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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그대로인지
지난번 포스팅 때보다 상황이 더 안 좋아졌다. 국내는 좋아졌지만 국제적으로는 바닥이 안 보이는 수렁에 빠진 것처럼 다들 허덕이고 있다. 영국 보리스 총리가 중환자실로 옮겨졌다니 뭐. 트럼프는 미국내에 10-20만 사망자가 발생한다면 선방하는 거다라고 말하고.
우리나라도 질본이랑 의료진이랑 각종 행정 기관이 필사적으로 노력해서 조금씩 나아지는가 싶더니 사람들 다들 꽃놀이 가고 놀이공원 가고 해서...괜찮을지 모르겠다. 이러다 다시 또 확진자 세자리수로 가는 건 아닌지.
또 우리나라가 코로나에서 완전 클린해졌다 해도 전세계가 다 연결되어 있으니 세계적으로 잠잠해지지 않는 한 일상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거다.
전 세계가 코로나로부터 안전해진다 해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게, 예전의 그 일상일까 싶기도 하다.
재택근무가 불가능할 줄 알았던 많은 직장인이 재택근무의 가능성을 알아버렸고,
인터넷으로 학교를 다니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아이들도, 부모들도, 선생들도 알아버린 상태일 거고,
급한불을 끄기 위해 수조-수백조를 쓴 국가 재정은 어떻게 회복이 될 것이며
코로나로 인해 해고당한 수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는 또 어떻게 될 것이며
등등.
전세계가 열병처럼 앓고 있는 이게 지나가고나면 우리 일상은 어떻게 변해있을지. 궁금하고 걱정된다.
아래 링크는 유발 하라리가 지금 코로나를 대하는 세계의 방식에 대해, 그리고 그 이후의 세계에 대해 파이낸셜 타임즈에 쓴 글이다.
https://www.ft.com/content/19d90308-6858-11ea-a3c9-1fe6fedcca75
유발 하라리는 지금 응급조치로 만들어진 방침이 대부분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크게 두 가닥으로 나누어 지금 현상을 분석했다.
1. 전체주의의 감시체제 vs 시민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것
2. 국가 고립 vs 세계 연대
전체주의 감시체제는 중국을 예로들며 이제 스마트폰을 통해 사용자의 체온이나 혈압 등에 대한 정보를 채취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하는데 이 부분은 정말 놀라우면서 무서웠고. 시민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투명한 정보 공개와 시민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해야 가능하다는데...국뽕 차오르게 우리나라가 예로 나왔다.
암튼...내가 이걸 여기서 요약 설명하려는 건 아니니...들어가서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참고로 그닥 어려운 글은 아니다. 재밌는 에피소드도 있다. 이스라엘에서 독립 전생시 응급조치로 여러 방침이 세워졌는데 그 중에 푸딩을 만드는 구체적인 규정까지 있었다고. 근데 응급상황이 끝나도 대부분의 방침은 그대로 유지되었으며...푸딩에 대한 규정은 2011년이 되어서야 폐지되었다는. 실제같지 않은 실제 일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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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나는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예전 로칼라이제이션 회사에서 PM으로 했던 경력을 이어서...심지어 예전이랑 같은 회사...지만 다른 팀으로...일을 시작한지 이제 3주차다. 이것도 역시 집에서 일하는 프리랜서라 리크루팅 메일이 왔을 때 모처럼 관심을 갖고 대답을 해줬는데 그 뒤로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더니 (매니저가 유럽에 있어서)전화 면접을 하며 바로 오퍼를 주었다. 한국 PM을 최대한 빨리 뽑아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했던 것 같다.
매치스 일은 정말 여유있고 유유자적했는데
이건 전혀 그렇지 않다 ㅋㅋㅋ
월-금 10-6시는 거의 일을 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가끔 유럽 동료들과 스카이프 미팅을 할 땐 7시나 8시까지도.
첫 주에는...이거 거의 다 했던 일인데 어쩜 이렇게 기억이 하나도 안 나지? 싶었고
둘째 주에는...이거 괜히 한다고 했나...싶었고
셋째 주인...이번 주는 그래도 쪼끔 나아지고있는 건가 싶다.
이 와중에 천만 다행인 건 매치스가 3주 연속 일이 없다는 거. 만약에 일이 겹쳤으면 진짜 제대로 멘붕이 왔을 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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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 덕분에 유럽 사람들과 얘기할 일이 많은데 동유럽 쪽은 평일은 오전 5시 - 오후 5시 사이만 주말엔 오전 5시-오후 3시 사이에만 외출을 할 수 있는 나라도 많더라.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데에 거침없는 나라들. 내가 일할 때 컴퓨터 소프트웨어 관련해 많은 트레이닝과 도움을 준 세르비아인은 정말 자기 나라 정치인들 절망적이라며 다른 나라로 이주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그 외에 다들 집에서 학교에 가지 못한 아이들과 씨름하며 일하는 사람들이 서로 자기 애들 사진 혹은 반려 동물 사진 올리면서 우린 이러고 있다- 뭐 그런 메일 쓰레드가 100개가 넘고. 이래저래 약간의 문화충격 겪는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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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와 같이 게임하기
이 시국에 떳떳하진 않지만... 화제의 동숲을 하는 중이다. (어디가서 줄 서고 그러지는 않았다...) 역시 17살 조카 Y양도 떳떳친 않지만...미친듯이 이 게임을 하고있다. 얘는 뭐...학교도 안 가겠다 아주 신이났다. 인터넷에서 보이는...그 게임 폐인 중 하나....
게임상에서 인터넷 등록을 해야 서로 친구를 맺을 수 있는데 물어보니 Y양은 인터넷 등록을 안 했다는 거. 유료라서 안 했다는 말을 듣고 우리가 돈을 내줬다. 조카랑 게임 안에서 인터넷 친구 맺을라고....돈을...
1년에 5천원 정도긴 하지만...암튼
덕분에 조카 섬에 놀러가서 희귀한 꽃도 가져오고 돈도 받아왔다. ㅋㅋㅋㅋㅋㅋ
요즘 주말에 Y양과 주고받는 카톡
그러다 지난 주말엔 급 번개까지. 큰오빠네가 최근에 이사를 했는데(같은 동네 거의 같은 평수의 아파트지만) 가보질 못했다는 핑계로. 반미 샌드위치랑 조각 케이크 사서 놀러가가지고 큰오빠가 마리오 게임하는 것도 구경하고 수다떨고 놀다가 밤에 돌아왔다. 재밌었어.
특목고로 진학한 예인이 친구들을 보니 학교에서 정부 방침이 내려오기 전부터 온라인으로 봐야할 영상을 주고 숙제도 주고 막 어떻게든 열심히 공부를 시키고 있더라. 다른 친구들은 학원에 가서 공부한다고 하고. 모이면 위험하니까 학교 개학을 못하는 건데 학원은 오픈해도 되는 건가? 하긴 뭐 그건 개인사업이니 나라에서 '금지'까지는 못시키겠지.
아무튼
이 시기가 언제 지나갈지는 이제 정말 아무도 모를 거 같다. 하지만 지나가고 나면 각 나라 정부에 대한 평가 시민 의식에 대한 평가가 나오겠지. 어딜 가나 악의를 가졌거나, 맹목적 믿음을 가졌거나 하는 사람들은 있게 마련이니. 큰 혐오 없이 이 시간을 보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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