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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33살, 내 감정의 원인

기분이 나쁘다. 불편하다. 언짢다. chan에게 화가난다.




며칠 전 이런 기분이 되었을 때 분석에 들어갔다.

내가 내 마음을 파고들어 분석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그 원인은 내 선택이 바로 엄마아빠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아...진짜...

굉장히 자존심이 상했다.


33살을 먹었고 결혼을 했고 이제 내 삶을 내가 책임지며 꾸려 나가고 있는데

엄마아빠가 내 선택을 자랑스러워 해주지 않고 좋게 인정해 주지 않음을 느껴서 절망했고 기분이 상했고 그 선택에 큰 영향을 끼친 chan에게 화가났다.


분명히 알고 있다.

10대 시절의 나부터 지금의 나까지.

내가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그들은 자세히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했다. 

때로는 열심히 대화를 해보기도 했고 때로는 치열하게 싸워보기도 했지만 세대차, 성향차, 등등의 이유로 더이상 좁혀지지 않는 갭은 늘 존재했다.

그런 그들이 내가 내리는 결정에 때로는 지지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거다. 


그들은 이 사회가 정한 좋은 부모상이라는 것에 맞추어 굉장히 노력하는 사람들이며 이건 그들이 어느 정도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뜻한다. 나를 위해 본인들의 삶을 희생했고 내가 충분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너무너무 고맙다. 내가 가끔 애틋함을 느끼게 되는 건 이 부분 때문일 것이다.


다른 한 편으로 그들은 이 나라 민주주의에 무임승차한 일원이기도 하고 권력자가 하는 말에, 돈 많은 사람들이 하는 말에 복종하도록 나를 교육시킨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들이 어릴 적 나에게 교육시킨 도덕성과 사회 권력자들의 도덕성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지만 그들은 그 권력자를 지지하며 나 또한 그 권력자를 지지하기를 원하는 모순을 갖고 있다. 이건 아주 오랜 시간동안 그들에 대한 분석을 하면서 알게 된 것들이다. 


33살의 나는 그들이 바람직하게 여기는 삶의 선택이 사회적/개인적으로 옳은 선택이 아닐 확률이 아주 높다는 것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감정은,

부모에게 인정받고 칭찬받고 주위 사람들에게 나를 자랑해줬으면 하며 안간힘을 쓰는 4살짜리 꼬마애와 전혀 다르지 않다는 점.


부모-자식 관계에서의 감정은 유아기 때의 그것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일까?

나만 유별나게 더 심한 걸까?

나는 더이상 그것을 갈구하며 살고 싶지 않은데..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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