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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150724, 하루종일 비가 주륵주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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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비가 주룩주룩






한국 여름철 장마비같이 하루 온종일 굵은 빗방울이 주르륵 주르륵 내리는 금요일이다. 

런던에 온 뒤로 이렇게 하루종일 주구장창 비가 내리는 날은 처음인 것 같다.


chan은 아침 먹고 집안 청소 한바퀴 돌고 씻고 내가 주문한 로얄 밀크티를 대령한 뒤 홈페이지 작업에 들어갔고

나는 아침 먹고 바로 일을 시작했다.

빗소리를 들으면서 일하다가 가끔씩 로에니랑 놀아주면서 밀크티도 홀짝거리니까 참 살맛나더라..싶을 때 로에니가 밀크티를 엎어버렸다. -_-;

그래도 이렇게 비가오는데 밖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오늘 하루가 고마웠다. 비는 듣는 게 맛이지!


요즘 밥 먹으면서 보는 드라마가 다 떨어져서 예전 꺼 계속 본 거 또 보고 그러다가 예전에 '응답하라 1994' 그거 엄청 인기 있었던 거 같은데 우리도 그거나 볼까? 했더니 chan은 '아 그래? 뭐 그런 게 있었던 것 같긴 하다. 니가 보고 싶으면 보고~' 라며 뜨뜻미지근하게 대답해놓고 막상 다운받아 보기 시작하니까 나보다 훨씬 더 빠져들어서


'으이그 저 촌놈들..쯧쯧'

'음..역시 저 오빠만이 여자애가 아픈 걸 알아주는 구먼.'

'저 오빠 츤데레구만! 츤데레는 역시 좋은 거야.'

'드라마가 설정을 잘 했네.'

'아~!! 도대체 남편이 그래서 누구야?'


이렇게 막 어쩌구 저쩌구 추임새 넣어가면서 연속으로 6편을 봤다. (chan의 작업도 그렇고 내 일도 그렇고 둘 다 드라마를 틀어놓고 해도 지장이 없는 종류의 일이라서 이게 가능하다.)


이 드라마가 정말로 보다보니까 점점 빠져들면서 옛날 생각이 막 나면서 이런저런 옛날 얘기도 나오고 그렇게 되더라. 노래들도 다 주옥같고. 우리도 보면서 몇 번이나 대화를 나눴는데 그 중 몇 개.


장국영이 처음 서울 올라와서 서울역에서 신촌까지 찾아가는 험난한 여정을 보면서


나: 너도 처음 서울와서 환승하는 거 힘들었어?

chan: 뭐 쉬웠다고는 할 수 없지.

나: 정말? 지하철이 막 신기하고 그랬어?

chan; 그래! 신기했다!!!

나: (손가락질하며) 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숙집 사람들이 모여서 TV에 신동엽이 나오는 걸 보면서 '아 서울에 오니까 이제 신동엽을 보네~' 하길래 처음엔 잘 이해가 안 가서


나: 읭? 왜? 아~신동엽이 SBS에서 주로 나왔어서?

chan:응. 근데 정말로 저런 거 좀 있었어.

나: 뭐?? 진짜?? 너도 저랬었다고???? 신동엽 못 봤다고??? (손가락질하며) 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 이 문화충격은 끝이 없다.


특히나 주인공들이 1명 빼고 다 지방에서 온 설정이라서 가끔씩 서울 애들한테 놀림받고 자기들끼리 괜히 열등감 갖고 뭐 그런 장면이 많이 나왔는데 서울 출신인 나와 강원도 출신인 chan 사이에서 많이 오갔던 주제와 대화들이라서 더더 공감이 갔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드라마 보면서 등장 인물이 울기만 하면 자동으로 눈물이 줄줄 흐르는 나를 보면서(오늘도 6화까지 보면서 4~5번은 훌쩍거렸다.)


chan: 히잉~ 왜그랭~~

나: (뭔가 쪽팔려서) 나 어머님처럼 되어가나봐! 어머님도 드라마 보시면 맨날 우시잖아! 너도 결국 엄마같은 여자를 고른 거라구!



이렇게 우리는 남들보다 2년 늦게 응사를 보며 가슴앓이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