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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160204, 북경와서 첫 나들이 - 798 예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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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와서 첫 나들이


북경에 온지 1달이 지나고 나서야 chan과 둘이서 마트나 쇼핑몰에 뭘 사러가 아닌 그냥 놀러 나갔다. 우리가 찾아간 곳은 798 예술구. 관광지로도 유명하고 예전 무한도전에서 강남 스타일 뮤직 비디오를 찍은 곳으로도 유명한 곳인데 알고보니 우리집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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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날씨도 좋고 공기도 좋길래 chan이랑 가볍게 데이트나 하고올까 싶어 물어봤는데 

chan은 주중에 계속된 야근과 일요일 오전 한 대청소로 지쳐있었다. 


'니가 가고 싶으면 가자.' 


마지막 글자를 높고 짧게 끊으며 말하는 이 말투는 익히 들어 알고 있다. 


'나는 정말로 귀찮고 피곤하고 별로 기대도 안 되는 거기를 니가 왜 기를쓰고 가려고 하는지 모르겠고 갔다오면 나는 분명히 미친듯이 피곤해져서 일주일 내내 하고 싶었던 게임도 못하고 뻗어버릴 것 같지만 니가 정 그렇게 가고 싶으면 가지 뭐' 


라는 말이다.


chan이 이틀 내내 쉬는 주말인데다 날씨도 적당하고 공기까지 좋은 주말을 또 만나기란 다시 몇 주를 기다려야할 것 같았고 그동안 어디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하러 나가지 못한 갈증같은 것이 있었지만. 나는 관대하기 때문에 양보하기로 했다. 그렇게 일요일을 온종일 집에서 뒹굴거리고 게임하면서 보냈다. 그리고 저녁 즈음. 이제 또 월요일이구나 하고 체념하며 운명을 받아들이면서 동네 쇼핑몰에서 이것저것 필요한 걸 사러 돌아다니고 있을 때였다. chan의 회사 HR 직원에게 문자가 왔다. 


'너네 팀장이 말했을지 모르겠는데 내일 쉬는 날이야.' 


어머어머어머어머어머!!

너무 좋은데? 

흐흐흐


팀장이 왜 말을 안 해줬는지 

월요일에 쉰다는 말을 왜 일요일 저녁이 되어서야 했는지 


따지고 싶지도 않을 정도로 좋았다. 월요일을 휴일로 보내는 건 굉장히 기분 좋은 일이었다는 걸 오랜만에 깨달으며 집에와서 잭콕에 팝콘을 먹으며 널부러져 들뜬 일요일 밤을 보냈다. 











그리고 월요일


어플로 확인해보니 오늘도 공기가 좋고 맑은 날이다. 게다가 평일. 데이트하러 나가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날이었다. 오후에 다시 chan에게 물으니 약간 체념한듯 '오늘까지 거절의 의사를 강하게 밝히면 안될 것 같아..하지만 억지로 간다는 마음이 들키면 안 되니까 최대한 진짜 가고 싶었다는 듯이 말해야지' 라는 속마음을 갖고 '그래 가자!' 라고 한다.


798 예술구는 냉전시대에 국영공장과 무기공장이 모여있던 장소였는데 냉전시대가 끝나면서 차차 공장들은 문을 닫고 방치되어 있었다가 가난한 예술가들이 모여 공장이었던 곳을 개조하여 작업실과 갤러리 등으로 만들었다. 그러던 중 중앙미술학원(중국내 유명 미술 대학인듯)이 708 공장 부지로 이사를 하면서 더 활발하게 예술가들이 모여드는 장소가 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집에서 산책하듯이 나선 798 예술구






역시나 chan은 로보트..





chan 덕분에 798에서 처음 들어간 소품 가게. 


여기서 신나서 막 사진찍었다가 주인 아줌마가 중국어로 화를 내는 걸 보고 알게 되었다. 798 예술구는 가게인데도 사진을 못 찍게 하는 곳이 대부분이라는 걸. 갤러리도 사진을 못 찍게 하는 곳들이 많다. 






여기는 사진 찍는 것이 허용되었던 작은 갤러리. 












곳곳에 한국어도 볼 수 있다.

왜 번역이 저따위일까 하는 것도 볼 수 있고.





그냥 다니면서 찍은 곳들









이 쥴리앙이 앞을 지키고 있는 것은 갤러리가 아닌 소품 가게였다. 

여기도 역시 내부는 사진 금지라 못 찍었는데 가방, 선글라스, 안경테, 쿠션커버, 옷, 등등 재밌는 것들을 많이 팔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서 나는 봄 코트를 질렀다..

흐음..원래는 겨울 패딩을 사려고 했었는데...

나는 왜 항상 원래 사려던 것을 못 사는 걸까? 









요코오노 전시를 하고 있었는데 문을 닫은 것 같아 들어가보지는 않았다. 

집 근처니까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다는 생각에 야무지게 보려는 마음은 별로 없었던 것이 사실.




새로 산 코트 쇼핑백을 들고 'Joy of Life' 앞에 서서. 

참 걸맞는군.




처음부터 가서 다 둘러보려는 마음은 없었고 부담이 되지 않을 정도로만 돌아다니다가 지치면 아무때가 카페에 들어가 쉬었다 와야지..라는 마음이었기 때문에 이 날 우리가 가서 본 것은 정말 일부에 불과하다. 


