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는 말들
*7살 조카 소윤
며칠 전의 소윤이-
고모, 아직도 그 작은 집에 살아?
그래...그 작은 집에 산다.
내가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큰 집을 살테니까 거기에 고모랑 고모네 고양이랑 다 같이 살자.
아...녹음할 걸...
소윤아 정말 한글을 혼자 배웠어? 어떻게?
나 빼고 우리 가족은 다 한글을 알길래. 혼자 배웠지. (새침한 표정)
*
9살 채윤
채윤이가 물은 워터라고 잘난척을 하길래
우쥴라이크드링크썸워터?
했더니
아하하 고모 다문화가정같아 하하하
...우리 엄마아빠 다 한국 사람이거든.
**
오빠: 소윤아, 왜이렇게 말을 안 들어? 크리스마스에 보석상자 안 받아도 돼?
소윤: 보석상자로 나를 조정하려고 하고! 자꾸 그러면 나 보석상자 안 받아도 돼. 언니나 사줘. 언니 사주면 나도 같이 가지고 놀 수 있으니까. 그리고 내가 더 이쁜 걸로 직접 만들거야!
편애하면 안 되겠지만 나는 9살 채윤이보다 7살 소윤이가 쪼끔 더 마음이 간다.
채윤이는 사랑을 빼앗기면 안 된다는 걸 처절하게 깨달으며 소윤이를 어렵게 받아들인 첫째라
언제나 어른들의 관심이 소윤이에게 집중되면
다시 관심을 자기에게 가져오기 위해 애를 쓰고(예를 들면 소윤이가 한참 얘기 중인데 자기 얘기를 시작함...) 그게 뜻대로 안 되면 난리가 나는데
태생적으로 애정의 스포트라이트를 경험하지 못한 소윤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관심이 언제든 언니에게 빼앗겨도 그냥 그러려니 하며 혼자 넘기더라.
(물론 가끔씩 폭발하긴 하지만)
태생적 막내인 내 눈엔 그런 소윤이가 눈에 더 밟힌다.
*
경비아저씨
최근 아파트에 입주자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 두 개가 있어서
사인한 동의서 두 장을 들고 경비실 앞에 있는 함에 넣으려고 하는데
마침 경비아저씨가 옆에 계셨다.
이거 두 장 여기다 같이 넣으면 되나요?
어 여기 다 넣으면 돼요. 아이고 착하네...
...네?
바쁘다고 안 하고 이렇게 하니까 착해...
흠 ㅋㅋ
내가 볼 땐 동안이란 말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 거 같다.
하나는 젊고 예뻐보인다는 뜻.
또 하나는 어리고 만만해 보인다는 뜻.
나는 주로 두번째 의미의 동안으로 아직까지 살고 있는듯...
나도 마흔인데 착하다고 경비아저씨한테 칭찬을 받다니.
*
우리 엄마
근데 너 살쪘니?
아니 그냥 똑같은데...
*
시어머니
지영이 살이 좀 쪘나?
아니요...그냥 똑같은데...
흠...
너무 대범하게 민소매랑 반바지를 입고다녔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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