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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청소기는 알아서 열심히 집을 청소하는 중이고 나는 우아하게 로엔과 서재방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있다. 요즘 날이 쌀쌀해져서 그런지 콘삭 커피가 또 생각나 얼마 전에 왕창 주문을 했다. 늘 같아 보여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뭔가 많이 변해있는, 그래서 자꾸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강박이 시작되는 시점에 남겨보는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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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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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침에 공원에 나가서 요가를 했다.
예전 다낭에서 했던 야외 요가의 맛을 잊지 못하고...요즘 날도 좋고 요가에 대한 애정도 샘솟는 시기라 큰 맘 먹고 매트 들고 나갔는데 이른 아침이라 사람도 없고 공기도 좋고 너무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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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섬 개장에 맞춰 요가웨이브라는 곳에서 주최한 요가 클래스.
호기심에 등록해봤는데 추첨이 되어서 토요일 11시에 맞춰 노들섬에 갔다. 개장 날이라 플리마켓도 많이 들어오고 축제 분위기 물씬. 적당한 넓이의 잔디밭에 이미 온 사람들이 매트 깔고 모여있더라. 나도 가서 비어있는 곳에 매트를 펼치고 앉아서 수업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아...그런데 햇살이...햇살이 너무 쌨다. 유난한 가을 낮의 자외선이 막 느껴지는 그런 햇살. 난 선글라스도 안 가져왔고...여긴 그냥 쌩 잔디밭이라 어디 햇빛 피할 곳도 없고...수업 기다리며 한 10분 햇빛을 온 몸으로 받으며 앉아있었는데 이미 탈진할 것 같아. 하필 수업이 10분정도 연장되었는데 그 시간도 억겁의 시간같이 느껴졌고. 결국 수업 시작하고 처음 아주 간단한 동작 두세개 하는데...강사 말 소리도 안들리고 동작에 집중도 안 되고...그냥 이러다 몸이 다 타들어 가겠단 생각밖에 안 들어서...미안하지만 조용히 매트 정리하고 나왔다.
큰 맘 먹고 간 거고...중간에 포기하는 거 정말 싫었기 때문에 마음 속에 갈등이 컸는데 이렇게 억지로 있다간 오히려 몸에 탈나겠다 싶어서 나왔는데 나오길 잘 한 거 같다. 안 그랬음 저 날 어디 실려가지 않았을까 싶다. 야외 요가이고 아직 햇살 쨍쨍한 가을인데...11시에 시작한 것이 패착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런 행사에 참여하는 건 처음인데...앞으로는 행사 진행하는 계절과 시간을 잘 확인해야겠단 걸 확실히 배우고 돌아왔다.
이 날 근처에 있는 돼지갈비집 가려고 했는데 거기도 문을 닫아서 멘붕. 풀리는 일이 하나도 없는 하루였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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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강사 자격증을 땄다! 하하하
뭐 대부분 딸 수 있는 거긴 하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다. 10월부터는 복지관에 실습도 나갔다. 일주일에 한 번씩 총 4회를 하기로 되어있는데 벌써 두 번이 끝났다. 이로써 실제 강사 역할까지 해본 셈이다. 처음에는 엄청 떨리고 chan을 상대로 모의 수업을 해보고 싶었으나 마감을 앞두고 계속 야근을 하던 터라 참 도움이 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혼자 집에서 두어번 시간 재가며 연습을 하고 가서 했더니 첫 수업 치고는 별로 헤매지 않았고 시간도 딱 맞춰 끝낼 수 있었다. 이제 언제든 좋은 기회가 생기면 강사로도 일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인 거 같다. 근데 복지관이나 동네 주민센터같은 곳 말고 적당한 요가원에서 하려면 내 운동을 더 해야겠단 것도 알게되었다는 거... ㅎㅎ
따라서...다음주부턴 알아봤던 요가원에 등록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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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삶을 사는 태도
최근 가족들과 모였을 때 예인이의 앞날에 대해...큰오빠, 큰언니, 작은오빠, chan, 나 이렇게...예인이 앉혀두고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파일럿도 좋지. 파일럿은 이러저러한 장점이 있지만 이러저러한 단점도 있는 것 같고 그게 되려면 넌 이러저러한 것들을 해야할테고, 무엇보다도 그게 되면 우리까지 비행기를 싸게 탈 수 있으니까 우리는 무조건 찬성이야 찬성 ㅋㅋㅋㅋ 약사도 좋지! 약사도 뭐 AI 대체가 빠를 거라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을 거고, 왜냐면 약을 잘못 처방해서 환자에게 피해가 갔을 경우 그 피해에 대한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할지 같은..복잡한 문제를 어느 정도 정해 놓은 뒤에야 제대로 대체가 될 것인데 그건 정말 쉽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이고 어쩌고저쩌고.