그런데 작은 갤러리의 그림들, 소품 가게, 거리의 조각들..이런 것들이 내 예상보다 훨씬더 좋았다. 사진을 찍지 못해서 아쉽지만..특히나 가게들이 그렇게 사진을 못 찍게 하는 건 왜일까?


그건 그렇고 이제 공장과 예술은 예전만큼 의외성을 가지는 것이 아니게 된 것 같다. 자세히 들어가보면 그 성격은 모두 다르기는 하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들- 런던의 테이트 모던, 파리의 퐁퓌드 센터, 뉴욕의 소호, 그리고 북경의 798 예술구 


모두 공장과 예술이 연결되어 독특한 매력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공장의 그 거친 느낌이 예술가들의 공방을 연상시키는 것 같기도 하고 공장이라는 것이 특정 시대를 나타내는 상징성을 갖기 때문에 예술적인 의미도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철저하게 기능을 위한 설계로 만들어진 공장과 철저하게 기능은 배재되어 있는 것이 특징인 예술. 이 둘이 만나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되었다는 건 정말 재미있는 현상이다. 논문으로 써도 될 것 같아. 내가 쓰지는 못하지만. 나 아닌 관심있는 다른 누군가가. 어쩌면 벌써 있을지도. 그만. 셧업.

 

아무튼 이제 날이 풀리면 혼자서도 산책하듯이 갈 수 있는 아주 좋은 곳이 생겨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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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평일 낮에 혼자 장보러 가는 길


chan에게 보내주려고 찍은 셀카. 진짜 오랜만에 찍는다. 많이 가릴수록 잘 나오는듯.







여기가 우리 아파트 관리실

어쩐지..들어가기 싫게 생겼어. 

그런데 전기 충전하려면 이 곳을 들어가야 한다.




월마트에 가는 길에 찍은 사진.






중국에서는 만리장성 와인을 판다.

그것도 종류가 엄청나게 많아. 

외국 와인도 팔긴 하는데 비싼편이다. 런던에서 8~12파운드였던 Diablo가 여기서는 180위안 정도. 싸구려 와인으로 유명한 Yellow Tale도 120~130위안 정도. 


그동안은 별로 먹어보고 싶지 않아..라고 생각했는데 이 날은 지금 아니면 어제 또 만리장성 와인을 먹어보겠나? 싶어서 중저가로 한 병 들고왔다. 아직 마셔보지는 않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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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나 여기나 마트 사기는 똑같더라는-


요즘 우리가 즐겨먹는 오리온 딸기파이(?)가 똑 떨어져서 찾았는데 12개짜리랑 6개짜리가 있었다. 12개짜리 사면 괜히 더 먹게 되지 않을까? 근데 6개짜리 사면 너무 빨리 다 떨어지는 거 아니야? 하며 고민하는 중. 가겨을 봤는데. 


12개 짜리가 17.20

6개 짜리가 8.50


뭐야..

8.50+8.50.. 17 맞지? 라고 혼자서 이 단순한 산수를 몇번이나 검토하고는 미련없이 6개짜리를 들고 나왔다.






요즘 우리가 즐겨 먹은 것


시리얼 들어간 Kinder 초콜렛. 이거 진짜 완전 맛있는 거였어. 약간 크런키같은데 덜 바삭한대신 안에 들어간 우유가 너무 부드럽고 맛있다. 요즘 chan이랑 경쟁하며 먹는 간식 중 하나.





런던에서 부터 관심 갖기 시작한 각종 Tin들

런던에 워낙 이쁜 틴들도 많고 특히나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여기저기 어디서든 예쁜 틴에 담긴 쿠키, 예쁜 틴에 담긴 홍차, 예쁜 틴에 담긴 핸드 크림, 예쁜 틴에 담긴 초콜렛 등등등 진짜 많아서 틴에 눈을 뜰 수 밖에 없었다. 근데 런던에서는 비싸서 맨날 구경만하던 틴이 중국에 오니까 싸다! 

이 덴마크 버터 쿠키도 틴 포함 약 2000원인데 안에 들어있는 쿠키도 완전 맛있으니..득템한 느낌.




마트 제과점에서 파는 스폰지 컵케이크. 


폭신폭신한 것이 맛있을 것 같아서 샀는데..진짜 맛없었다. 너무 푸석푸석해서 한입 베어물면 입 속에서 빵가루들이 날라다니고 먹고나면 떫은 과일 먹은듯한 혀 느낌. 내가 빵먹고 맛없다고 느낀 건 이게 처음인듯. 결국 다 못 먹고 버렸다..





여기는 자주가는 집 앞에 빵집.

나름 유명한 곳이라고 하는데 여기 빵은 진짜 맛있다.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이 다 맛있었음. 가격은 위에 컵 케이크의 4~5배 정도지만. 그래도 당분간 여기 빵만 사먹을듯. 





오늘의 로엔


도시를 내려다보다.






가볍게 포스팅 하려고 했는데 하다보면 아 이것도 써야지, 이것도 있었지? 하면서 점점 길어지는 이런 현상. 

아직도 쓸 거 진짜 많은데..내가 지쳐서 그만 써야겠다.


뭐 아무튼 소소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