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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200727, 오랜만

블로그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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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B에서 TUL로 일한 이후로 블로그를 할 여력도 별로 없고 그 외에도 여러가지 이유로 바쁘고 힘들었다. 

내 기억이 미화된 것이겠지만, 지금 내 인생에서 제일 힘든 구간을 지나고 있지 않나 싶다.

 

TUL이라는 건 Translation Unit Lead라는 말의 약자인데 풀어써도 무슨 일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는 그런 말이다. 암튼 하는 일은 예전 PM으로 일했을 때 했던 일이랑 거의 비슷하다. 번역 일을 할 때 필요한 잡다한 모든 일을 한다는 뜻.

 

고객이랑 얘기하고 스케줄 관리하고 프리랜서 번역사들한테 일정 물어보고 일 주고 파일 관리하고 페이 잘 되는지 확인하고 번역 품질에 문제 있으면 어떤 해결 방법을 대면서 빠져나가야 하나 고민하고 등등등. 

스트레스가 많고 영혼이 갈려나가는 느낌. 

 

이게 가장 싫은 부분 중 하나는 일단 지나가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그 순간에는 초조하고 긴장되고 막 미칠 것 같고 하는 일들이 너무 자주 있다는 거. 예를 들면 번역사가 오늘 아침까지 파일을 주기로 했는데 파일을 안 줘. 연락도 안 돼. 데드라인은 다가오는 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이럴 때 내가 달려갈 수 있는 상사는 다 유럽에 있어서 오후 2-3시까지는 뭘 어찌해야할지도 모르는 패닉 상태가 된다. 

근데 결국 여차저차해서 다른 번역사 찾고 고객한테 이래저래하다고 말해서 파일 좀 늦게 보내면 큰 문제 없이 끝난다. 다음 날이 되면 다 잊혀지고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된다. 이렇게 아무 것도 아닌 일로 나는 지옥을 경험해야 한다는 게 너무 허무하기도 하고 영혼이 잡아먹히는 느낌도 들고... 지나고 나면 아무 일도 아닌 걸 알면서도 그 순간 감정 컨트롤이 잘 되지 않아 머리 쥐어뜯고 있는 나한테도 좀 답답하고. 그렇다.

 

게다가 모두 멀리서 재택으로만 일하고 문제가 있어도 메일이나 콜로만 전달이 가능하니까 쉽게 지나갈 수 있는 일도 길어지거나 어려워지기 십상이다. 

 

처음엔 프리랜서고 집에서 일하고 유연한 근무시간이라고 해서...게다가 예전에 해봤던 일이니 어렵지 않겠지 하고 수락한 일인데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전개에 놀라는 중이다. 어차피 이정도 업무 강도에 이정도 스트레스를 받는 거라면 차라리 사무실에 나가서 정규직으로 일하는 게 낫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예전에 일했던 곳 사무실...지금 집이랑도 가까운데....혹시 사람 뽑으면 지원할까 하는 마음이 드는 것에 다시 한 번 깜짝 놀라고. 뭐 그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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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왼쪽 햄스트링이랑 골반 통증 때문에 멈췄던 요가는 아직도 멈추어있는 상태. 조만간 다시 시작하려고 꾸물거리고 있다.

요가 말고도 요즘엔 운동 전반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누가 운동한다고 하면 무슨 운동을 하는지 그건 어떤 효과가 있는지 재밌는지 등등 자세하게 물어보게 된다. 

 

최근 프리다이빙을 배운다는 친구 얘기를 듣고 그것도 참 재밌는 운동이다 싶었다. 산소통 없이 잠수하는 걸 배우는 건데 이게 물리적 운동이 라기 보단 정신 수양에 가깝다고 한다. 산소통 없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숨을 잘 조절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함부로 패닉 상태에 빠지거나 하면 큰일 나는 거. 숨이 모자란데 나는 너무 깊은 곳에 있는 것 같아 흥분 상태가 되려고 할 때 감정을 조절해서 침착하게 올라와야 하는 게 중요한 기술 중에 하나인 것이다. 스트레스 많이 받는 일을 하는 중이라 그런가 굉장히 매력적이고 흥미로웠다. 참고로 이걸 배우는 친구도 나와 같은 업종에서 일하는 중...

