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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이후.
그 다음날 아침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참담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
자꾸만 현실적이지 않은 희망을 찾아보려는 사람들도 있고, 그저 좌절하고 절망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런 거 같다.
나의 경우, 나는 앞으로 무섭고 차마 상상도 하기 싫었던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날 것이고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도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왜냐하면, 그런 끔찍한 일들을 과거에 했었고 그걸 알면서도(이건 확실하지 않지만 어쨌든) 다시 뽑아준 거니까.
그리고 그동안 19일 하루에 큰 기대를 걸며 가치를 위해 인권을 위해 힘들게 투쟁했던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마음이 먹먹해진다.
정면으로 마주하기가 너무 아프고 무섭고 힘들어서 이제 못 보겠다-하고 자꾸만 생각 안 하고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리며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근데 이런 글 정도는 써도 되는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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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9개월.
위의 상황에 이어지는 내용.
대선 결과를 보고 이제 정말이지 이 곳을 떠나야겠다고 결심했다.
이 결심은 예전부터 해왔던 것이지만,
이제 떠나는 날까지 좀 더 비장한 마음으로, 이제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마음으로, 살아가야겠다-혹은 그럴 수 밖에 없겠다는 마음.
chan과 나의 계획대로라면 그 날이 1년 9개월 뒤다.
변수도 많고 짧다면 짧지만 또 길다면 길다고 볼 수 있는 시간이라
그 때가서 정작 이런저런 사정으로 못 가게 될 수도 있지만.
그건 그 때가서 고민할 일이고,
일단은 1년 9개월 뒤에 대한 계획을 착실히, 그리고 절박하게 실행해 가며 사는 날들이 될 것 같다.
뉴헤이븐에서 뉴욕으로 기차타고 가는 길에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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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기쁜 소식은
이제 다음주 월요일까지만 나오면 이 지긋지긋하고 끔찍했던 회사를 더이상 안 나와도 된 다는 것.
그 이후에 다시 나는 취업을 해야하겠고, 마음대로 풀리지 않아 마음 졸일 날이 올 수도 있지만(아주 높은 가능성으로)
사실 그런 걱정이 앞선다기 보다는 후련하고 시원하고 날아갈 것 같은 마음 뿐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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