들-
토토가 앵콜곡이었던 터보 트위스트킹 들으면서 생각났던 건 고딩일 때 무용 시간에 무용 선생님이 왜인지 이 노래에 맞춰서 율동을 가르쳐줬었다. 우리 다들 아래 위로 남색에 진짜 안 예쁜 체육복에 발레 슈즈 신고 무용실에서 열심히 트위스트 춤 췄던 기억. 지금 생각해보니까 진짜 웃기고 어처구니가 없다. 체육복에 발레 슈즈는 왠 말이며..무용 시간에 왜 트위스트킹에 맞춰서 근본도 없는 무용을 했던것인가.
암튼 대부분 생각나는 건 노래방에 관련된 얘기들이니 노래방 썰을 풀어보자면.
나는 주로 고딩일 때 노래방 정말 징글징글하게 다녔었는데. 학교 땡땡이 치고 나왔다가 노래방 문이 아직 안 열려서 주인 아저씨한테 전화해서 주인 아저씨가 달려와서 문 열어준 적도 있다. 신정사거리 쪽에 있던 노래방이었는데 나랑 같이 다니던 친구 중 몇 명이 거기를 뻔질나게 다녀서 그 주인 아저씨랑 거의 개인적으로 안다고도 할 수 있을 정도였음. 그래서 가끔 학교 땡땡이치고 막 낮 1시 이럴 때에도 거기서 죽 때리고 있을 수가 있었다. 아..방황하던 10대여! 또 내가 즐겨 다녔던 노래방 중 하나는 오목교역 근처에 있던 노래방. 거기는 기본으로 짱구 과자를 한 소쿠리씩 줬었는데 짱구 별로 안 좋아해도 거기만 가면 짱구가 그렇게 맛있었었다. 이 노래방은 나의 첫사랑 그와 함께 처음 갔던 노래방이기도 해서 더 기억에 남는다. 아..그 아인 지금쯤 어디서 뭘 하고 지낼려나. 한..22살 정도까지 어찌저찌 연락이 닿았었는데. 그 후론 둘이 같이 아는 친구도 없고 해서 생사를 전혀 알 수가 없다. 인생 참 대책없이 막 살던 아이였는데. 얘랑의 마지막 연락은 아직도 기억한다. 여느때처럼 1~2년 만에 뜬금없이 문자가 왔었다. '공주님 뭐하고 지내시나?' (공주님이라는 단어 때문에 참 보시는 분들께 죄송하지만 그냥 이해하고 넘어가주시길) 그랬는데 거기다 대고 내가 '누구세요?' 라고 했었다. 그리고는 답이 없기에 그냥 잊고 지나갔었는데 며칠 뒤에 불현듯 떠올랐다. 그게 그 아이 번호였다는 걸. 정말 5년 넘게 잊어본 적 없는 그의 전화번호였는데 어느 순간 이렇게 훅 잊혀졌다는 게 너무 놀라웠고. 이제 내 첫사랑이 정말로 끝났구나 싶어서 슬펐고 씁쓸했고. 무엇보다도 그 아이에게 굉장히 미안했었다.
암튼 얘랑 헤어지고 만나고를 반복하면서 터보에 투나잇을 엄청나게 불렀던 기억이다. 리아의 고해성사도 불렀었다. 아 진짜..지금 쓰고나니 왜 이렇게까지 부끄러운거지? ㅋㅋ 여튼 김건모의 이별이랑 그 외에 핑클, SES 노래도 줄줄 꽤고 있었다. 여가수 노래만 줄줄이 부르다가 가끔 서태지와 아이들 '너에게' 같은 것 불러주는 것도 괜찮았다. 아니면 다같이 소리 고래고래 지를 수 있는 up의 뿌요뿌요같은 것도 신났었다.
그 당시 좋아했던 남자애가 다른 여자애를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핑클에 루비를 '그래 널 보내주겠어~어어으앜 시발!!!' 하면서 불렀던 지금은 첫째 아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간 배모양도 생각나고. 엄정화의 포이즌을 즐겨 부르던. 항상 일어나서 율동까지 같이했는데 율동을 너무 똑같이 할려고 노력해서 어쩐지 웃겼던 나중에 여대에 가서는 힙합전사가 되어 머리에 수건 두르고 다니다가..이것도 어쩐지 너무 힙합 정석 옷차림을 하려고 해서 웃겼던. 지금은 잘 연락하지 않지만 어쨌든 내가 알기론 S전자에 입사하여 같은 회사다니는 신랑 만나서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김모양도 생각나고.
