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20151122, 다시 또 짐을 싸고있다.

*

다시 또 짐을 싸고있다.



귀국을 1주일 앞둔 오늘 우리는 다시 또 짐을 쌌다. 한국에서 그렇게 버리고 왔는데 여기서도 또 다시 한 번 짐을 구분하고 버릴 것을 골라 냈다.

지금까지 우리가 싼 짐은 약 170kg

처음에는 100kg가 과연 넘을까? 설마? 싶었다가 며칠 지나서는 이거 어쩌면 200kg도 훌쩍 넘겠는데? 설마 300kg까지 가는 건 아니겠지? 했는데 막상 다 싸고보니 170kg다. 1년 넘에 우리가 이고지고 다니던 짐의 무게.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까지 내 꿈은 집시처럼 사는 것이었다. 세계 여기 저기를 떠돌면서 영원한 이방인으로. 세상에 속한 듯 속하지 않게. 땅에 닿을 듯 닿지 않게. 연기처럼. 어느 곳에 깊숙히 속하여 오랫동안 관계를 맺고 머물며 지내는 것에는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항상 어딘가로 떠나고 싶었다. 


그에 모순적으로 나는 물건을 너무 좋아했다. 언제든지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다면 몸을 가볍게 하고 최소한의 물건들만으로 살 수 있어야 하는데 나는 쇼핑을 좋아했고 쉽게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게다가 한 편으로 나는 사랑에 빠지고 싶었었다. 누군가와 아주 뜨겁고 깊은 사랑을 하고 그 사랑을 최우선으로 하며 살고 싶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을 두고 언제든 어딘가로 훌쩍 떠나기가 힘들어질텐데 말이다.


결국 나는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났고 좋아하는 물건을 쌓아놓고 살게 되었으며 이 두 가지는 나에게 정착을 원하게끔 만들었다. 이제는 떠돌이같이 살고싶지 않다. 어딘가에 정착하여 내 집을 꾸미고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물건을들 쌓아놓고 오래오래 가꾸며 살고싶다. 


인생은 타이밍의 문제라는 것을 이번에 비자 문제를 겪으면서도 뼈저리게 느꼈지만 사실 더 크고 굵직하게 느꼈던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이방인으로 떠돌이처럼 내년의 나는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삶을 꽤 오랫동안 갈망했었는데. 주변에서 유학으로 회사일로 아니면 자기 꿈을 찾아서 멀리 떠났던 친구들을 보면서 왜 그렇게 떠나고 싶었던 나는 아직도 한국에 있는 것인가 하며 초조했고 화가 났었는데. 결국 이렇게 떠돌이처럼 지낼 수 있는 지금의 나는 그 어느때보다도 정착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걸 생각하면 또 언젠가 몇 년의 시간이 흐르고 또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모를 그 때에 나를 정착시키는 것이 아닌가 싶고. 세상이 나를 조롱하는 듯 느낌이 든다. 


하지만 화를 내봤자 내 손해다. 

내가 우울해질 때 하는 것 처럼 깊이 숨을 쉬고 침착하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세상은 나를 조롱하거나 싫어하거나 하는 인격따위는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나에게 설득시키고 다시 그 상황에 맞게 내 인생의 방향을 다시 생각해보아야 하는 것이다. 





p.s. 

이제 어디를 가게되든 요즘 원하는 것-

1년에 coursera 강의 최소 2개 정도는 제대로 듣고 싶고 

홈메이드 스콘을 맛있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마스터하고 싶다(다른 베이킹은 다 포기했지만 이것만큼은 꼭 마스터하고 싶음)


글과 상관없지만 또 요즘 생각하는 것 

아직까지도 내가 원하는 나와 실제 나를 헷갈려하는 것이 싫다. 헷갈린다기 보다는 실제 내가 원하는 나에 비해 형편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겠지. 작은 계획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