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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140202, 구정이 지났다

*

아..이번에도 참 힘들게 힘들게 명절 하나가 지나갔다. 


청량리에서 아침 10시 40분에 출발하는 기차로 원주에 갔다. 다행히 표를 구해서 앉아갔음. 안 그랬으면 너무너무 힘들뻔 했다. 아침부터 마을버스 안 놓치려고 뛰고, 청량리 역에서도 시간 촉박한데 화장실 갔다온다고 뛰고..했더니 원래 미미하던 체력을 너무 많이 써버린 것. 표 구하느라 애쓴 chan에게 감사. 


뭐 이제는 몇 번 해봤다고 조금 익숙해졌다.

보통 12~1시쯤 원주에 도착하면 어머님이 차려준 점심 먹고, 점심 먹은 것 설거지 하고, 커피믹스 한 잔씩 마시고 본격적으로 전을 부친다. 보통 나랑 chan이랑 같이 앉아서 3시간 정도 하면 끝나는 듯. 전 다 부치고 5~6시 정도 되면 근처에 살고 계시는 chan의 이모님 댁, 혹은 외삼촌 댁에 가서 인사를 드리고 온다. 그리고 우리끼리 카페에 가서 한 숨 돌리면서 쉬는 시간도 갖는다. 7시쯤 돌아와서 저녁. 저녁 먹고 설거지. 그리고 씻고 정리하고 얘기 좀 하다보면 금방 11~12시다. 이 때 자서 다음날 아침 6시쯤 일어남. 아침 제사 준비. 사실 나는 허드렛 일만 하고..음식은 거의 다 어머님이 준비해 놓으셔서 이미 다 된 음식 끓이고, 섞고,참깨 갈고....뭐 그런 거 밖에 없다. 8시 반쯤 제사 드리고 또 한 번 설거지. 제기 종류를 다 꺼내기 때문에 이 때 설거지가 엄청 많다. 10시쯤 아침 먹고 또 설거지 하고 세배드리고 chan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신 산소로 출발. 산소는 차 타고 30분 정도 거리에 있다. 공원묘지라서 나름대로 이쁘고 잘 관리되어 있다. 작년에 왔을 때는 눈이 많아서 하얗게 묘지마다 눈이 쌓여 있었는데 올해에는 날이 포근해서 색 바랜 잔디 색을 띄었다. 간단하게 과일이랑 커피(두 분 다 살아 생전에 커피를 그렇게 좋아하셨다고)랑, 술이랑 놓고 절 하고. 그렇게 2~30분 정도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바로 원주역으로 출발해서 12시 30분 기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청량리에서 바로 인천으로.


영종도에 도착하니까 오후 3시 30분. 예인이가 고모 보고 가자고 우겨서(엄마 속도 모르고 ㅎㅎ) 큰오빠네, 작은오빠네 모두 남아 있었다. 다행히 예인이도 보고 채윤이도 봤다. 채윤이는 120일이 지나도..150일이 지나도..뒤집지를 않는다. 처음엔 언니가 걱정했다가 지금은 그냥 포기한 것 같다. 아무래도 뒤집지 않고 바로 기어다닐 모양이라며 엄마도 거들었다. 원래 그런 아기들도 있다고. 여튼, 오랜만에 본 채윤이는 살이 조금 빠져서 이뻐졌고 눈동자도 촛점을 잘 맞추어 흥미로운 것이 보이면 팔 다리를 버둥버둥 거렸다. 울 때는 안아서 거울을 보여주면 울음을 그친다. 거울 보는 걸 좋아한단다. ㅎㅎㅎ 


작은 언니는 원래 아기를 좋아하지 않았다는데..자기 아기는 너무너무 이쁜가보다. 엄마가 자꾸 '채윤이 이뻐졌네~'하면 '어머님..채윤이 원래 이뻤어요..'라며..ㅎㅎ 하루종일 채윤이 돌보는 것도..채윤이가 너무너무 이뻐서 힘든 줄 모르겠단다. ㅎㅎ 


암튼. 나 도착하고 한 3~40분 있다가 오빠들은 다 돌아가고 우리는 엄마가 끓여주는 떡국 먹고 세배하고 엄마가 싸준 반찬거리 잔뜩 들고 6시 반쯤 나왔다. 집에 오니까 8시. 힘들어 죽겠는데 그 와중에 나는 엄마가 싸준 녹두전 반죽으로 녹두전 해먹겠다고. chan이 살짝 말렸는데 결국 한 장 부쳐 먹었다. 결국 chan도 한 두 젓가락 거들었다. 



그러고 밤에 누웠는데....

더이상 어떻게 편안해질 수 없는 자세로 누웠는데도...온 몸이 쑤시고 무겁고..그냥 너무 힘들었다. 


'아..난 이제 얼마 살 수 없을 것 같아.'  

'결국 난 체력 소진으로 세상을 떠나는구나. 큰 병에 걸리는 것보단 나을 수도 있지..' 


하는 생각까지..


가서 일하는 것도 힘들지만..이리저리 이동하는 것도 만만치 않게 힘든 일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휴우- 난 정말 체력이 딸려서 오래는 못하겠다..

 


그리고 어제밤에는 파스타 배부르게 먹고 감자칩 먹고 (선물로 받은) 레드향 하나 까서 다 먹으니까 너무 배불러서 자는 것 말고는 딴 걸 할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9시부터 잠듦..-_- 뭔가 부끄럽다. 


어제 그제 이틀 내내 잘 때 힘들었다는 얘기. 오늘 밤에는 잘 자봐야지-_-



*

그 동안 먹은 것들



어느 금요일 저녁. 

동네 중국집 '금요일' 메뉴. 6500원인데 나름 훌륭했다.



닭도리탕

맛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필 받아서 '달래 간장 소스'를 만들어서 콩나물, 부추, 계란, 김치 넣고 비벼 먹은 비빔밥.

이거 너무 맛있었다. 아직 소스가 많이 남아서 조만간 한 두 번 더 해먹을 듯.



종종 먹는 캠펠 스프에 양송이랑 브로커리 넣은 것.



녹두전

난 전 종류 중에 녹두전을 제일 좋아하는데 시댁은 녹두전을 안 만드신다. 그래서 친정 가면 엄마가 꼭 챙겨주는 것 중 하나.



이것 역시 친정 엄마가 싸준 소뼈 우린 국물. 

밥 말아서 깍두기랑 먹었다.



선물로 받은 레드향

크기를 알리기 위해 귤을 바로 옆에 두고 찍었다. 애기귤 엄마귤같은 애니메이션 느낌이 나는구만. 

암튼, 보다시피 엄청 커서 하나 까서 먹으면 제법 배가 부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