지금은 생각만해도 손발이 오그라들지만 노래 가사에 내 이름 내가 좋아하는 사람 이름 넣어서 부르기에도 아주 열정적이었었다. 중딩일 때 친구 꼬임에 넘어가서ㅋ 아이스하키 하는 대학생 오빠들을 죽어라 쫓아다녔었는데. 심지어 전주였나? 거기서 무슨 경기가 있다고 해서 새벽부터 도서관 간다고 나와서 전주까지 쫓아갔다 왔었다. ㅋㅋ 그 때 내가 좋아했던 고대 오빠 이름이 원석이었는데. 그 오빠 이름 넣어서 노래 진짜 많이 불렀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고 나랑 같이 다녔던 지금은 결혼해서 딸 낳고 잘 살고 있는 남모양과 미친듯이 바쁜 광고회사에 다니는 커리어우먼 윤모양이랑. 우리 다 같이 그랬었다잉? ㅋㅋ 아 부끄러워! 노래방 있던 건물이 현대우성타워였나? 아님 그 옆에 1층에 베스킨라빈스 있던 건물이었나? 이제 가물가물하네. 암튼 저 오빠에 대한 내 사랑은 고등학교를 올라가서 현실적인 연애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사그라들었다. 그 후로 결혼해서 애도 낳고 잘 살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듯. 이번에 영국 오고 그러면서 짐정리 할 때 보니까 어느 예쁜 상자 안에 퍽이 곱게 앉아있던데. 옛날 생각나서 한 번 웃고 다시 곱게 넣어놨다. 언젠가 또 짐 정리할 일 있을 때 보고선 웃을 수 있겠지.
그리고 남자들의 약간의 멋져보이는 방법이 고딩때 부터 대딩때까지 점점 변화한다. 물론 내 기준. 고딩때는 김민종이나 더 블루 노래 같은 거 가창력 뽐내며 분위기 잡고 부르면 괜찮았다. 좀 까불거리고 잘 놀면 HOT, 젝키 노래 좀 느낌있게 살짝살짝 율동하면서 부르면 멋있어 보였음. 지누션이나 원타임도 괜찮았다. 그리고 대딩이 되면서 점점 장르가 팝으로까지 진화함. 마룬 파이브의 선데이 모닝이나,잘 부르면 괜찮아 보였음. 그 와중에 에미넴 랩 외워서 하면 대박이었음. 사실 이건 좀 웃겨보이긴 했었다. 에미넴 랩..저거 외울라고 얼마나 고생했을까 싶어서. ㅋㅋ
chan이랑 처음 만난 날에도 노래방엘 갔었다.
chan은 노래를 잘 하진 않았지만 목소리가 굉장히 좋았었다. 델리스파이스 노래를 부를 때 조금 반했었다. 그리고..이제 와서야 밝히지만..그 날 박지윤의 할 수 있어를 불렀는데 이건 사실 노래방에서 내 나름 남자 꼬시기 필살기였음. ㅋㅋㅋ 그 와중에 chan의 친구였던 김모군 고모군은 chan이 전화받으러 나간 사이에 나에게 키스를 시도했다가 내가 필사적으로 거부하자 충격을 받음. 아니 도대체 왜? 어딜 봐서 내가 너랑 키스할 것 같았었니? 암튼 그러고선 노래방 분위기 싸해져서 각자 집으로 헤어졌던 기억. 나에게 키스를 시도했던 고모군은 작년인가 미모의 아리따운 학교 선생님과 결혼하여 잘 살고있다. 결론은 해피엔딩-
아 이렇게 쓰니까 애틋했던 마음이 좀 달래지는 것 같다. 그리고 언제든 들춰볼 수 있게 기록했다는 사실 자체에 위안이 된다. 오랜만에 생각나니까 재밌도 있고. 다음에 다른 거 생각나면 또 써야지.
그냥 넘어가기 뭐해서 고향 사진 몇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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