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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121226, 회사 안 가는 첫째 날, 크리스마스에 한 일들

*

월요일에 퇴사를 하고 나왔으니 오늘은 회사에 안 가는 첫째 날이다.

아침에 chan이 출근할 때 눈떠서 그 상태로 누워서 핸드폰을 들고 드래곤 플라이트를 하다가 겨우 침대에서 벗어나

어제밤에 못한 설거지를 하고 커피를 내려서 구운 고구마랑 간단하게 아침을 먹었다.


오늘의 아침.jpg


참고로 저 고구마 중에 뚱뚱한 애는 껍질이 너무 두껍고 딱딱해서 까기도 힘들었는데 맛도 이상해서 얼마 먹지도 못하고 버렸음. 그래도 일단은 좋다. 오늘은 왠만하면 모든 것이 용서되고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일 듯.


한편으론 오랜만에 쉬니까 마음이 불안해 아침을 먹으면서 오늘 꼭 해야할 일들을 정리했다.

오늘 꼭 해야할 일들, 기왕이면 오늘 하면 좋을 일들, 며칠 내로 해야할 일들, 등. 

다이어리 쓰면서 문득 이제 한 장밖에 남지 않은 올해를 발견했다.

원래는 몇 년간 항상 검은색 다이어리만 쓰다가 작년 연말 올해에는 독립과 결혼이라는 빅 이벤트들이 있어

스페셜한 한 해가 될 것이므로 특별히 빨간색 다이어리를 골랐었다. 



빨간 2012년 안녕.jpg



그랬었는데 이제 빨간색 다이어리와도 곧 안녕이네.

내년 다이어리는 다시 검은색.


어쨌든 너무너무너무 춥다고 하여 집에만 콕 박혀있고 싶지만, 

은행에 가는 것과 명동에 제모 시술 받으러 가기는 오늘 꼭 해야할 일들이라 어쩔 수 없이

밖에 나가야한다는 사실.


*

크리스마스에 한 일들.


23일부터 말하자면, 저녁에 친구들이 놀러와 저녁을 먹었다. 신혼여행 후 집들이 겸 송년회 겸-

봉골레와 핫윙 조금 그리고 그냥 아무렇게나 양념한 닭요리 조금, 시금치 샐러드, 이렇게 만들었는데

가끔씩 덜 익은 닭이 있어 좀 민망하고 그랬다. ㅎㅎ

6시쯤 놀러온 친구들은 10시가 되어서 돌아갔다. 

모두 한 술 하는 친구들인데 한 명은 임신 중이고 한 명은 차를 가져와 내가 와인을 제일 많이 마셨다는 사실.


24일에는 원래 집에 있을까 했었는데 3시 반쯤 예상치 않게 일찍 퇴근을 해서 chan과 명동엘 갔다.

(chan은 회사 안 가고 쉬었음)

저녁으로 명동 칼국수를 먹으러 갔는데, 우리처럼 크리스마스 이브에 명동 칼국수 먹으러 온 사람들이

참 많았다는 사실.


명동 칼국수 명동 칼국수 빨리빨리.jpg


맛있게 잘 먹고 나와서 크리스피 크림 가서 도너츠에 커피 마시고 몸 좀 녹였다가-근데 카페가 별로 그렇게 따듯하지 않더라는-다들 겉 옷 입고 있는 분위기-


날씨가 너무 추워 돌아다니기 좀 무서웠지만 그래도 바로 집에 가기 아쉬워 명동 성당에 가보기로 했다.

나는 30년간 서울 살면서 명동 성당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고 chan도 제대로 본 적이 없다는 사실. 


뒤에 보이는 첨탑이 그 유명하다던 명동 성당이래 글쎄.jpg




성당 건물 옆 크리스마스 장식된 큰 나무.jpg


성당 내부-오르간은 못 찍었어.jpg


성당 내부는 유럽 여행하며 숱하게 본 성당들과 비슷했고-조금 더 심플한 버전같았음-아름다웠다.

2층에는 아주 큰 오르간도 있었는데 여기 앉아서 진지하게 기도 드리는 사람들도 있어 찍기가 좀 그랬다.

성당은 어느 나라 어느 도시를 가나 비슷한 느낌이 있고 모두 아름답다.

그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오르간.

거대한 오르간이 내는 웅장하고 맑은 소리는 나같이 신의 존재에 냉소적인 사람도 잠시 경건한 마음을 갖도록 한다.


뭐 어쨌든, 

태어나서 처음으로 명동 성당도 가봤으니 큰 아쉬움 없이 집으로 왔다.


밤에는 23일 친구들 오면 줄라고 만들었다가 까먹고 못 준 통감자 구이 먹으면서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봤다.

chan이 하와이에서 나 몰래 미리 산 홀마크 크리스마스 카드도 받고

(참고로 chan은 한국에서는 홀마크 카드를 안 파는 줄 알았단다.)

참..행복했다.



p.s 오랜만에 느긋하게 앉아서 포스팅했다. 이제 빨리 나갈 준비해야지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