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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1050522, 화가난다.

몇 가지 일로 매우 화가나는 요즘-

심지어 약 이틀은 홧병으로 잠도 설쳤다. 



화나는 일 1.


결론적으로 말하면 레스토랑은 때려쳤다. 


먼저 트리거가 되었던 사연-


부엌에 새로 일하는 아저씨 한 명이 들어왔었다. 일한지 한 일주일 됐나..중국인(부엌에서 일하는 사람 80%가 중국인)이었는데 약간 몽골 느낌도 나고 뼈 굵고 덩치 크고 인상 좀 험악한. 근데 주변 사람들이랑 금방 농담도 잘 하고 일도 빨리 배우는 것 같아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문제는 일요일- 이 레스토랑은 일요일엔 거의 항상 바쁜데 이 날은 유난히 더 바빴다. 테이블이 아마 거의 다 예약이 꽉 찼고 몇 개 테이블은 더블북킹이 되어있었다. 그러니 당연히 음식 좀 오래 기다리는 테이블도 나오고 뭐 그러기 마련. 그러던 와중에 유난히 오래 기다린 것 같아 보이는 테이블을 보고 매니저가 나에게 부엌에 가서 저 테이블 음식 준비하는 중인지 물어보라고 해서 가서 물어봤다. 그랬는데..갑자기 이 새로온 아저씨가 폭발-


무서운 표정으로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난 벙쪄서 그냥 나옴.

그러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화도 나고 그냥 넘어가줘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몇 분 뒤에 부엌에 들어가서 나도 같이 소리를 질렀다. -_-


내가 뭐 잘못했냐고.

왜 나한테 소리지르냐고.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그랬는데 다시 소리지름 


내가 다시 그러면 뭐 어쩔껀데? 와 같은 말(실제 말은 이렇지 않았지만 표정과 뉘앙스가 그랬다.) 


여튼 이렇게 한바탕을 하고 나왔더니 막 심장이 두근 거리고 몸도 떨리고-

결론은 매니저랑 사장까지 모두 알게 되었다. 다음 날 사장이랑 따로 얘기를 했는데 굉장히 젠틀한 척 하며 


"내가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이런 일이 있어서 굉장히 유감이고 너에게 미안하다. 저 사람은 이번 주 일요일까지만 나오고 떠나기로 했다. 뭐 너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있겠니?"


나는 이 때다 싶어서

(곧 chan이 약 2주간 뉴욕에 갈 예정 + 작업실 일이 바쁨)

"약 한 달 정도 일을 쉬고 싶다. 나 오늘도 여기 오는 게 굉장히 힘들었고 지금도 마음이 불편하다. 계속 초조하고 몸 떨림이 조금씩 있는 상태다. 하지만 너네가 일요일은 바쁘다고 하니(전 날 매니저가 얘기했던 내용) 쉬는 동안에도 일요일엔 기꺼이 나와주겠다."


"한 달은 너무 길다. 약 3주는 어떻겠니? 그리고 주중에도 하루 정도는 나와줄 수 없겠니?"

"미리 알려만 주면 나와줄 수 있다."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그 아저씨랑 소리지르고 싸운 것 자체는 감정적으로 너무 크고 정말 너무 험한 일이었지만 결론적으로 3주를 거의 쉴 수 있게 되어서 꽤나 만족으러운 딜이라고 생각했다. 


이 상태로 첫 주는 일요일에만 나가고 그것도 2시간만 있다가 집에 옴. 

그리고 주중엔 아예 안 나감. 


그리고 두 번째 주 일요일-


일 시작하기 전 매니저가 잠깐 얘기를 하자고 했다. 


"이번 주 주중엔 아마 니가 3일을 나와줘야할 것 같아."

"뭐? 안돼! 최대 2일은 내가 어떻게 해보겠지만 3일은 너무 많아."

"있지, 우리가 너 때문에 그 자식을 짤랐어. 알아? 우리가 널 위해서 이렇게까지 해줬다고. 그리고 쉴 수 있는 시간도 줬잖아. 그리고 이번 주에 3일을 나오면 그 다음부터는 니가 쉴 수 있는 날을 더 많이 줄게. 난 지금 너를 도와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그리고 다음 주 일요일은 레스토랑이 문을 닫는다고. 그러니까 내가 요구하는 건 결국 하루만 더 나와달라는 거야. 알았지?"


