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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무사히(?) 로마 도착!

아...험난한 여정이었다.

 

#1. 일단, 비행기.

 

케세이 퍼시픽

 

인천->홍콩

비행 시간은 대략 3시간. 여기에서는 가운데 세 좌석 중 왼쪽 통로 쪽에 앉아서 갔는데 아주아주 미세하게 에어컨 바람이 내 이마로 계속 3시간 내내 불어댔다. 처음엔 워낙 미미한 바람이라서 뭐 그러려니 했는데, 하필 나는 바람-특히나 에어컨 바람에 너무너무 민감하다. 2시간 정도 지나니까 머리도 아픈 거 같고, 눈 근처 핏줄이 막 커지는 거 가튼 느낌도 들고 얼굴이랑 손이랑 다 너무 건조하게 말라가는 것도 느껴지면서(기내에 들고 타는 가방에 핸드 크림을 까먹고 안 넣었어!!!) 여튼 미칠 지경. 계속 그 좁은 자리를 이리 뒤척 저리 뒤척하면서 어떻게든 얼굴쪽으로 바람 안 맞아 보려고 발버둥. 크게 효과는 없었다. 착륙할 때 오른쪽 눈썹이랑 코 옆쪽(?)이 갑자기 인대같은게 팽팽해 지는 듯한 느낌으로 통증이 와서 손바닥으로 계속 누르고 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드는 것 보단 숙이는 게 덜 아프다는 걸 알게 됨. 다행히 고개를 숙인 채로 손바닥으로 계속 꾹 누르면서 있었더니 잠잠해 지긴 했다. 여튼 이런 적은 처음이라 놀라고 무서웠음.

 

자리 마다 다 모니터가 있긴 했는데 화질 완전 구려서 잘 보이지도 않고 음질도 소리 다 뭉개져서 잘 들리지도 않고, 자리 폭이 좁아 모니터를 거의 20센치 정도 되는 거리에서 봐야해서 계속 보다 눈이 이상해 질 것 같은 느낌. 결국 뭐 본 건 하나도 없음.

 

3시간 비행인데도 기내식이 나오길래 오오-했는데..진짜 너무 맛없어서 과일이랑 모닝빵같이 생긴 거 하나만 먹고 식사는 거의 손도 안 댔다. 치킨에 밥이었는데..느끼..이미 컨디션도 안 좋고 약간 멀미 기운이 있어서 더 싫었는지도.

 

뭐 하나 맘에 드는 거 없었던 홍콩행 비행기. -_-

 

홍콩->로마

다행히 공항에서 환승하는 곳 찾기가 어렵지 않았다. 대략 1시간 30분도 안 되는 시간 내에 환승을 해야 했는데 별로 어렵지 않았음. 시간이 조금이라도 남으면 홍콩 공항에서 핸드크림 아무거나 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밤 11시가 다 된 시간이라 스낵이랑 잡지 정도 파는 곳 빼고는 면세점이 싹 다 문을 닫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포기. 홍콩 공항, 뭔가 인천 공항이랑 좀 비슷하게 생겼드라. 여튼, 12시 5분에 출발. 이 비행기가 메인이라 아까처럼 바람맞고 밥 맛없을까봐 완전 긴장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아까 거 보다 훨씬 좋은 상태. 이번엔 오른쪽 두 명 앉는 자리 중 복도 쪽 자리. 내 옆자리가 끝까지 안 타길래 헐-여기 자리 없나? 하고 잠시 설레였는데 늦게 결국 금발 언니가 한 명 오더니 내 옆에 앉았다. 그래도, 뚱뚱한 아저씨나 냄새나고 도둑놈 처럼 생긴 놈이 앉는 것 보다야 훨씬 낫지-하며 위로. 

 

여기도 1~2시간은 점점 추워져서(그래도 바람이 직접 닿지는 않았다..) 담요로 계속 꽁꽁 싸매고 좀만 더 버티다가 안 되면 에어컨을 꺼주든, 아님 나 담요 한 장 더 주든 해달라고 말해야지, 했는데, 다행히 어느 순간 되니까 괜찮아 지더라.