그러다가 언니가
"근데 그냥 열심히 하면 되는 걸까요? 열심히만 한다고 다 잘되는 건 아닌 거 같아서..."
"그건 분명히 아닌 거 같아요. 내 생각엔...운....."
그렇다. 나는 사실 다 운이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하면 다 열매를 맺는 것도 아니고...그냥 재능이 뛰어나 잘 한다고 해서 또 다 잘 되는 것도 아니다. 열심히 하고 잘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조금 더 많은 기회를 얻고 그 기회를 잡을 확률이 조금 더 높아질 뿐인 것 같다. 근데 그 기회의 비율이나 확률의 높낮음이 사람들이 느끼기에 타당한 정도도 아닌 거 같다. 근데 그럼에도 그냥 내가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잘 하려고 하는 것은 그냥 자기 만족이다. 내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거라서 하는 거다. 최근 유시민씨가 그랬다. 본인은 언론이나 검찰이 바뀔 거라 기대하지 않는다고. 그럼에도 자기가 이 싸움을 하는 것은 본인이 비루하게 느껴지고 싶지 않아서라고. 그런 맥락인 것 같다. 내 삶의 철학도.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에 중심을 두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세상은 정말이지 내가 아무리 뭘 열심히 한다고 해서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고 동시에 내가 나를 좀 괜찮은 사람으로 생각하는 지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할 수 있다는 것도 느꼈기 때문에. 맘대로 되지 않는 세상이야 적당히 관계 맺고 살면 되고 그냥 나한테 집중하는 것이 좋으며 어찌보면 내가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이런 생각을 한지 몇 년 되지 않았는데...그 후로 좀 마음이 편안해진 것 같다. 몇 년 뒤엔 또 어떤 자세로 삶을 살고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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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기 다 돌고 충전하러 와있네. 기특하구나.
커피도 다 마셨고...
아, 커피빈 신메뉴 퓨어 체스트넛 라떼 마셔봤는데 바밤바 맛이 난다. ㅋㅋㅋ 근데 맛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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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록할만한 근황
-동서가 추석 며칠 앞두고 둘째를 출산했다. 둘째는 딸! ㅎㅎㅎ 너무 귀여울 것 같은데 아직 만나보질 못했다. 우주복도 하나 사놨는데.
-집 주인이 집을 내놨다고 연락이 왔다. 따라서 조만간 또는 내년 7월엔 이사를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근데 너무 비싸게 내놓으셨더라...당분간 안 나갈 듯...
-왕좌의 게임 시즌 8을 드디어 다 봤다. 너무 악평이 많아서 기대 하나도 안 하고 숙제하는 마음으로 봤는데 그래서 그랬는지 생각보다 재밌게 잘 봤다.
-조커도 봤다. 난 조커가 그 서툰 춤을 출 때 처음 왼 팔이 올라가는 몸 선이 너무 기억에 남더라. 그 선이 너무 애달팠어.
-왼쪽 위 어금니 신경치료를 끝내고 금니를 씌웠다. 너무 길고 고통스러웠어. 오른쪽도 아말감 인레이 했던거 긁어내면 충치 있을 거 같다고...치료하자고 했는데 잠시 치과는 좀 오고싶지 않아서...좀 쉬었다 오겠다고 했다. 이건 신경치료는 아니니까 뭐...조만간 마음 먹고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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