이 병신이 뭐라는 거야...-_-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고 차분하게 말했다.


"너도 알겠지만 난 지금 다른 곳에서도 일을 하고 있어. 거기도 바쁘다고. 거기서도 이미 내가 최소 4일은 나올걸로 알고있고 그걸 이제와서 바꿀 수는 없어. 그러니까 말했듯이 이틀까지는 어떻게 해보겠지만 3일은 절대로 안 돼."


"아 그래..내가 그럼 이틀로 줄일 수 있을지 알아는 볼 게. 근데 만약 그게 안 되고 3일 꼭 나와야 한다고 하면 꼭 나와줘야 돼."


"아니..안 된다니까?"


"야..지금 나랑 장난해? (- 이 때 얘가 썼던 말은 Don't play with me 였는데 이게 정확히 여기서 어떻게 한국말로 써야할 지 모르겠다.)


이러다가 손님오고 바빠져서 대화가 끝남.


근데 저 대화를 끝으로 내내 기분이 엄청 나빴다. 분명히 딜을 깨뜨린 건 지들이면서 그걸 해주지 않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그 입장이 어처구니가 없고 화가 났다. 그러면서 적반하장으로 나한테 화를 내는 것도 어이가 없었고 끝까지 예의를 지키며 말하는 나한테 저렇게 쉽게 무례한 말을 뱉어내는 것도 그렇고.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생각할 수록 너무너무 화가 났다. 3일 필요하다면 3일을 꼭 나와야해? 미친 거 아니야? 나를 무슨 24시간 지들 소유로 두는 하인이라고 보는 건가? 근데 반란을 일으키니까 화가 난 거임?


그리고 일 끝나고 마무리하는 중 매니저가 나가는 걸 보고 벙찜. 왜냐하면 나한테 약 2주 정도 돈을 안 주고 있었기 때문에 이 날은 당연히 줄 거라고 생각했었다. 사실 이건 일부러 그런 거 같지는 않고 내가 워낙 띄엄띄엄 나와서 헷갈렸던 같긴 하다. 이 애기를 부매니저에게 했더니 부매니저가 가고있던 매니저를 붙잡아줌. 매니저는 존나 기분나쁜 표정으로 


"뭐?"

"너 나한테 돈 줘야되잖아."

"아 맞다..너 내일은 거기서 일 몇 시에 끝나?"

"8~9시쯤에 가게로 들릴 수 있을 것 같아."

"그럼 내일 아침에 전화해. 내가 몇 시에 들러야할 지 알려줄게."


이것도 존나 웃겼다. 지가 하루종일 거기있을 거 내가 뻔히 알고 또 내가 8~9시에 들릴 수 있다고 했잖아? 근데 그냥 말 길게하고 싶지 않아서 알았다고 하고 옴.


이 날부터 너무 열받고 짜증나고 열받고 화나고 기분나빠서 잠들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 아무래도 전화하기는 싫어서 10시쯤 문자를 보냈다. 


'나 몇 시쯤 가면 됨? 난 11시 반쯤 그게 아니면 저녁에 8시쯤 들릴 수 있다.'

라고 했더니 한 5시간쯤 뒤에


'이따가 몇 시에 들려야할 지 알려줄게.'


아 뭐 이런 씨발놈이 다 있지? 이따가는 언젠데? 도대체 잠깐 들러서 몇 푼 안 되는 돈 그냥 주고받고하면 끝나는 일을 왜 이렇게 지랄맞지? 진짜 완전 개새끼네. 

이 때부터 매니저 새끼가 나를 엿먹일려고 한다는 느낌이 왔다. 그리고 진짜 질 안 좋은 개새끼구나 싶었다.


그리고 저녁 7시쯤에 문자가 옴.


'이따가 내가 9시 전까지 전화를 줄 게. 내가 전화 안 하면 니가 해." 


-_-

휴우-


이거 보고 집에서 혼자 심호흡하고 참을 인 1000개를 새겼다. 


