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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201007, 이상했던 여름이 갔다

한 달 내내 비만 내리던 이상했던 여름은 이미 저 멀리 갔고

한 달 내내 너무 날씨가 좋은 이상한 가을을 겪는 중이다. 어제 밤에는 구스 이불을 꺼내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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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있었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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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많았던 TUL 일은 8월 중순에 그만둬 버렸다. 그만 두겠다고 메일을 보낸 순간부터 마음이 어찌나 가볍던지. 

큰 바위 덩어리 사라진 것처럼 마음이 방방 뛰더라. 이런 게 조증인가 싶을 정도로. 

공식적으로 그만두고 나서 하루이틀 뒤에는 일 때문에 깔았던 컴퓨터 프로그램도 모두 지워버렸다. 그랬더니 비로소 위잉위잉 소리를 내지 않고 가볍게 잘 돌아가는 내 맥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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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그만 두고서는 매일매일 잘 먹고 잘 자고 새로운 취미도 이것저것 기웃거리면서 지내고 있다. 새로운 취미는 바로 뜨개질.

예전에 런던에 처음 갔을 때도 잠깐 시도만 했다가 여건이 안 되어서 못했는데 요즘 다시 내 관심사가 되어 이것저것 알아보고 코바늘로 만들 수 있는 작은 가방 키트도 사서 떠보고 그랬다. 

 

이게 내가 처음 완성한 가방.

 

처음 만든 거라 자세히 보면 면 크기도 잘 안 맞고 만나는 부분 우글거리고 그렇긴 하지만 굉장히 만족스럽다. 뜨개질 자체가 주는 평온함이 좋기도 했고 이렇게 며칠 뒤면 바로 결과물이 눈에 보이는 것도 좋았다. 항상 결과물이 금방 보이는 취미를 하나 갖고 싶었는데 이제야 찾은 것 같다. 다음 건 작은 머플러를 생각 중이다.

 

파주에 바늘이야기라는 뜨개실 관련 용품도 팔면서 수업도 하고 카페도 운영하는 곳이 있어서 chan이랑 가봤다가 한 눈에 반했다. 꼭 뜨개질 아니라도 드라이브 삼아 와봐도 좋을만큼 한적하고 조용하고 예쁜 곳이었다. 여기 오면 막 이런 것도 저런 것도 다 떠보고싶다는 마음이 든다.

 

결국 일주일에 한 번씩 와서 취미반 수업을 들을까 생각 중이다. 

 

 

내가 뜨개질을 하니까 로엔이 제일 신났다. 옆에 가까이 와서 한참을 보다가 실을 만져보고 물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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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간의 지름

 

제빵기

식빵과 피자 도우를 몇 번 만들어 먹다보니 반죽만 편하게 할 수 있으면 내가 이걸 더 자주 해먹을텐데...싶은 마음에 반죽기를 알아봤다가 너무 비싸기도 하고 대부분의 가정용 반죽기는 제과 용도에 더 적합한 것 같아 처음엔 알지도 못했던 제빵기를 사게 되었다. 

근데 엄청 만족스럽네. 벌써 통밀식빵 두 번 호밀빵 한 번을 해먹어봤는데 반죽을 안 하고 재료를 넣으면 알아서 1차 발효까지 되니까 정말 일이랄 게 별로 없다. 처음에 개량하는 거랑 발효 시간만 신경쓰면 되니까 세상 편하더라.

 

 

 

이렇게 재료 다 때려넣고(액체류를 먼저 넣고 나중에 가루 종류를 넣어줘야 한다) 반죽으로 해서 돌리면 적당히 찰진 반죽이 1차 발효까지 되어서 빵빵하게 나온다. 

 

 

2차 3차 발효까지 끝난 반죽을 틀에 넣고 오븐에다 구우면

 

 

짜잔. 식빵이 되어서 나온다.

 

나는 어차피 제빵기로는 반죽과 발효만 할 생각이었고 굽는 건 오븐에 따로 구울 생각이었어서 굽기에 대한 리뷰는 거의 보지 않았다. 제빵기로 빵 굽기까지 하려는 사람들은 자세히 봐야할 것 같긴 하더라. 참고로 내가 산 모델을 브레드가든 제품. 

(가전이든 뭐든 디자인이 너무 중요한 우리지만 이건 디자인을 좀 내려놓고 샀다...맘에 드는 올 스테인리스 제품은 결국 반죽기랑 맞먹는 가격이라...)

 

바로 구운 빵에 크림치즈 바르면 뭐...

프로 제빵사 아니어도 맛이 없을 수가 없다...이게 집에서 빵 굽는 치명적인 매력인 거 같다. 

또 하나 좋은 건 빵 두께를 내 맘대로 자를 수가 있어서 두툼한 프렌치 토스트를 만들 수 있다는 거...이건 아쉽게도 사진이 없네. 진짜 맛있었는데. 그리고 사온 식빵보다 계란을 훨씬 잘 먹더라. 그래서 엄청 부드럽고 촉촉한 프렌치 토스트를 만들 수 있다. 