 

또 다른 친구는 필라테스 1:1 수업을 시작했다는데 이것도 그렇게 좋다고. 골반 어깨 삐뚤어진 거 다 진단해서 그거에 맞는 동작 시켜주고 척추 디스크도 문제인데 그 부분을 근육으로 최대한 잡아서 척추에 무리가 않도록 해야하는 한다는 설명을 같이 해주니 이해가 쏙쏙 되면서 운동 효과도 좋다고 한다. 개인레슨 30회에 단체레슨 40회를 220만원에 끊었는데 비싸지만...1년 할부로 하면 1달에 20만원 정도이고 또 허리 디크스 터져서 수술하거나 하면 몇 백만원 깨지는 건 우습고 또 그 온갖 불편함과 통증을 겪어야 하니 이게 이익이다...하면서 긁었다고 한다.

 

인터넷으로 접한 것 중 하나는 로잉머신. 이게 유산소와 근력 운동을 동시에 할 수 있어 운동 효과가 진짜 좋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제대로만 하면 폐활량도 좋아지고. 근데 로잉머신은 큰 헬스장에나 가야 있을텐데 난 헬스장을 싫어하니...나중에 큰 집으로 이사하면 집에다 들여야하나 하는 생각만 하는 중. 

 

난 이런 정보를 접하기만 하면서 집에서 불규칙적으로 요가를 좀 하거나 스쿼트를 하거나...그러다가 레깅스를 하나 또 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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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복

요가복을 참 여기저기서 이것저것 많이 사봤는데 결국 계속 손이 가고 편하게 잘 입는 건 룰루레몬이더라. 인터넷으로 사진만 보면 안다*, 제시믹*, 뮬*웨어 등등이 더 예뻐보이고 가격은 더 저렴해서 처음엔 다 이런 곳에서 구매를 했는데. 막상 입었을 때 몸매를 꽉 잡아주면서도 편안하고 예쁘면서 비치지도 않고 살에 닿는 느낌도 좋은 건 룰루레몬 것 밖에 없었다. 비싸서 살 때마다 손 떨리지만...결국 다른 곳에서 산 건 거의 다 안 입거나 버렸고 여기 것만 남으니 비싸도 여기 걸 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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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낙

 

예전에 비해 스트레스가 많은 생활을 하면서 소소한 낙이 굉장히 중요하게 되었다. 요즘 내가 꼭 지키고 싶은 건 아침 먹고 일하기 전까지 1시간 정도의 여유시간이 있도록 기상해서 그 시간동안 책을 읽는 것. 이 때 대부분 커피 한 잔을 같이하고 공기가 좋으면 베란다에 창을 활짝 열고 그 앞에 앉아서 책을 읽기도 한다.

 

날씨 좋았던 날 베란다에서 내려다본 풍경. (참고로 내가 사진 각도를 잘 잡은거다. 매우.)

 

 

또 하나는 일 끝내고 저녁에 산책하기. 이건 컨디션에 따라 길게 하기도 하고 짧게 끝내기도 하는데 걸으면서 주로 팟캐스트 "빨간책방"을 듣거나 "이다혜이수정의 범죄영화 프로파일"을 듣는다. 이렇게 걷고 오면 한결 마음도 가볍고 몸도 상쾌해진다. 그리고 자기 전에 드러누워서 넷플릭스 보기. 아 정말 넷플릭스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최근에 "남부의 여왕, "죄인" 봤고, 지금은 "글리"랑 "트랩트" 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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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그렇지. 또 지른 게 없으면 내가 아니지. 가장 최근에 지른 건 바로 이것..

기존에 쓰던 게 날이 무뎌지기도 했고 녹이 조금씩 슬기도 했고...이래저래...여차저차...다양하고 합리적인 이유로...합리적인 가격의 딜이 마침 또 있어서...드디어 샀다. 헹켈 칼 ㅎㅎㅎ

 

근데 날카롭긴 진짜 날카롭더라. 처음 쓰던 날 두 번이나 베였음...다행히 아주 살짝만 베였지만 그래도 내가 쓰던 칼로는 이정도론 절대 안 베이는데 얘네는 정말 조심스럽게 다루어야할 거 같다. 그래도 파나 양파 채 썰 때 막 팔목에 힘줘가며 두세번 왔다갔다 하지 않고 가볍게 탁탁탁 하면 다 베이니까 좋긴 하더라.

 

심심풀이로 또 아보카도 씨 발아를 시도해봤다. 정말 뭐가 나오려나 싶었는데 일주일 정도 지나니까 아래서 하얀 뿌리가 나오기 시작하더라. 

지금은 1센티는 족히 넘게 나와있는 거 같다. 신기하네 정말. 

 

 

그럼 다시 더 자라난 아보카도 소식을 들고 돌아올 수 있길 바라며...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