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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했는지 모르게 바빴던 주말
주말이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갔다.
토요일
아침부터 디아블로좀 했다. 물론 저녁에도 했다. 아침에 창문 열고 봄 햇살 받으며 악마와 싸우는 어둠의 전사를 조정하고 있으려니 별로 맛깔나지는 않더라는.
책도 좀 봤다. '아스테리오스 폴립'이라는 만화다.
**나는 사실 만화라는 장르가 문학보다 고귀하지 않다거나, 문학에 비해 대중적이라거나. 뭐 하여튼 낮게 평가되는 것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이것은 만화지만 문학에 견주어도 손색에 없을만큼'과 같은 양보의 의미를 내포하는 표현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다. 이건 사실 조금 힘든 일이다. 왜냐하면 나는 분명 그렇게 생각함에도 일반적인 의미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꾸 설명하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굳이 그들을 위한 설명을 하지말고 내 생각을 쓰자는 결심을 했다.
그림도 너무 좋고 인문학적 상상력이 엄청 자극받는 완전 재미난 책이다.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그림으로 굉장히 적절하게 표현했다는 느낌이 든다. 이제 반 정도 봤다. 대학교 대학원 시절에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밤이 새도록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했던 추억도 떠올랐고. 지금의 나는 그때만큼 열정적으로 충분히 고민하지않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다시 한 번 자극도 받고 있고. 그렇다.
로엔이랑 놀아줬다. 요즘 로엔 보면 좀 짠하다. chan도 출근하게 되면서 이제 거의 하루에 10시간 정도를 혼자서만 보내는데. 가끔 저녁에 안 놀아주고 있으면 엄청 보챈다. 자기 장난감 앞에서 불쌍한 표정 지으면서 앞 발로 장난감을 툭툭 건드린다. 그리고 이건 요즘에 생긴 버릇인데. 꽤 자주 현관문 앞에 가서 엄청 운다. 나가고 싶다는 건지..하지만 내보냈다가는 안 돌아올 수도 있는 위험이 너무 커서 안 되는데. 어쩐지 우리가 맨날 나가고 혼자 두니까 나가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맘이 안 좋다. 그래서 요즘 최대한 열심히 놀아주는 중.
오후에 코스트코 쇼핑갔다오고. 참, 코스트코 푸드코트에 새로나온 메뉴 누들 샐러드 엄청 맛있더라. 6000원인데 양도 많고. 코스트코 쇼핑 한 번 갔다오면 집에서 후속 작업이 더 많다. 포장 뜯고 정리해서 넣고 버리는 포장지 재활용 쓰레기로 구분하고, 양념 갈비같은 건 세 봉지 정도로 나눠서 냉동실에 얼린다. 특히나 바로바로 냉동실에 얼리거나 냉장 보관해야 하는 식품들이 많아서 쇼핑하고 와서 바로 후속 작업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한 번 갔다와서 정리까지 최소 4~5시간 정도 잡아야 한다. 가끔은 하는 김에 냉장고 정리까지 하게된다. 물론 나는 못하고 chan이 한다.
일요일
원래는 동물원에 가려고 했다.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서 사파리 체험도 할려고 기대 만발이었는데. 가기 전에 인터넷 찾아보니 AI 때문에 임시 휴장이라는....모르고 갔으면 정말 싫었을 뻔 했다.
여튼 그래서 목적지를 동대문 역사관으로 바꾸었다.
그 유명한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건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 건물이 드디어 다 지어졌으니. 도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오자 하는 마음으로 갔다.
동물원 갈려고 빌려놓은 차가 있어서 차를 타고 갔는데. 우리는 정말 차가 없어서 이럴 줄 몰랐다. 주말에 서울 시내 한복판에 차를 타고 와서 어쩌자는 건지. 정말 몰랐다. 일단 무료주차는 꿈도 꿀 수 없다. 유료인데도 주차할 곳 찾기란 쉽지 않다. 겨우겨우 주차하고 제대로 건물을 보려는데..이건 뭐. 도떼기 시장이다. 사람에 치여 건물이 어떤지 잘 보이지도 않는다. 아니 물론 보이긴 하지만 사람에 치여 짜증이 나서 다 별로로 보였다. 그리고 실제로도 좀 동글동글 내려가야 해서 언제까지 내려가야 하는지 예측할 수 없고 어지럽고. 또 건물 자체도 별로 이쁘단 생각도 안 들었고.
chan은 사실 곡선을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의 건축 철학 중 하나는 이유 없이 곡선을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최대한 단순한 선을 사용하는 것을 지향한다. 나도 그의 생각에 동의한다.
곡선으로 멋진 건물을 설계하는 사람도 당연히 있고, 자하 하디드는 그 중 최고인 사람 중 하나일테다. 그런데도 이 건물이 멋지지 않게 보였던 것은 아마도 실제로 지어진 것은 그녀가 설계한 대로 제대로 짓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애초에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것은 알류미늄 평면이 모두 다 다른 규격이라서 공장에서 한 번에 찍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하나하나 모두 다른 모양으로 만들어야 했던 것. 따라서 건축비가 너무 많이 나오게 되니, 업체 쪽에서 지들 맘대로 대충 같은 규격으로 맞출 수 있는 것은 같은 그렇게 판을 뽑아 지었다고 한다. 나중에 그걸 알게 된 자하 하디드는 난리를 치면서 '이건 내가 설계한 건물이 아니다!' 라는 선언까지 했다니.
뭐 여튼. 이렇게 불만만 잔뜩 토로하고 나온 동대문 역사 박물관.
그리고 소공동에 있는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에 갔다. 새로 생기기도 했고 커피가 그렇게 맛있다고들 해서, 그리고 리저브 커피 1+1 쿠폰도 있어서 갔는데. 리저브 커피 지금 주문하면 1시간 반 기다리셔야 해요 라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 알고보니 리저브 커피 종류를 내리는 기계가 따로 있는데 한 잔 내리는 데 10분이 걸린단다. 그리고 앞에 기다리는 사람이 10명 정도 있었고..휴. 결국 리저브 커피는 포기하고 그냥 오늘의 커피 마시고 나왔다.
저녁에 집에 와서는 영화 '밀레니엄'을 봤다. 책을 보고 봐서 더 재미있게 본 듯. 다니엘 크레이그는 007에서보다 여기서처럼 몸 좋고 스마트한 기자 이미지가 훨씬 더 멋졌다. 영화 찾아보다가 스웨덴 버전 3부작도 있다는 걸 알았다. 이것도 조만간 다 보고 싶음.
후아. 쓰고 보니 뭐 많이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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