그리고 9시쯤 전화는 안 왔고 나도 전화 안 했고 그냥 가게로 감-

다행히 가게로 가는 길에 나랑 친한 부매니저를 만났고 부매니저한테 다 얘기를 했다. 부매니저도 요즘 매니저가 그따위로 행동하는 거에 완전 질리고 짜증나있는 상태였어서 같이 화내줌. 그러면서 지금 들어가서 만약에 바로 돈을 안 주면 그냥 나가버리라고. 내가 어떻게든 돈은 받게 해줄테니까 그건 걱정하지 말고 바로 돈 안 주면 그냥 나와-라고 말해줬다. 정말 너무너무 고마웠지 뭔가..


그리고 가게에 들어갔더니. 

소름돋게 웃으면서 

"오 모자 멋있네" 라며 말을 건내는 매니저.

나도 모르게 표정 썩으면서 몸을 뒤로 피하자 

"근데 너 왜 전화 안 했어? 내가 9시쯤 전화하라고 했잖아."

"그냥 들르면 되는 거 아니야?"

"오~ 안돼안돼. 내가 지금은 돈을 못 주거든. 이따가 10시쯤에 다시 와. 알았지?"

"뭐? 10시? 왜? 왜 그냥 지금 주면 안 되는 건데?"

"지금은 사장이 없어서 못 줘. 내 말 이해하지?"

"그래. 이해는 하는데. 다시 오지는 않을거야."

"그래 그럼~"


이러고 나왔다. 그때 마침 부매니저도 배달이 있어서 또 나랑 같이 나옴. 매니저 입장에서는 나랑 부매니저가 같이 들어왔다가 같이 나가니까 존나 의심스러웠겠지. 내가 부매니저 차에 타자마자 매니저가 부매니저한테 전화함. 계속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고 부매니저는 아무 일도 없다고 하고. 


여튼. 이러고 집에 와서 너무 열이 뻗쳐서 맥주 한 병을 나 혼자서 다 마셨다. 

그리고 사장새끼한테 전화옴. 처음엔 매니저랑 얘기 안 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하면서 뭐 다 괜찮은 거냐고 물어보더니 나중에 본색을 드러냄.


"있지 내가 너 때문에 그 아저씨를 짤랐어. 알아? 너 때문에 짤랐다고. 나 여태까지 누군가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해본 적이 없어. 그리고 너한테 쉴 수 있는 시간도 줬잖아. 나는 니가 우리한테 좀 감사함을 느껴야된다고 생각해."


"감사함을 느끼라고? 감사함을 느껴야할 건 너네야. 나 그 사건이 있고 그 바로 다음 날에도 나갔어. 너네가 바쁘다고 해서. 그리고 3주간에도 너네가 바쁘다고 해서 일요일마다 나가주겠다고 했고. 그 뒤에 주중에도 하루 나와달라고 했을 때 별 말 없이 알았다고 했잖아? 호의를 베푼 건 나라고."


"그래 그럼 앞으로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데?"


"솔직히 이 시점에선 별로 할 게 없는데? 뭘 하든 상관없이 난 그만 둘건데?"


"아 그래. 좋아. 괜찮아. 뭐 난 아무 상관없어."


"다행이네"


"근데 니가 이런식으로 그만 두는 건 잘못된 거라고 생각해. 우리한테 노티스도 안 주고 그냥 이렇게 그만 두는 건-"

"노티스? 너네가 언제 나한테 그만두기 전에 노티스 달라고 미리 얘기한 적 있어? 그리고, 너네는 나한테 그 어떤 것에 대해서라도 노티스 준 적 있어? 맨날 '너 아마 내일 쉬어도 될 거야. 근데 확실하지 않아. 내가 내일 다시 연락할게' 이렇게 말해놓고 4시에 전화해서 나와달라 6시에 전화해서 나와달라. 이따위로 해놓고 내가 왜 너네한테 노티를 줘야함?"


"휴..내가 아마도 너한테 너무 관대했었나보다." 

"너무 관대했던 건 나야. 이딴 말도 안 되는 것들을 오래 전부터 참지 말았어야 했어."


