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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거나 게으르거나
바쁠 땐 바쁘다고
안 바쁠 땐 게으름 피우느라고 뜸해지는 블로그 포슷힝-
동네 산책하다보면 자주 만나는 길냥이-
어느 집에서 풀어놓고 기르는 냥이같은데 사람을 좋아한다. 나랑 몇 번이나 봤다고 내가 쭈구리고 아는 척하니까 '냐앙' 하면서 다리에 부비부비-
chan한테는 가려다 얼굴보고 멈칫.
어느 보름달 뜬 밤-
cortex 어플 쓸 때마다 현대기술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 나같은 사람이 막 찍어도 이렇게 그럴듯하게 나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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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베큐 파튀
어느 주말에 회사 사람들이랑 함께한 바베큐 파티. 회사 Customer Service 부서의 SY씨의 집에서 한 Korean team 회식이었는데 엄청나게 맛있었음. 진짜 꿀맛. 역시 바베큐는 진리. 나랑 다른 사원 하나가 한인마트에서 쌈무를 사와서 더 꿀맛이었지. 으흐흐.
집 건물 자체도 엄청나게 좋고 주변 풍경도 좋았는데 지하철 역에서 집까지 오는 길이 좀 많이 험했다. 밤 11시가 다 되어 집을 나서면서 다시 지하철 역으로 돌아갈 때는 '아무리 집이 좋아도..여기서는 못 살 것 같아.' 라며. 무엇보다도 지하철에서 이 집으로 오려면 작은 지하 굴다리 같은 걸 건너야 하는데 여기가 좀 으슥하고 별로였다. 괜히 으시시한 지하 굴다리를 건널 때마다 영화 '돌이킬 수 없는'의 강간/살해 장면이 떠올라서 나 혼자 괜히 더 무서움.
원래 회사 사람들 우르르 모이는. 그것도 주말에.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프리랜서라 요즘은 거의 집에서 일하니까 회사 사람들하고 친해질 일도 별로 없고. 무엇보다도 메뉴가 야외 바베큐였기 때문에. 큰 거부감 없이 참석했는데 생각했던 것 보다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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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부자마을 산책
날씨 좋으면 가끔 산책가는 윗동네 부자마을. 여기는 마음에 쏙 드는 집이 너무 많아서 눈이 즐겁다. 우리는 언젠가 마음에 쏙 드는 집에서, 남의 집 아니고 우리 집에서 살 수 있을까? 아! 집 없는 설움이란!
그래도 예쁜 집을 보면서 우리가 저런 집에 살면 지하에는 만화책 쫙 두고 주방은 원목으로 해서 르쿠르제 그릴 팬이랑 쌍둥이 칼이랑 좋은 믹서도 가져다 놓고 거실에는 마음에 드는 책꽂이 사다가 한국에 있는 책도 다 가져와서 꼽아놓고 로에니 캣타워도 사주고 날씨 좋은 주말에는 마당에서 바베큐도 해먹고 눈오는 겨울밤이면 벽난로에 불피우고 핫초코 마시면서 판타지 소설도 읽고. 그러면 좋겠다! 라고..
디테일은 조금씩 바뀌지만 항상 일정하게 나오는 건
지하에 만화방
마당에 바베큐
거실에 벽난로
이 정도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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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산책에서 또 만남
안뇽?
이 날은 다른 냥이도 만났다.
얘는 '냐앙' 하면서 좀 경계하는지 일정 거리를 꼭 유지하더라.
또 날씨 좋았던 어느 주말.
우리가 다녀온 곳은 집에서 좀 거리가 있는 엄청나게 큰 Tesco.
아직도 신기한 게 참 많은 영국 마트.
그 중에도 맨날 다니는 마트 말고 외곽에 이렇게 큰 마트에 오면 정말 구경할 게 훨씬 많다. 어쩐지 다 한 번씩 사서 다 해먹어 보고 해야 제대로 사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좀 필요없는 것까지 사게 되기도 하는. 근데 이제는 그렇게 샀다가 맛이 이상하거나 쓸 줄 몰라서 그냥 버렸던 경험 몇 번을 통해 모르는 재료는 왠만하면 구경만 하는 걸로. 아쉽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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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회사 파티
무려 Summer Party라고 이름붙여진 이 파티. 후우-
이 날 프리랜서들이 참석해야 하는 미팅이 있어서 모처럼 회사에 나가서 근무를 했다. 근데 알고보니 이 날이 회사 파티 날이었음. 나는 초대 메일은 받았었는데 그닥 가고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서 관심 끄고 있었는데 막상 들어보니 공짜 술과 공짜 고기.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바베큐를 거하게 할 예정이라고!