 

입맛은 정말 계속 바뀌나보다. 예전엔 빵 종류는 거들떠도 안 봤는데 지금은 제빵기까지 들여놓고 집에서 빵을 만드는 걸 보면 정말 신기하다. 요즘은 특히 통밀빵, 호밀빵, 바게트, 치아바타,,, 이런 담백하고 깔끔한 빵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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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켑슐트

 

쓰고있던 테팔 프라이팬 코팅이 또 슬슬 벗겨지는 것 같아서 다시 한 번 무쇠팬을 사야하나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런 거 서치하기 참 좋아하는 chan에게 말했더니 주말 아침에 또 한참을 앉아서 이것저것 다 찾아보고 일산에 그릇과 프라이팬 등을 파는 창고형 매장이 있다며...가격도 인터넷 최저가랑 크게 다르지 않다며...집에서 20분 거리에 있다며...

 

해서 결국 갔고 보았고 사왔다.

 

진짜 무겁고(한 손으로 들기 불가능), 시즈닝이라는 벽이 있음에도 과감히 내 생에 첫 무쇠팬을 들고 오는 길은 발걸음이 가벼웠다...

 

시즈닝은 결국 한 번에 성공하진 못했고 며칠에 걸쳐 이렇게 저렇게 해보다가 어찌저찌 해내기는 했다. 

이제는 들러붙지 않고 스케이트 타듯이 미끌거리며 움직이는 계란후라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근데 정말 맛이 다르긴 한 거 같다. 암튼 이제 평생...아니 내 팔 힘이 허락하는 날까지 잘 써봐야지. 

웍도 사고싶고 네모난 팬도 사고싶고 소스팬도 사고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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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

설이랑 추석은 싸움 거리가 되기 십상이라 좋아하지 않는 반면 할로윈 크리스마스는 아무런 의무도 없이 축제 분위기만 즐기면 되기 때문에 좋아한다. 

할로윈과 크리스마스가 왜 이렇게 세계적인 사랑을 받을까 잠깐 생각해봤는데 예뻐서인 거 같기도 하다. 유럽에 할로윈 코스튬이랑 장식같은 거 보면 재밌는 것도 많고 꼬꼬마들 분장하고 어둑한 동네 여기저기 다니면서 Trick or Treat 하면 너무 귀엽고 크리스마스는 뭐...말해 뭐해. 정말 동화속에 있는 것 같이 예쁘게 꾸며놓은 거 보면 내가 기독교도 아니고 크리스마스 정신을 믿지 않는다고 해도 같이 껴서 즐기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거 아닐까...적어도 나는 그런 거 같다. 

 

암튼 작년에 사려다가 놓친 코스트코 잭오랜턴을 올해 샀다.

 

 

10월 31일까지 밤마다 켜놓을 예정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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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날들 나들이

 

날이 좋아서 과잉 산책&나들이 중이다. 만보 이상 걷는 날이 정말 흔치 않은데 최근 한달 동안 무려 두 번이나 있었다. 운전도 사실 그렇게 자주 하는 편이 아닌데 요즘엔 가평으로 파주로 아주 여기저기 잘 돌아다니고 있다. 이제는 파주를 하도 다녀서 아울렛과 헤이리 마을, 바늘이야기 카페의 위치가 서로 어디쯤에 위치하는지도 대강 파악이 된다.

 

우리에게 파주는 아주 좋은 드라이브 장소다. 가는 길도 편하고 왠만하면 막히지도 않으며 대부분의 곳은 주차가 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에게 파주는 좋은 곳, 여유로운 곳, 콧바람 쐬는 곳, 예쁜 옷 쇼핑하는 곳,,, 정도로 아주 좋은 이미지가 있다. 근데 최근 대학 친구 둘과 파주를 갔는데 그 둘은 나와 반대로 파주를 끔찍한 곳으로 생각하더라. 이 둘은 모두 한 때 파주 출판단지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어서...여전히 이 곳을 딱히 오고싶지 않은 곳...기분나쁜 곳으로 여기고 있었다. 슬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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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요즘 우리의 관심사중 하나는 캠핑이다. 

한 번도 가본적이 없는데 갑자기 너무 가보고 싶은...

가서 불 때고 앉아있으면 평화로울 것 같고...밖에서 먹는 고기는 정말 맛있을 것 같고...나는 한 번도 쏟아지듯 많은 별이 있는 하늘을 본 적이 없는데 캠핑을 가면 볼 수 있지 않나 싶기도 하고...

 

캠핑 붐이 생기면서 사회 전체가 무슨 열병을 앓듯이 캠핑캠핑 하던 때가 있었다. 우리는 둘 다 좀 삐딱한 인간들이라 사회 분위기가 이러면 오히려 딴 델 보고 그 것에는 관심도 안 둔다. 그러다 몇 년이 지났고 이제는 캠핑 붐은 사라지고 많은 사람들의 취미 중 하나로 온전히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관심이 쭉 없을라면 없을텐데. 어째서인지 우리는 둘 다 캠핑이라는 아이디어에 꽂혀서 아직 한 번도 가본적 없는 캠핑 용품을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다. (캠핑 용품이 정말 개미지옥이더라...)

 

그래도 제대로 빠져들기 전에 체험을 해봐야하지 않겠냐는 아주 현명한 결정으로 조만간(코로나 상황이 악화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글램핑장에 한 번 가보기로 했다. 가서 바베큐도 해보고 화로에 불도 펴보고 밖에서 자는 경험도 해보고...우리에게 정말 잘 맞는지 확인을 해봐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