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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의 학교 생활
Bartlett의 석사 과정 커리큘럼은 참으로 희한하다. 일단 Cluster라는 그룹 6개로 나뉘고 한 Cluster의 소속이 되면 졸업할 때 까지 바꿀 수는 없다. 각각의 Cluster가 자기들만의 주제가 있고 개강 첫 주에는 주로 각각의 Cluster 교수/강사들이 우리는 이런이런 주제로 1년간 이렇게저렇게 해볼 생각이다-라는 개요를 듣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심사숙고해서 고르고 모든 학생들이 고르게 각각의 Cluster로 배정받는 일들이 이루어졌다.
6개의 Cluster 모두 그냥 '설계'가 아닌 다른 분야와 접목시킨 설계를 하게될 예정인데 예를 들면 Cluster 1은 컴퓨터 코딩을 배워 그와 관련한 설계 작업을 하게 되고 Cluster 7은 바이오 테크놀로지(?) 뭐 그런 거였고 Cluster 4는 기계 공학이었나? 암튼 뭐 그렇다. chan이 선택해서 가게된 곳은 Cluster 1. 그래서 요즘 코딩을 미친듯이 배우고 있다. chan은 학교에서 배우고 오면 나한테 조금 설명도 해주고, 그래서 오늘 내가 해서 나온 결과물이 이거야, 하며 우주의 원운동을 형상화한 뱅글뱅글 돌아가는 점들이 계속 움직이는 화면도 보여주고. 그런다.
난 코딩이라고 하면 그 옛날 다음에 친목 카페 만들어서 html로 배경에 눈 내리는 효과 주고 이미지 크기 줄였다 키웠다 하고 카페 이름 폰트랑 크기 바꾸고 막 아무 이유 없이 글씨가 오른쪽으로 계속 지나가게 만들고....다 장미 카펜가 거기서 배웠었지. 암튼 여기서 조금 업그레이드 한 버전을 자꾸 떠올리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코딩할라면 수학 잘 해야 한다는 얘기가 잘 이해가 안 갔는데, 요즘 chan이 배우는 걸 보니까 왜 수학 잘 해야 한다고 하는지 조금 이해할 수 있겠더라.
아무튼 이렇게 어깨 너머로 코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있는 요즘-
어느새 chan은 제법 바쁜 학교 일정이 쥐도새도 모르게 시작되었다. 은근히 아침에 나가 밤 10시 정도에 들어오는 날들이 많아지고 있는 요즘이다.
아 근데 내가 희한하다고 했던 이유는..얘네는 시간표가 따로 있는 게 아니고 Facebook에 카페(?) 그런 거 만들어놓고 거기에 강사가 다음 수업 몇일 몇시에 한다고 공지한다. 그것도 대부분 바로 전 날. 심지어 강의실은 수업 5분 전에 알려줄 때도 있음 -_-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이여? 너네 프로페셔널 하지 못한 것 아니니? 우리가 낸 등록금이 얼만데? 하고 따지고 싶으나...교수/강사/학생들 모두와 원만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므로 고상하게 가만이 있기로..
chan은 나보다 사회성이 아주 조금 더 높은..그러니까 둘 다 굉장히 미미한 수준의 사회성으로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는데 나보다 좀 나은 점이 있다면 만약 필요하다고 느끼면 이걸 잘 끌어 올린다는 것. 지금도 사회성이 매우 필요한 상황이라고 느꼈는지 자발해서 Cluster 1의 반장이 되셨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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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와서 처음 회사 인터뷰
그렇다. 무려 인터뷰를 봤다.
