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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자주 보는 풍경
가끔씩 문득문득 떠오르는 예전 내가 살았던 동네들을 보면 대부분은 내가 매일같이 다니던 길목이었다.
어떤 특별한 날에 갔던 특별한 장소도 물론 생각난다. 근데 거기는 원래 그렇게 나중에 떠올리는 것이 당연한 것 같은 느낌이다. 매년 기념일이 되면 '우리 작년 기념일엔 뭐했지?' '몇 년 전 니 생일에는 뭘 했지?' '그 날 어느 레스토랑에 갔었지?' 하며 끊임없이 잊혀지지 않는 주제로 남아있다.
특별한 기억에 대한 것은 소중한 것을 소중히 여긴다는 느낌. 반면 일상적인 것은 소중한 것을 소중히 여기지 못한다는 느낌을 간혹 받기 때문에 더 소중히 여기고 싶어지는.
나 혼자 집에 있을 때. 혼자 집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일을 하다가 아무 맥락 없이 불규칙하게 머리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내가 늘 걸었던 버스 정류장까지 가던 길. 매일같이 걸었던 아파트 앞 화단이 있던 길. 그 길에 벛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던 모습. 그 길의 앙상한 나뭇가지마저 하얀 눈이 쌓여있던 모습. 그 길을 지날 때 귀가 떨어져 나갈 듯이 울어대는 매미소리.
이런 일상들은 너무 일상적이라 굳이 사진을 찍지도 않고 어쩌다가 찍더라도 딱히 기록으로 남기지도 않기 때문에 저 수많은 사진들 속 어딘가에 쳐박혀 있다. 예쁘지 않더라고 계절별로 변하는 이 곳의 풍경도 자주 찍어서 짧게나마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내가 제일 자주 보는 풍경 사진을 올리려고 했다.
그런데 역시 3장밖에 없군.
요즘 내가 아침 점심 저녁으로 보는 풍경
거실에서 창으로 보이는 모습
밤에 거실에서 보이는 모습
(저 까만 간판의 HOT POT HOT을 주목하시라)
건물 앞의 2차선 도로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경적 소리가 울린다. 심할 때는 5초 이상 '빠아앙-' 하는 운전자도 있는데 그 빈도수가 생각보다 굉장히 높다. 처음엔 무슨 큰일 난 줄 알았는데 이제는 그냥 또 저러는구나 하고 만다.
침실 창가에서 보이는 모습
물론 여기서도 경적 소리는 자주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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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말
한국에서 셩양에게 구입한 다이슨 청소기로 야무지게 청소하기. 바닥은 물론이고 침구에 있는 먼지까지 다 싹싹 빨아들이는 너의 모습이 듬직하고 참 좋아. 사람들이 왜 다이슨 다이슨 하는지 알겠더라. chan도 흡입력도 쌔고 디자인도 멋있다며 만족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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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마트 모습
(이것도 일상 생활을 좀 더 남기려는 목적이다)
이제 곧 구정 연휴라서 이런 애기들 꼬까옷도 있고 어른들 용 싸구려 전통의상(?)도 있는데 역시나..중국. 붉다.
이거 처음 왔을 때 안성탕면인줄 알고 샀다가 맛이 좀 이상해서 자세히 봤더니 중국산 라면이었다는.
채소 종류가 많고 싼 중국 마트.
영국에서 오코노미야끼 해먹고 싶어서 구해보려고 했는데 너무 구하기 어려웠던 마. 겨우 로컬 마트 어느 구석에서 구하긴 했는데 상한 게 2/3여서 그 다음부터는 그냥 단념하고 먹지 않았던 마. 여기서 이렇게 멀쩡한 걸 쉽게 구할 수 있네.
비니루 덮어놓고 파는 옛날 과자들.
밑반찬류
아직 한 번도 안 사봤다. 무슨 맛일지..무서워.
다양한 곡물 종류
저 흰 그릇으로 퍼서 봉지에 담으면 얼마인지 스티커를 붙여준다.
기괴한 마케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봐서 그런지..나는 영 이상하고 싫다는 느낌.
여기는 샤브샤브가 참 인기가 많은 것 같다. 샤브샤브 레스토랑도 많고 마트에 가면 샤브샤브용 고기도 정말 많이 판다.
나는 이걸 사서 불고기를 했다.
(역시..영국과 비교. 영국 마트에서는 이렇게 얇게 썰은 고기를 팔지 않기 때문에 다진 고기를 사다가 불고기를 해먹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짠-
멸치 다시마 육수까지 내서 국물 자작한 불고기로 엄청 맛있게 먹었다.
중국에 왔으니 칭따오는 먹어봐야겠지? 싶어 어느 날 저녁에 둘이서 한 캔을 나눠 마셨는데. 그냥 그랬다.
나는 역시 호가든이 제일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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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고(INDIGO)에서 본 무지(MUJI) 매장
무지가 우리나라에서 비싸게 판다고 까이는데 여기서도 비싸게 팔더라.
약 2배 더 비싸게 팔면서 일본 가격은 왜 옆에 같이 붙여 놓은건지..
너무 비교가 잘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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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의 생일날
생일날까지 야근을 했던 불쌍한 chan.