 

모니터! 화질 완전 좋고 빅뱅 이론, 프렌즈, 덱스터, 왕좌의 게임 등등 질 좋은 컨텐츠 다량 보유! 덱스터 시즌 7 2편인가 보고 빅뱅 이론도 몇 편 보고 그랬다. 영화도 볼까 했는데, 영화까지 볼 멘탈 상태는 아니어서 패쓰..

 

기내식! 여기선 두 번 먹었다. 아까 거 보다 훨씬 맛있어. 똑같은 치킨에 똑같은 항공산데 왤케 다른거임.

 

게다가 내 옆에 금발 언니는 거의 12시간(?) 비행 중 화장실을 한 번만 갔다는! 이런 착한 창가 승객이 있나!!

 

이번엔 착륙할 때 아까 날 패닉하게 만들었던 통증도 없었다.

 

근데 거의 20 시간 넘게 밖에 안 나가고 공항 및 기내에만 있었더니 정말정말 급속도로 건조하고 좀 상태가 안 좋아지긴 하더라. 나 어릴 때 팔 접히는 데 가끔씩 아토피가 있었는데 이탈리아 도착하니까 그게 몇 년만에 재발했음. 약하긴 하지만..

 

여튼 이렇게 해서 무사히 이탈리아에 도착-

 

#2. 호텔까지 가는 길

 

이번 출장에서 제일 난위도가 높은 것으로 예상 되었던 공항에서 호텔 가기. 이전 포스팅에서 말했듯이 호텔이 로마 시내에 있는 게 아님. 외곽에 있음. 거리는 로마 시내보다 훨씬 가까운데, (호텔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설명에 의하면)공항에서 호텔까지 무려 4번을 갈아타야 함. -_- 보니까 로마 시내까지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는 경로...뭐하자는 거..?

 

아, 이 호텔은 이미 며칠 전부터 나한테 찍혀있었던 게,

내가 며칠 전 회사에서 호텔 위치 알아보다가, 이탈리아 지사에 물어봤더니 그냥 택시 타는 게 제일 나을거라고 해서, 그럼 어쩔 수 없나? 하다가 아무래도 택시는 좀..찝찝해서, 호텔로 직접 전화를 했었다. 나는 공항에서 너네 호텔까지 가는 셔틀 서비스 없냐고 물어보고, 있으면 예약 좀 해달라고 하려고 전화한건데..내가

"어, 나 거기 예약한 사람인데, 뭐 좀 물어볼라고." 했더니 바로,

"응, 그럼 메일로 보내~"

-_-

뭐 다른 말 할 틈을 안 주고 끊길래 어쩔 수 없이 메일로 물어봤는데, 답이 없어! 그냥 씹었음 ㅋㅋㅋㅋㅋ

뭐야? 뭐지?

얘네는 도대체 정체가 뭐야?

 

이런 여러 사정으로 공항에서 호텔까지 과연 무사히 갈 수 있느냐가 제일 큰 관건이었다. 결국은 아무래도 택시를 타야할 듯 싶으나 나의 계획은 이랬다.

1. 이탈리아 공항에서 나오면 인포 데스크를 찾아서 호텔 주소와 연락처를 보여주고, 여기 연락해서 셔틀 서비스가 없냐고 물어봄.

 1-1. 있다고 하면 예약 해달라고 함. -> 셔틀타고 편하고 안전하게 호텔까지 도착.

 1-2. 없다고 하면, 콜택시 좀 불러달라고 함 -> 콜택시 타고 살짝 불안하지만 어쨌든 호텔까지 도착.

 

위 계획대로 인포를 찾아가서 물어보는 것 까지는 했으나,

호텔 셔틀 없다고 함->그럼 콜택시 좀 불러줄 수 있음? ->여기 밖에 나가면 택시 정류장 있음. 거기 가면 하얀색 택시가 콜택시니까 그거 타고 가면 됨.