엊그저께 전화로 인터뷰 약속을 잡았을 때는 완전 조증이 왔었다. 일단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한 지 약 1주일만에 인터뷰 하나를 따냈다는 게, 그것도 영국에서, 자신감을 완전 업시켜주었다. 회사는 무슨 이벤트? 세일즈랑 마케팅 관련 이벤트를 기획하고 뭐 그런? 그런 회사였던 거 같은데 그냥저냥 마구 넣어본 회사 중 하나였다. 암튼 그래서 어제 오전 11:45 약속된 장소로 갔다. 드레스 코드는 프로페셔널이라고 했는데..정장이 없어서 그나마 가장 포멀한 겨울 원피스에 레깅스에 샌달을..신었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면접보는 건물 근처 카페에서 라떼 한 잔-
면접을 보는 건물 1층에 가니까 리셉션이 있고 로비에 곳곳에 소파가 있었는데 면접을 보러 온 것 같은 사람들이 로비를 가득 채울 정도로 엄청나게 많았다. 리셉션에 가서 나 11시 45분에 면접이 잡혀있다고 말하니
'어느 회사?'
'응? 회사 이름?...어 잠깐만..xxx회사야.'
'오케이, 이력서 갖고 왔지?
'응'
'저기 앉아서 이거 작성하고 다 하면 이력서랑 같이 나한테 줘'
'으 응'
서류를 작성하며 이게 어떤 상황일까 둘러보니 특이하게도 이 곳은 여러 회사들이 면접을 보는 곳으로 활용되는 공간인듯 했다.
서류 작성하고 이력서랑 같이 내고 15분 정도 앉아서 기다리니까 내 차례가 되어 긴장되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면접관은 3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흑인 남자였는데 영국식 악센트가 심했고 말이 굉장히 빨랐다.
'너 내일도 나올 수 있어?'
'뭐?'
'만약 오늘 면접이 성공적이면 내일 바로 나올 수 있냐고?'
'아, 응 나올 수 있어.'
'오케이, 내가 오늘 25명을 면접을 봐야 하는데 일단 오늘은 그 중에 top 5를 뽑을 거거든. 우리 회사는 이런저런 일들을 하고 이렇게 저렇게 일이 진행되지. 이게 니가 하고 싶었던 게 맞아?'
'응 맞아'
'면접에서 패스하면 앞으로 8~12개월 사이에 이런 일련의 과정을 트레인 받게 될거야..alkjgaeikajhg;dahdsf(아마도 트레인 과정에 대한 설명..) 이걸 할 수 있겠어?'
'응..할 수 있어..'
'오키, 그럼 내가 오늘 25명 중에 5명을 뽑아야 하는데, 너를 뽑아야 하는 이유를 얘기해봐.'
(아, 이제 나를 어필해야해!)
'어...있지 나는 프로젝트 매니져였어. 그래서..음..organizing skill이 있고(-_-), 고객 응대도 잘하고(주어 동사 수일치 다 틀림), 커뮤니케이션 스킬도 아주 좋고(-이 부분에서 면접관이 피식 웃었다. 마치 '지금 이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함?' 이란 생각을 하듯이..)..'
'오케이! 알았어. 오늘 니가 성공적이었다면 2~4시 사이에 전화가 갈거니까 전화기 옆에 꼭 있도록 해.'
'응...안녕..'
그리고..
전화는...
오지 않았......
사실 이 회사는 나랑 잘 맞지 않는 것 같았고 첫 인터뷰에 바로 취업이 될 거란 기대도 별로 없어서 그건 상관이 없었는데 날 주눅들 게 한 사실은 면접관이 하는 말을 알아듣기가 너무 힘들었다는 것과, 내 강점을 어필하는 부분은 분명 웅얼웅얼하며 연습을 했었는데도..너무 심하게 버벅거리고 제대로 다 말도 못했다는 것.
하..
엊그제 조증와서 신났더니 바로 다음날 울증이 왔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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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다잡고 오늘은 밖에 나와 공원 산책
이 동네에서 늘 가던 공원 말고 반대 방향으로 가면 있는 또 다른 공원엘 가봤다. 여기도 좋아.
멍하게 걷다가 이상한 존재감이 느껴져 옆을 봤더니,
어머! 넌 뭐?
염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야
길가다 우연히 염소를 보다니.
암튼..
구직 활동의 길은 험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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