암튼 대충 이렇게 하고 통화가 끝났음-


통화 끝내고도 계속 한 1시간을 씩씩거리면서 앉아있었다.


매니저랑 사장이 했던 얘기 되뇌면서 나 혼자 허공에 대고 중얼거리면서 반박하고 욕하고 하는 이상 증세가 몇 시간 -_-

새벽 2시 3시가 되어도 잠도 안 왔다. 잘려고 누워서도 계속 중얼거림..-_-

그리고 어떻게 해야 이새끼들을 엿먹일 수 있을까 계속 생각함. 근데 마땅한 방법이 없어서 더 분하고 짜증나는 역효과.



그리고 이틀 뒤에 매니저한테 연락와서 못 받은 돈은 다 받았다. 다행히-

아마도 부매니저 덕분이지 싶다. 솔직이 돈 안 주고 쌩까도 나로선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거든. 



휴..쓰고 보니 엄청 기네.

이게 사건 있고 그 다음 날 동네 바보형이랑 통화하면서 다 쏟아내고 chan한테도 다 얘기하고 작업실에 HS 씨한테도 다 얘기했는데도 여기다가 또 쓰는 걸 보면 아직도 분이 안 풀린 듯. 

이번 일로 유태인들이 존나 싫어졌고 이 동네에 진짜 정 떨어졌고..이런 일용직같은 서비스업은 정말 내가 할 게 못 된다는 걸 처절하게 느꼈다. 



화나는 일 2.


이건 chan쪽에서 벌어진 일. 


지금 석사과정에 담당 교수가 예전부터 사실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애들 봐주는 건 뒷전이고 자기 일이 먼저라는 게 너무너무 느껴지기도 했고 - 심지어 학기 중반인가에 저녁 몇 시 이후로는 자기한테 뭐 질문하는 메일 보내지 말라는 공지까지 했음 - 시간 약속도 심하게 안 지켰다. 

'나 내일 2시쯤 들를게' 해놓고 다음 날 3~4시에 나온다던다 심지어 아예 안 나오기까지 한 적도 있다. 그래놓고 저녁에 '내가 오늘 일이 있어서 못 갔음. 내일 오전에 들를게' 라고. 사과도 없고. 그냥 이딴식이다. 


근데 이번 필드트립에서 완전 그 절정을 본 듯-


뉴욕에 가서 같이 전시 몇 개 보고 설계 사무도 들른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 교수랑 같이 본 전시는 결국 1개. 이것도 지 혼자서 1시간 늦어서 다같이 전시장 앞에서 1시간동안 기다림. 설계 사무소는 아무데도 안 갔음. 그래놓고 같이 저녁먹고 술마시자고 존나 강요하고 비싼 데 가서 더치페이함. 씨발년


그리고 보스톤 가서는 하버드를 먼저 갔는데. 거기서 이 교수가 만나기로 한 사람이 1시간 늦게 옴. 결국 왔는데..무슨 교수가 나와서 지금 얘네가 하는 과정에 대해 뭔가 심도있는 토론이나 지들이 하는 연구는 뭔지 뭐 그런 얘기 할 줄 알았는데. 줄 알았는데 박사 과정 학생이 나와서 캠퍼스 투어를 해줌...아 씨발. 무슨 고딩이야? 석사생들이 교수껴서 가는 필드트립에 캠퍼스 투어가 왠말? chan이 투어 중에 정말 쪽팔리다며 전화했었다. 그 얘기 듣고 나도 빡치고..


솔직히 지금 석사과정이 배우는 내용은 굉장히 핫하고 실질적으로 애들을 많이 봐주는 조교도 뭐 어느정도 자상하게 성심성의껏 잘 해주고 커리큘럼 자체도 그닥 나쁘지 않은듯 한데. 이 교수는 진짜 미친년인듯. 이 비싼 학비 내고 얼마나 힘들게 온 유학인데..라는 감정까지 겹쳐져서 더 용서가 안 된다.


암튼..학기말이든 졸업후에든..이 년이 한 짓에 대해서는 조근조근 구체적이고 매우 심각한 톤으로 학교에 컴플레인 메일을 꼭 보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