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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팅 이후
거실에 놓을 작은 테이블도 살겸 밥도 먹을겸 IKEA에 놀러갔다.
IKEA 스파게티랑 새우 튀김이랑 닭다리랑 티라미수는 진짜 언제 먹어도 후회없는 메뉴.
후식까지 야무지게 먹고 내가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핸드폰으로 내 블로그 포스팅을 보던 chan.
자신의 속마음을 들킨 것에 당황하여 얼굴이 시뻘개졌지 뭔가.
블로그 읽기 전
평정심
읽은 후
얼굴이 옷이랑 같은 색이 됐다.
chan은 진짜로 단순한데 자기가 단순하다는 걸 모르나보다. 어떻게 알았냐며 정말로 신기해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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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 time
런던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다시 북경으로 이고지고온 Wedgewood Teapot set. 혹시라도 깨질까봐 계속 쇼핑백에 넣어서 기내로만 가지고 다니며 정성스럽게 모셔온 물건이다. 런던에서의 마지막 지름이자 내 생에 첫 티포트 세트여서 지금 엄청난 애정을 받고 있는 중이다.
원래는 일요일마다 티타임을 가져야지, 했었는데 chan의 잦은 주말 출근과 게으름 때문에 뜻대로 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벌써 몇 번을 꺼내어 맛있는 홍차와 샌드위치를 함께 먹었다. 스콘과 클루티드 크림이 없는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만족스럽다. 게다가 옛날 한국에서 샀던 존재도 잊고 있었던 NINA라는 이름의 이 홍차가 정말로 맛있어서 요즘 이 예쁜 찻잔을 꺼내어 이 차를 마시면 엄청 행복하다.
언젠가 정시에 퇴근하고 주말에도 출근하지 않는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되면 일요일 오후 3시에는 항상 티타임을 가지고 싶다. 언젠가부터 규칙적으로 사는 것이 굉장히 좋아졌는데 그렇게 꾸준하고 건강한 일상 속에서 언제나 일요일 오후 3시에는 마주 앉아 맛있는 차를 마시며 출근 준비를 하거나 늦은 저녁을 먹거나 할 때는 하지 않는 조금 더 깊은 속마음도 얘기할 수 있는 소소하게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지금은 찻잔 세트가 한쌍밖에 없어서 나랑 chan이랑 둘이서만 즐길 수 있는데 나중에(어딘가에 정착하게 되면) 찻잔 세트만 한쌍 더 구입해서 친구들까지 불러서 티타임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찻잔을 또 사고 싶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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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POTHOT
드디어 가본 집 앞의 샤브샤브 부페 HOT POT HOT
구정 연휴에 오후 2시쯤 갔더니 드디어 사람들이 좀 덜 있어서 들어가볼 수 있었다. 둘이서 약 120 위안(지금 환율로 약 2만 4천원)을 내면 이런 영화표같은 티켓을 준다.
지하철 개찰구 같은 가게 입구에 이 티켓을 넣고 들어가면 된다.
이 식당은 부페인 대신에 2시간 시간 제약이 있다. 그래서 나올 때도 이 티켓을 넣고 나오는데 2시간이 지난 티켓이면 문이 열리지 않는단다. 그럼 벌금을 내고 나올 수 있다고.
우리 테이블
일단 익숙한 고기랑 야채랑 해산물을 가지고 왔다.
각자 자리에 육수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버튼이 있다.
처음에 육수 종류를 선택할 수 있는데 우리는 뭐가뭔지 몰라서 그냥 제일 무난해 보이는 걸로 했다. 근데 난 그냥 그랬어..보통 가면 맑은 육수 하나 매운 육수 하나를 고른다는데..그게 뭔지 알 길이 있어야 말이지.
음식 종류는 진짜로 다양하게 뭐가 이것저것 많은데 우리는 둘 다 음식에 대해서는 보수적이라 낯선 음식을 거의 안 먹기 때문에 이 중에 먹어본 건 반도 안 되는 듯 하다.
사진 쭉쭉
몇 가지 소심하게 시도해본 새로운 음식
바나나 초밥.