여기서 미역국 끓이는 재료는 아직 뭘 사야할지 몰라서 못 끓이고 대신 외식이나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chan이 집 근처에 도착하는 시간은 약 10시. 치킨이 먹고 싶다고 해서 지난 번에 갔던 돈치킨에 가려는데 10시에 가서 주문을 해도 받아줄까 조금 걱정이 됐다.
용기를 내서 집에 있는 돈치킨 팜플렛에 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어봤다.
'니하오- 슈마슈마'
'엄...두유 스피크 잉글리쉬 오아 코리안?'
'어 리틀 잉글리쉬'
'그레잇. 언틸 왓타임 두유 오픈?'
'음..슈마슈마' (못 알아들음)
'캔 아이 오더 앳 텐 어클락?'
'음..'(못 알아들음)
(하..어떻게 더 간단하게 말하지?) 이때 머릿속을 스치는 띄엄띄엄 듣고 있는 coursera 강의에서 들은 시간 표현! 10시면..슈 디엔이다!
'슈 디엔, 슈 디엔!!'
'슈 디엔?'
'예스, 슈 디엔, 오픈?'
'오..예스. 오픈 오픈.'
이렇게 힘겹게 영업 시간을 확인하고 가서 포장해온 돈치킨.
히야..그래도 난생 처음으로 중국어를 사용해서 의사소통을 했다. 신기하고 뿌듯하군.
반반
그렇다. 돈치킨에서는 무려 짜장면까지 팔고 있다.
맛은 나쁘지 않은데 우리가 아는 그 짜장면 맛이랑은 좀 다름.
밥 다 먹고 생일 축하 케이크
케이크도 작고 굳이 그 나이를 초로 다 꼽고싶지 않으니까..초는 하나만.
배 부르다고..한 입만 먹고 나머지는 내일 먹자고 해놓고 한 입 먹으니까 '오 맛있다' 이러면서 다 먹어버린 케이크.
노래 못 불러줘서 미안해 chan.
난 아무래도 그런건 못하겠어.
그래도 생일은 축하했다.
아까 우리집에서 보이는 까만 간판집. HOT POT HOT
내가 북경 생활에 100% 의존하는 북키맘 카페에서 샤브샤브 부페집인데 괜찮았다는 리뷰를 보고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곳.
그런데 여기가 이렇게 인기있는 집일 줄은 몰랐다.
작년 연말 저녁에도 가봤는데 이렇게 사람이 많아서 포기하고 나왔고.
이건 지난 주말.
날씨가 까무러치게 춥던 날. 오늘은 너무 추우니까 사람이 별로 없겠지? 했는데...작년 연말 저녁 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
아쉽지만 이번에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언제쯤 가서 먹어볼 수 있을까.
며칠 전 밤
거실 창가에서 창문 틈을 다시 한 번 테이프로 붙이고 있던 chan이
'어엇 사고났다!'
하길래 달려가서 아래를 보니. 어떤 차가 공안 차와 부딪혔고 아마도 운전자로 보이는 어떤 남자가 미친듯이 도망을 가고 있었다. 위에서 말했듯이 이 도로는 2차선 도로고 양 옆으로 주차해놓은 차들도 많아서 차들이 빨리 달리는 도로가 아니다. 그런데 저 차 앞에 찌그러진 걸 보면 꽤나 세게 부딪힌 것 같고..운전자는 도망을 치고 있고..
우리끼리 저 운전자 음주 운전인가? 술 먹고 저 좁은 도로를 빨리 달리다가 저렇게 크게 부딪힌건가? 그리고 음주 운전 안 걸릴라고 도망간건가?
하면서 우리끼리 상상하는 중.
조금 뒤에 시끌시끌하길래 다시 창문에 붙어서 내려다 보니 공안 차가 한 대 더 와있고 그 운전자를 잡은건지 누군가를 밀치듯이 자기들 차 안으로 구겨넣는 모습.
이렇게 잡혀서 끝나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다시 시끄럽길래 보니까 잡혔던 사람이 어떻게 다시 차에서 탈출을 했는지 미친듯이 달리면서 도망을 가고 그 뒤로 공안 몇 명도 미친듯이 쫓으며 달리는 모습. 결국 얼마 못 가서 잡혔는데 한동안을 길바닥에 두 세명이 뒤엉켜 있었다. 어두워서 제대로 보지는 못했는데 그 도망자는 잠깐 기절한 듯이 다리를 쭉 뻗고 있다가 몇 분이 지나자 정신을 차린듯 다리를 올리며 다시 저항하기 시작. 그리고 포효하듯이 계속해서 소리를 지르더라. 잡혀가면 아마도 고문을 당하거나 죽을 수도 있는 죄를 지은 것인지.
이 모습을 보는데 처음에는 호기심이었다가 나중에 범인(?)이 저렇게까지 기를쓰고 도망을 가려고 하고 비명을 지르는 모습에 가슴이 서늘했다.
중국은 아직도 자기 국민을 고문하는 나라지. 공안 중에서도 쓰레기같고 부패한 인간도 많을테고. 저 사람은 '아 이제 집에가면 따듯하게 씻고 티비보다가 자야지' 하고 운전하다가 이런 봉변을 당한 걸까? 하는 이런저런 생각이 들면서. 사고가 난다는 건 정말 끔찍한 일이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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