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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욕이...
우리는 둘 다 기본적으로 물욕이 많은 사람들이다. 미니멀 라이프 같은 건...절대로 할 수도 없고 억지로 한다고 해서 행복해지지도 않을 사람들...
갖고 싶은 것, 그냥 사고 싶은 것,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갖고 싶은 것, 가끔씩 정말정말 필요한 것들이 늘 넘쳐난다.
요즘 우리가 종종 입에 올리는 아이템은 내장과 스탠드 모두 되는 식기세척기, 마샬스피커, 캡슐 커피머신(매장 가서 커피 시음도 하고 모델도 꼼꼼하게 알아본 단계), chan의 포멀한 캐시미어 코트와 내 캐시미어 코트(이 두 개는 몇 년째 위시리스트), 얇은 금 목걸이, 운동화(어글리가 좋을지 단화가 좋을지 그냥 나이키가 좋을지 백만번을 고민해도 결정이 안 남), 요가 매트 타월, 요가용 핸드 타월, 요가복, 가죽 벨트, chan의 수영복(수영장용 수영복), 수경, 수모, 전동 칫솔, 책장,
그리고 빈도수가 좀 낮지만 꾸준히 언급되는 것, (chan이) 차 뒷자석에 앉히고 싶다는 커다란 곰인형, 러시안 찻잔 세트, 인덕션, 무쇠 또는 코퍼 주방 용품, 캄포 도마 크기별로 세 종류 정도, 쓰레기 봉투 사이즈에 맞고 뚜껑이 있으면서도 쓰기 편하고 예쁜 쓰레기통, 통 나무 식탁 테이블과 적당한 쿠션 들어간 예쁜 나무 의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적어놓고 보니 정말 많다.
암튼 이러다 보니 씀씀이도 커지고...카드값도 한계치를 오르락내리락하는 일이 조금 빈번해지고...
또 요즘 우리 대화 주제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집! 집을 위해서도 긴축을 조금 해야하지 않겠냐는 의견에 둘 다 동의를 했다. 하지만 우리의 씀씀이를 워낙 잘 파악하고 있는지라 기약없는, 보상없는 긴축은 오히려 더 큰 소비를 가져오는 보상심리로 이어질 수 있으니, 기한을 정하고 보상은 천천히 생각해보기로 하며 지내는 중인데. 물론 쉽지가 않다 ㅋㅋㅋ 시도때도 없이 사고싶은 아이템이 생겨나 서로에게 링크를 보내고 사진을 보내고(나는 홈쇼핑 보다가 새틴 스커트,...chan은 쓱대란에 나온 폴스미스 머플러...등등등)...그러다 누구 한 명이 안 돼! 긴축! 을 꺼내들면, 그래그래 긴축긴축. 하며 참아내고 그런다. 암튼 근데도 자꾸 사고싶은 아이템이 툭툭 튀어나와 내가 룰을 만들었다.
이제부터 꼭 필요한 게 아니면 긴축 기간엔 뭐든 사면 안 돼! 아무리 사고싶었던 아이템이든, 아무리 딜이 좋든 안 돼! 라고 단호하게.
chan은 이 명쾌한 룰을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냉장고에도 써붙여달라며 ㅋㅋㅋㅋ
근데 필요하다는 게 뭔지....이것도 어찌보면 되게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건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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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에 대한 생각
물욕이 많은 나에게 소비는 크고작은 행복을 주는 행위인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보면, 이미 내가 구입한 물건을 기분 좋게 고맙게 행복하게 잘 쓰는 것보다, 그 다음 사고싶은 물건들에 마음을 쓴다. 불행할 정돈 아닌데...아 그건 언제 살 수 있지? 어떻게 하면 싸게 살 수 있지? 그거 말고도 이런 것도 사고싶은데. 뭘 사지? 이런 생각. 가끔은 여기에 매몰되었다고 느낄 정도.
게다가 최근 어느 블로그를 봤는데,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며 사는 부부였다. 그 블로거가 옷장을 단촐하게 만들고 싶어서 옷을 기본 스타일만 사고 색상도 무채색으로만 구입해서 항상 비슷한 스타일로만 입고 다니는 데 그게 참 좋다는 말을 했다. 이 말은 나에게 너무 큰 충격이었다. 십대부터 옷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항상 다른 스타일로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센스있고 좋은 아이템으로 꾸미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는데... 그런 나에게 "늘 비슷한 스타일의 내가 좋아요." 라는 말은 정말 내 생각의 벽 너머에, 그러니까 전혀 다른 세상에 있어서 만나볼 수도 없었던 아이디어로 느껴졌다. 그 글을 읽고 며칠간 생각해봤는데 비슷한 스타일을 늘 입고 다닌다는 게 생각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여기까지 생각에 미치자 아주 조금 가볍고 자유로워졌다고 느꼈다. 사람들이 어떤 행복감으로 미니멀을 하는지 조금 알 것도 같았고.
미니멀까진 아니라도 조금 비워내고 이미 가진 것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더 행복할 것 같다고 느꼈다.
운동화도 어글리를 살지 단화를 살지 여전히 모르겠지만, 사실 꼭 필요한 것도 아니고 지금 나는 단화를 포함해서 운동화가 다섯 켤레나 있고 그거 말고도 이런저런 신발이 많은데! 그 정도면 충분히 많은 거고 감사할 일이지. 물욕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좁은 집에 넘칠만큼 짐을 안고 사는 모습은 참 별로라고 생각하는 것도 사실이니.
이 모든 생각은 크리스마스까지 우리의 긴축 재정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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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어제 chan이 수영장에 수경/수모 놓고와서, 또 리조트용 수영복이 조금씩 변색되는 것을 발견하며, 결국 수영복, 수경, 수모를 다 사게 되었다는 거. 그치만 이건 꼭 필요한 것만 산다는 룰에 적용된다고 보이므로 그냥 시원하게 맘 편하게 사야하는 것이지...
최근 동네 요가원에 등록하고 요가를 가는 횟수가 주에 3-4회로 늘어난 나에게, 손발에 땀이 많이 나는 수족냉증이라 요가할 태 매트 타월이 꼭 필요한 나에게, 이미 매트 타월이 하나 있지만 너무 자주 사용하다보니 또 하나가 있으면 차암 좋겠다는...이 상황은...
꼭 필요한 소비만 한다는 룰에 적용이 될까? 안 될까?
가장 최근의 지름이 있었던 도잠 쇼룸 사진으로 마무리...필요한 것만 산다는 룰 적용 전에 충동구매로 질렀지만 사실 나무 트레이도 오래된 위시리스트였으니 100% 충동구매는 아니었다고...나 누구한테 변명하니..?
(주문 제작이라 결제는 했지만 물건은 아직 안 왔기 때문에...며칠 뒤면 행복할 예정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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