맛없음.
찬 면요리.
쏘쏘
아마도 고추기름에 양념된 오이.
괜찮음.
이건 이 집에서 먹은 것 중 제일로 맛있었던 것
에그 타르트.
총평: 고기랑 해산물을 마음 껏 먹을 수 있으니 가성비는 나쁘지 않은 것 같지만 그거 외에 되게 맛있다 싶은 음식은 에그 타르트밖에 없었기 때문에 다음에도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까지 굳이 먹으러 가지는 않을 것 같다. 사실 가성비도 한국 물가를 생각해서 나쁘지 않은 거지 여기가 중국이라는 생각을 하면 과연 이게 나쁘지 않은 건지 좀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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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다녀온 chan
비자때문에 한국에 다녀온 chan. 15일 밤에 출발해서 18일 오후에 도착했다.
15일 밤 비행기 시간이 애매해서 회사에서 바로 공항으로 가기로 했기 때문에 15일 아침 출근길에 byebye 했는데 지하철 역까지 마중나가는 길에 바람이 세서 눈에 눈물이 좀 있는 걸 보고 chan이 울지 말라고 해서 정색하고 '우는 거 아닌데?' 했다. 근데 안 믿었다.
아무튼 처음으로 chan이 없는 북경 집에서 3일을 보냈다. 첫 날엔 좀 허전하고 잠도 설치고 그랬는데 다음 날부터 바로 적응해서 나름 잘 지냈다. 작년 chan이 필드 트립 간다고 뉴욕에 갔을 땐 첫 날 울고 그랬는데 이번엔 좀 허전하고 무섭긴 했지만 울 정도는 아니었음. chan이 좀 서운해 했다.
3박 4일 동안 한국에서 처리해야 할 여러 가지 일들을(변수가 많았는데도) 모두 무사히 마치고 원주까지 갔다가온 chan.
나 빼고 닭한마리도 먹고, 나 빼고 홍대 숯불갈비도 먹고, 나 빼고 삼겹살도 먹은 chan
그런 chan을 마중하러 나가는 길
집에서 버스를 타고
낯선 동네에서 내려서
공항 철도를 타고
공항에 내리면 됨.
chan이 오는 비행기 편을 확인하고
게이트 앞에서 기다렸는데
다른 게이트로 나온 chan
나를 보고 신나서 달려온다.
아시아나가 출발/도착하는 터미널 3은 대한항공이 출발/도착하는 터미널 2보다 훨씬 깔끔하고 쾌적해서 여기 카페에서 잠시 커피도 마시고 쉬었다가 가기로.
chan이 도착하는 날은 내 생일이었다.
생일이라고 크게 뭘 하고싶지는 않지만 그냥 넘어가면 서운할 것 같아 chan에게 카드를 써달라고 미리 요구했는데 다행히 chan이 잊지 않고 써서 카드를 건냈다.
중국에서 사간 카드라는데 저게 봉투만 있고 안에 카드가 없어서 엄청 당황했다고. 새 카드를 살까 하다가 이것도 추억이지 싶어서 그냥 다이어리 뒷장을 뜯어서 카드를 썼다.
카드 내용의 일부를 공개한다.
'너 없었으면, 내 인생은 진작에 망했을거야. 진심으로.'
내가 정말 한 사람 구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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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쌍
이제 더이상 일을 하지 않아서 며칠간은 좀 허전하고 이렇게 놀아도 되나 싶고 그랬다. 그러던 중 처음으로 Coursera 강의를 끝까지 들어서 기쁜 마음으로 그 여세를 몰아 Coursera에서 강의 하나를 더 등록했다. 며칠 동안은 아침마다 중국어 공부도 하고 새로 듣는 강의도 듣고 했다. 그렇게 이틀을 했는데 그 다음 날부터 갑자기 인터넷이 안 되기 시작하더니 이게 며칠간 이어졌다. 보통은 갑자기 인터넷이 안 되더라도 반나절 정도 지나면 다시 되었는데..