뭣이라?
바베큐?
아..그럼 갈까?
하여 마지막 순간에 가기로 마음먹고 회사 사람들과 들뜬 마음으로 함께 나왔다. 그것도 4시에. 회사 파티같은 건 업무 시간 끝나고 시작하는 줄 알았는데 4시부터 한다고 하여 매우 감동. 이 때까지만 해도 들뜨고 기분 좋았다. 파티 위치는 지하철 타고 갈아타서 10~15분 정도 걸리는 곳. 근데 나랑 같이 나온 사람들이 자기들은 걸어갈까 하는데 괜찮으시겠냐고 물어본다. 이때까지만 해도 들뜨고 기분 좋았고 컨디션도 좋았고 적당히 걷는 것도 좋아하기에 알았다고 하고 같이 걸어감. 여기서부터 잘못되었던 것 같다... 분명 30분 정도 걸으면 된다고 했는데..왜 30분이 지나고 40분이 지나도..아직 좀 더 가야한다고 하는 거니. 결국 1시간이 걸려서 도착한 파티 장소. 컨디션이 매우 안 좋아졌음. 올라가보면 고기가 나를 기다리고 있겠지..이 생각 하나로 다리병신이 될 것 같은 기분을 꾹꾹 누르며 걸어왔는데.
비가 오는 날에 천장이 뻥 뚫린 루프탑에서 파티를 하고 있더라.
근데 마침 바베큐 하는 사람이 안 왔다더라.
그래도 우비는 주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
내가 다리를 버리면서 왔는데 바베큐는 없고 술이랑 컵케이크 따위밖에 없네? 나 술도 못마시도 컵케이크같은 건 바베큐 다 먹고 디저트로나 먹을 수 있는 거 아닌가? 누가 빈 속에 저렇게 단 밀가루 덩어리를 먹는데? 비가 와서 앉을 곳도 없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
계속 정말로 진정 바베큐하는 아저씨는 오지 않는 것이냐며 혹시나 하는 희망을 품고 1시간을 넘게 콜라랑 바게트 빵이랑 컵케이크 따위를 먹으며 버텼지만. 어쩐지 이젠 더 있다가는 집에 갈 체력도 남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7시 조금 전에 먼저 파티장을 나섰다.
이 와중에도 술 좋아하는 애들은 나름 즐기면서 재밌게 노는 듯 했지만..
나는 내내 화가나있었음..
결국 집까지 겨우겨우 와서 두부조림 해서 밥이랑 맛있게 먹었다.
발은 물집잡히고 까지고 난리도 아니었음. 아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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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주는 특히나 바쁘다. 아직 바쁜 중-
한동안 나갔던 작업실 주인이신 KW 오빠가 작업실에 할 일이 많다며 2주 동안만 최대한 많이 나와줄 수 없겠냐고 부탁을 했다. 고민하다가 2주 동안 한 주에 두 번씩 나가주기로 했다. 평일에 하루 주말에 하루.
프리랜서가 안 좋은 게 유급휴가가 없다는 거다. 그래서 오빠 작업실에 나가려고 하루를 빼면 그 날 하루 일당이 날라가게 되는 거임. 근데 그건 너무 아까우니까. 고민끝에 평일에 하루 회사를 빼고 대신 주말동안 빠진 날에 못한 일을 다 하기로 했다. 결국 2주 동안 쉬는 날 없이 계속 일을 하게됨. 너무 빡쌘 거 같아. 그래도 내일이면 이 빡쌘 일정이 끝난다. 힘들긴 했지만 두 일을 다 잘 해낸 것 같아 조금 뿌듯-
내가 이 바쁜 와중에 바베큐 먹겠다고 1시간을 걸어 갔는데 비만 맞고 바베큐는 없고 술이랑 밀가루밖에 없는 파티를 갔으니 화가 나겠어 안 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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