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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140213, 압박스러운 회의, chan의 기가 막히는 면접, 빨간 목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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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박스러운 회의


어제 점심 때 즘에 아주아주아주 압박스러운 회의 하나가 있었다. 고객과 컨퍼런스 콜을 하는데, 우리 회사의 PM팀장(부장)도 들어오고, 번역팀 팀장(부장)도 들어오는..실무자는 나(대리)랑 내부 번역사(사원) 둘인데. 그리고 고객쪽도 부장, 과장. 근데 어쨌든 내가 main PM임. 어쨌든 해야 할 말들의 요지는 내 머리속에서 나와야 했고..몸 비비 꼬면서 PPT도 준비했고..했는데,


약 1시간 반 정도 소요된 이 회의가 끝나자 진짜로 완전 번 아웃된 느낌. 아침부터 있었던 편두통이 시원하게 날라가기는 커녕 점점 심해졌고 눈은 쾡하고 머리는 멍하고. 분명히 후련하기도 했는데 왜이러지?왜이러지? 하고 생각해보니까..나 기에 눌린 거 같음. 


나로 말할 것 같으면..'기'라고는 4살짜리 꼬마한테도 밀릴듯한 인간인데..양쪽 부장님들이 '호호호호'웃으며 검을 휘두르고, 나는 도저히 끼어들 수가 없고..그래도 실무자가 얘기해야할 타이밍에 멍때리고 있음 안 되니까 계속 긴장 상태로 귀 쫑끗쫑끗하면서 들으면서, 나중에 회의록도 작성해야 하니까 동시에 뭔지 모를 말들 들리는대로 적고 있고. 


이 때는 몰랐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양쪽 부장님들의 '기'가 진짜 대단했다는 생각. 둘 다 여자였는데..아직 우리 사회에서 여자로서 '부장'의 자리까지 올라갔다는 것은 보통이 아닌 거였구나..하는 일반화까지 하게 되었음. 


휴..너무너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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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의 기가 막히는 면접


chan은 요즘 여기저기 회사 면접을 보러 다니고 있는데..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면접 보자고 연락이 왔다. 회사 자체는 느낌이 그닥 좋지는 않았는데 워낙 집에서 가깝기도 하고, 면접도 다 경험이니까, 하면서 어제 아침, 면접을 보러 갔다. 근데 진짜 완전 네이트 판에 올라갈만한 개쓰레기 면접관을 만났다는 사실. 일단 반말은 기본이고 설계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사장.


면접관: 근데 예전에 다녔다는 이 xx 회사는 뭐 하는 회사야? 뭐 인원이 10~20명 정도 되나? 

(*chan이 예전에 다녔던 xx 회사는 업계 2위 규모의 회사로 설계 업계에 있으면서 들어본 적도 없다는 것이 말이 안 되는 곳이다.) 

chan: 설계 부서 인원만 300명 정도 되는 곳이었습니다.

면접관: 뭐? 300명? 아니 도대체 뭘 하길래? 그리고 (이력서에 이전 회사에서 받은 연봉을 가리키며) 이거 정말이야? 정말 이만큼 받았어?

chan: 네, 정말 그만큼 받았는데요.

면접관: 이거 어? 원천징수영수증 떼면 다 나와! 

chan: -_- 네..


면접관: 지금 우리가 인도네시아에 호텔을 짓고 있는데 말이야..호텔 하나 혼자 설계할 수 있나?

chan:네? 아..이전까지는 늘 팀으로 해왔기 때문에 혼자서 해본 적은 없습니다. 할려면 할 수도 있겠지만 규모 및 기타 요인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면접관: 뭐야, 혼자 못해? 안돼...이거 완전 절름발이 경력이라구. 이 정도 가지고는 힘든데..


면접관: 결혼은 했나?

chan: 네

면접관: 자녀는 있고?

chan: 아니요. 없습니다. 당분간 자녀를 가질 계획도 없고요.

면접관: 왜? xx씨 고자야?

chan: -_-


들은 건 이것보다 더 많은데 일단 여기까지. 

참..세상은 넓고 병신은 많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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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목도리


무려 포스팅(이전 포스팅 참조)까지 올리며 작별 의식을 마친 빨간 목도리...다시 찾았다. 며칠 전에 보니까 회사 어느 빈 책상 의자에 올려져 있더라. 참..반가웠다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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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


어제 저녁, chan의 절친인 wk와 함께 셋이서 저녁을 먹었다. 뭐 이런 저런 얘기를 했는데. 오늘 아침 왠지 마음에 남는 말.


wk이 chan에게. 

"넌 앞으로 이런저런 큰 선택을 해야 할 일이 많겠네. 난 그럴 일은 없을거야. 운명이 흐르는 대로 흘러가야하는 몸이지." 


들을 때는 그냥 웃으며 듣고 금방 다른 얘기를 하긴 했지만..사실 엄청나게 외롭고 슬플 것 같다. 그 외로움의 깊이가 너무 깊고 슬픔의 크기가 너무 커서 얘기를 들었을 때는 미처 파악할 수 없었던 듯 하다. 그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