며칠 내내 인터넷이 안 됐을 때는 정말 분노했다가 절망했다가 체념했다가를 반복. 오프라인 친구도 없는 이 곳에서 인터넷은 정말 거의 유일한 세상과 소통하는 매개체인데 며칠내내 이게 안 되니까 정말 짜증이 났다. 게다가 심기일전해서 이제 시간도 많겠다 공부도 열심히 해야지! 하고 다짐했는데 며칠 지나지 않은 상황에 그걸 못하게 되니까 짜증이. 블로그도 몇 주를 방치했다가 아 포스팅을 할 때가 된 것 같아..라며 사진 몇 개를 업로드하고 임시 저장을 시켜놓고 내일 마저 써야지! 했는데 그 다음날 부터 인터넷이 안 되니 또 짜증이. 이제는 WOW 할 시간도 엄청 많아. WOW 월드 이벤트 1년치 다 성취도 쌓아서 그 멋있고 빠르다는 탈 것도 받아야지! 했는데 인터넷이 안 되니 미친듯이 짜증이.
도대체 왜 인터넷이 안 되는 거지? 왜? 뭐땜에? 정말로 이해가 안 가!! 하면서 중국 진짜 지긋지긋하다고 chan이랑 같이 욕을욕을 해댔다.
그러다가 어찌저찌 아마도(?) chan이 뭔가를 고친듯(?) 해서 엊그제부터는 또 다행히 잘 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인터넷이 원래 이렇단다. 그냥 아무이유없이 갑자기 며칠 안 되다가 또 어떤 이유에선지 다시 되었다가. 다들 이렇게 사는 거 같더라. 정말이지 이해가 안 간다.
중국 욕을 하는 김에 하나 더.
중국 집들은 보기엔 그럴듯해 보여는 집들도 대부분 마감이 엉망이다. 우리집도 보면 문틀에 페인트가 다 묻어있고 화장실 하수구 구멍도 깔끔하지 않아서 가끔씩 하수구 냄새가 올라온다. 또 우리집 문의 반은 아귀가 맞지 않는다. 때문에 문을 닫을 때 아주 세게(억지로) 닫아야 한다. 그걸 많이 하면 문이 망가지겠지. 내 북경 생활의 지침서인 북키맘을 보면 우리집이 특별한 게 아니다. 오히려 양호한 정도.
이건 며칠 전. 로엔이랑 놀아주느라고 솜으로 된 공을 던졌는데 그게 문틀에 맞더니 문틀이 떨어졌다. 진짜 어이가 없었음. 지금은 chan이 다시 꽉꽉 꼽아놓아서 좀 괜찮은데 그래도. 이렇게 솜으로 된 공을 맞고 문틀이 떨어지는 집은 처음본다.
봄이 올듯올듯 오지 않는 2월 중하순의 북경. 일교차가 크고 바람 부는 날이 많은데 대부분은 맑은 날이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을 본 것이 2달 동안 손에 꼽는다.
침실에서 보이는 노을지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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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에니
처음 몇 주는 관심이 없더니 언젠가부터 이 쿠션 위에 올라가서 자는 걸 즐기시더라.
가끔 강이지들처럼 앞 발을 주기도..하는 게 아니라
앞 발 내밀고 있으면 내가 손바닥을 밑으로 슬쩍 들이미는 거지.
아무 이유 없이 초랑 같이 일렬로 앉아있기.
자주 하는 포즈. 앞발 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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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짐
크게 이사를 몇 번이나 하다 보니 항상 이걸 가져갈까 말까 하며 고민하는 아이템이 있고 이거는 꼭 가져가야해 하는 아이템이 있고 좀 아쉽지만 버리고 가는 게 나은 듯한 아이템이 있는데. 그렇게 몇 번이나 거르고 걸렀으니 이제는 정말 꼭 필요한 물건만 있을 것 같겠지만 별로 그렇지가 않다.
바로 이 색연필이 그 경우.
나나 chan이나 이 색연필을 언제 써봤는지 모르겠는데 북경 집에까지 이게 따라왔다. 짐 정리할 때 보고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물건.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다. 근데 또 짐을 싸야한다면 버리지 않고 가져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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