 

공항 밖으로 나오자 하얀 택시가 줄을 서 있고, 작은 길 건너 그냥 회색 택시(?)가 서 있었다. 나는 들은대로 하얀 택시 기사한테 가서 호텔 주소 보여주고 여기 어딘지 아니? 나 여기 갈라고, 했는데 다들 잘 모른다는 분위기. -_- 대강 눈치로는 하얀 택시들은 로마 시내로 가는 사람만 태우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 최후의 보루였던 하얀 택시도 못 타고 결국 회색 택시. 얘네는 주소 보더니 어딘지 안다고, 내 캐리어 막 끌고 자기 차 앞으로 가더라. 이 때 좀 무서웠었음. 택시타고 한 20분 정도,,? 오니까 호텔에 도착. 근데 80유로를 달래!!!!! 아 놔. 그래서 뭐? 뭐야, 난 한 50 유로면 오는 줄 알았는데!! 했더니 정색하며 아닌데? 80유론데? 하는거임. 근데 택시 기사 건장한 남자였고 팔에 막 문신도 하고 그래서 심하게는 못 따지고..그럼 70 유로에..해주면 안 될까? 했더니 only for you! 라며..70 유로를 받아갔다..아무리 봐도 바가지고, 내면서도 바가진 거 알았는데도 낯선 땅에 혼자고, 난 몸집도 작은 여자라,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너무 컸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그냥, 공항까지 소매치기 안 당하고 다른 사고 안 당하고 무사히 왔으니 선방했다고 스스로 인정.

 

다이나믹한 여정은 여기서 끝이 아님.

 

#3. 호텔 체크인

 

호텔은 7/7~7/21까지 나 혼자 쓰는 걸로 예약이 되어 있었음. 그래서 오늘 나의 임무는, 결제하기 전, 화요일 저녁에 chan이 올 것이므로 2명이 쓰는 방으로 바꿔달라고 하고 결제하기. 방 바꾸는 거 까지는 성공적이었다. 근데 결제가........

신용 카드는 이미 비행기 티켓을 사는 바람에 한도액이 많이 남지 않아서 호텔비까지는 낼 수가 없었고, 주로 쓰는 국민은행 체크 카드는 비자나 마스터 표시가 없길래 외국에서는 못 쓸 것 같아, 비자 표시가 있는 cma로 현금을 준비해 놓고 왔었다. 그러니까 믿을 건 오로지 cma 체크 카드.

 

근데 PIN 넘버를 입력하래.

 

응? PIN 넘버? 뭐지? 비밀번혼가? 하고 비밀번호를 입력했더니 실패(1회)

비밀번호를 잘못 입력했나? 하고 다시 비밀번호를 입력했더니 실패(2회)

여기서부터 살짝 패닉.

뭐지? PIN넘버라는게? 혹시 다른 비밀번혼가 하고 입력했더니 실패(3회)

-0-

아아..뭐야......뭐임?

 

결국 chan에게 국제 전화해서 도대체 PIN 넘버가 뭔지 좀 알아봐 달라고 부탁.

다시 연락이 왔는데 PIN 넘버는 원래 우리 나라에서는 안 쓰는 개념이라고. 은행에서 미리 설정을 해갔어야 했는데,

아닐 경우 사람들에 따라서 자기 비밀번호 뒤에 00을 붙이면 되기도 한다고.

 

오케, 뒤에 00. 이거 안 되면 정말 어뜩하지.

 

하고 다시 입력했는데....실패!!!!(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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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0-

-0-

-0-

 

아..chan 보고 싶어...

혼자인게 무섭고 싫어..

이 나라 이상해.....

뭐야?

나 이제 어떡해?

 

그 때 chan한테 문자가 왔는데 비밀번호 앞에 00을 붙이는 것도 해보라고.

해서 해봤는데,

이미 너무 PIN 번호 입력 실패가 많아서 더이상 이 카드로는 결제가 불.가.능.

 

하아-

 

그래서 화요일 저녁에 내 남편이 올건데, 그 때 결제해도 될까..? 했더니

"그래 뭐, 그렇게 해" 라고 해줘서..정말 울 뻔 했다.

 

그리고 체크인 시간 2시로 알고 있었는데 아침부터 방에 갈 수 있게 해줘서 쪼끔 괜찮아 졌다.

와이파이도 연결해서 또 좀 나아졌고,

데이터 로밍으로 좀 전에 chan이랑 통화도 실컷 했더니 아까보단 패닉에서 많이 벗어났다.

 

 

여튼, 험난한 여정 이겨내고, 몸은 건강히, 로마에 잘 도착 했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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